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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중 / 당대의 현실과 작가의 과제

윤진섭

당대의 현실과 작가의 과제


윤진섭



 화가가 당대의 현실을 그려야하는 것은 지상과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볼 때 화가에게 당대의 현실만 과제로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미래의 세계상을 그릴 수도 과거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것을 그리느냐 저것을 그리느냐 하는 문제는 선택의 문제일 뿐,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화가가 살아가는 위치점이 ‘지금, 여기’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들이 지금 이곳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치점은 늘 화가에게 고뇌를 안겨준다. 



 김근중의 작업을 보면서 이 문제가 퍼뜩 내 뇌리를 스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연배에 속하는 많은 작가들이 위에서 내가 제시한 문제들에 이런 저런 식으로 연루돼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화단에서 50대 작가들은 다소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의 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 보다 외연을 확장시키자면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까지 잡을 수 있겠지만, 일단 그 중심을 이루는 50대를 대상으로 보자면, 이는 가장 애매한 위치일 수 있다. 


 이 세대의 특징은 70년대 모더니즘 교육의 수혜자라는 데 있다. 70년대에 미술교육을 받고 80년대에 화단활동을 시작하여 서구문화의 수용과 한국의 전통, 그리고 정치적 격변 속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세대다. 90년대 이후에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와 맞물린 신세대 미학의 물결 속에서 표류의 위기감을 느낀 것도 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김근중은 50대 작가 중에서 정상급에 속하는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이는 90년대 초반이후에 그가 기울인 노력-고구려 고분 벽화나 돈황 벽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은 이의 대표적이다-과 그로 인한 화단의 평가로 대변된다. 대만 유학이후에 그는 국내 화단에 복귀하면서 프레스코 벽화를 원용한 새로운 회화의 방법론을 통해 화려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90년대에서 2천년대 초반에 이르는 공간 속에서 광풍처럼 몰아치는 설치와 영상의 신조류를 앞에 두고 한국화 화단이 진로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때 시대의 언설로 맞서왔던 몇몇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시대의 언설이란 무엇인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조형언어를 이름이다. 전통에 미학적 젖줄을 대고 오늘의 미의식에 맞는 조형언어를 개발함으로써 죽은 언어가 아니라 산 언어를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화 작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지상과제로 여겼던 것이다. 



 2천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화조화 연작은 90년대 초반이후 김근중이 시도해 온 다양한 화풍 중에서 가장 첨예하게 민화를 수용하여 밀고나간 결과다. 이번 전시는 2005년에 가진 개인전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고 판단된다. 보다 화려해진 색채감에 영어 단어의 등장이 새롭게 눈에 띄고, 옛 민화의 이미지를 출력하여 그 위에 모란이나 파초 등을 그린 기법상의 새로운 시도가 그의 고뇌를 읽게 해 준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언설은 이 시대에 한국화 화단이 처한 고뇌와 초조를 스치듯이 보여줄 뿐, 시대적 조류에의 편승에서 벗어나 김근중의  전 회화적 역량이 실린 것이라곤 보기 어렵다.


<미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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