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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술의 세계화와 야투(Yatoo) 그룹의 활동

윤진섭

자연미술의 세계화와 야투(Yatoo) 그룹의 활동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호남대 교수)



   야투(野投) 그룹은 1981년에 [대성리전]과 함께 출범한 야외미술 전문단체로 공주와 대전을 중심으로 당시 20대 중후반의 청년작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다. 창립 당시에는 임동식, 유동조, 나경자, 허진권 등이 참여하였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도중에 활동을 그치고, 현재의 회원으로는 고승현, 강희준, 이응우, 고현희, 정장직, 이종협, 신남철, 이선주, 허강, 전원길, 조충현, 강전충 등등이 있으며, 기타 정연민, 이성원 등등 여러 작가들이 야투가 운영하는 ‘사계절연구회’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자연에 ‘몸을 던져(野投)’ 활동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생수(生水)’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자연은 덜 오염되었고, 전 국토가 개발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야투의 회원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 자연에 동화되는 ‘몸의 예술’을 펼쳐나갔다. 이들은 ‘자연과 인간의 예술 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설치와 퍼포먼스를 주요 표현 매체로 활용하는 가운데 독자적인 야외 미술의 방법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기간이 무려 30 여 년에 이르렀고, 그 결과 이제는 세계의 여러 야외미술 단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국제자연미술단체협의회를 결성, 운영위원장에 고승현, 기획위원장에 전원길이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10월 4일에 ‘움직이는 자연과 미술’을 주제로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열린 <2013 국제자연미술기획자대회>는 세계의 자연미술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연미술(Nature Art/Jayeonmisul)이라는 공통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의미 있는 담론을 생산한 자리였다. 이 세미나의 중요성은 참석자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는데, 영국의 클라이브 아담스를 비롯하여 캐나다의 존 그랜디, 이태리의 자코모 비앙키, 미국의 그랜드 파운드, 불가리아의 루멘 드미트로브, 벨지움의 수 스페이드, 핀랜드의 루오마스 코칼로 등등 수십 년에 걸쳐 자연미술 단체를 이끌어 온 사계의 권위자들이다. 이번 국제회의가 열리기까지에는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의 고승현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이응우(야투 회장), 강희중, 허강, 고현희 등 야투 회원들의 노고가 컸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행사를 기획총괄한 전원길(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디렉터)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미술가들은 운동의 초기에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였으나, 2004년에 창설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비롯하여 프레비엔날레, 그리고 원골에 위치한 자연미술의 집에서 열리는 야투국제자연미술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게 되었다. 야투는 1981년 창립 이후 2010년 현재까지 총 117회의 사계절연구회 활동을 통해 자연미술에 대한 연구의 심화과정을 거쳤으며, 1991-2000의 국제자연미술제 개최를 비롯하여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주최, 그리고 독일, 일본, 스웨덴, 영국, 루마니아, 헝가리 등 세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자연미술 그룹 주최의 행사에 참가하는 경험을 통해 국제적인 시야와 비전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연미술의 종주국으로 각인된 한국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에 걸쳐 진행될 [2015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의 창설 주체로서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었다. 

   2013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아 일한 인연으로 이번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필자는 “오늘 이 자리는 여러 나라에서 발원한 지류들이 합쳐져 크게 세(勢)가 불어난 자연미술이 드디어 바다로 진입하기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2015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는 “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라는 전 지구적 사태에 직면하여 우리 미술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 전 세계에 그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의 커미셔너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국의 클라이브 아담스(현대미술과 자연세계 센터 디렉터)는 “가장 심오한 형식의 생태학적, 사회적 예술, 디자인 혹은 건축을 가리켜 직접적인 행위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착취와 폐허, 오염으로부터 자연을 회복할 방법을 강구하고, 분석하고, 제시하는 무엇이라 정의”함으로써 자연미술을 생활의 범주까지 확장시켰다. 캐나다 출신의 큐레이터 겸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존 K. 그랜드는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제약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전지구적 윤리, 살아있는 존재들 사이의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 윤리를 세우도록 이끈다”고 강조하면서 예술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번 세미나가 얻은 성과 중 하나를 들라면 ‘자연미술’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이견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보다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 상이한 용어를 사용해 온 용례들, 가령 존 K. 그랜디의 ‘자연속의 예술(Art in Nature)’, 수 스페이드의 ‘환경미술(Environmental Art)’, 클라이브 아담스의 ‘자연세계(Natural World)’ 등등이 병존하고 있으나, 좀더 섬세한 논의 과정을 거쳐 ‘자연미술(Nature Art)’ 혹은 ‘자연미술(Jayeonmisul)’로 표기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영어권의 발표자들에게는 아직 ‘Nature Art'가 생소하게 들리는 듯도 했으나, 헝가리의 한 미술대학에 자연미술학과가 설치된 사례로 보면 이 용어로 통일될 공산이 크다. 참고로 ’2015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는 2015년에 한국을 출발, 2018년까지 6대주를 연결하는 설치와 퍼포먼스 중심의 대규모 국제 자연미술 프로젝트임을 밝혀둔다.  


<아트인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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