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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의 비평프리즘] 공적 자금의 방출과 아트 페어의 소생

윤진섭

 지금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광주아트쇼]가 열리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고 성큼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풍성한 각종 미술행사와 함께 바야흐로 아트페어의 계절이 다가왔다. 얼마 안 있으면 한국 아트페어의 대표 격인 KIAF가 예년처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고, 신라의 고도인 경주에서는 제2회 경주아트페어가 개최된다. 화랑미술제를 비롯하여 서울아트쇼, 부산아트쇼, 대구아트페어 등등 전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크고 작은 것을 합해 무려 수십 개에 달한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시달리는 미술시장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시장이 불황에 빠져있다고 해서 가만히 손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그럴수록 더 팔을 걷어붙이고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일은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중차대한 일이다. 아트페어의 총매출액이 큰 것은 수백 억 원, 작은 것은 수억 원에 달하는, 서구의 큰 아트페어에 비하면 시쳇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한 한국 아트페어들의 매출액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만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의 아트페어가 만성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트페어를 무슨 백화점 세일처럼 생각하는 화상들의 저급한 의식, 미래를 내다보지 못 하는 단견, 비전이 없는 아트페어 자체가 오늘의 만성 무기력증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아트페어에 대한 현상 진단은 그 뚜렷한 처방을 염두에 두면서 심도 있게 내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아트페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견본시(見本市)’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작가들의 창의적인 혼이 담긴 신작을 시장에 내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트페어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본래의 의미를 저버리고 팔다 남은 작품이나 예쁘장하게 화장을 한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면 안목 있고 수준 높은 감식안을 지닌 진정한 컬렉터는 외면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규모가 옹색한 국내의 미술계를 염두에 둘 때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미술관용 작품이 따로 있고 아트페어용 작품이 따로 있다는 식의 구분을 넘어서 이 둘이 서로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어쩌면 침체일로에 빠져있는 아트페어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인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에는 품격 높은 컬렉터가 모인다는 자명한 사실은 영원한 진리이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단순한 생각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이 땅의 대다수 화랑들에게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부유한 화랑이건 영세한 화랑이건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확보하는 일은 아트페어를 성공으로 이끄는 관건인 것이다.

 광주아트쇼는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예향의 도시 광주를 국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미술행사이다. 광주비엔날레의 개막에 맞춰 광주아트쇼의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발상이 어느 정도 적중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벨기에, 독일 등 17개국에서 102개의 화랑이 참여한 광주아트쇼는 절반의 성공이다. 아시아 지역 대안공간들의 자료를 전시한 아시안 아트 아카이브전과 의욕적인 대형 작품들로 채워진 [Going for the Next:Under the Sun Bloody Trial]전이 볼만한 행사인 반면, 대부분의 화랑 부스는 아트 상품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현란한 기교로 가득 찬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수준 높은 컬렉터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대작이나 창의적인 예술혼이 담긴 문제작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페어는 페어다. 작품이 팔리지 않는 페어는 무의미하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페어에서 광주시립미술관과 아트뱅크가 모두 합쳐 약 3억 원 어치에 해당하는 작품을 구입해 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불황일수록 이런 경기부양책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적 자금의 페어 유입은 아무리 많아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가뭄의 단비처럼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하는 적기(適期)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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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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