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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튜디오-샤나넌 쇼룽넛

윤진섭

추상적 다큐멘터리-도시의 이면과 표면

고양스튜디오-샤나넌 쇼룽넛


윤진섭(미술평론가)



샤나넌 쇼룽넛은 스스로 명명한 “추상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한다. 치앙마이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다년 간 보도사진 분야에 종사한 적이 있는데, 사진 기자로서 이때의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게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을 통해 사회를 해석하려는 그녀의 시선은 주로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스스로 축조한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 자본과 인간과의 관계, 소비의 주체로서 인간과 생산품 간의 관계 등등 인간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사고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겪는 정신적 갈등과 육체적 고통이 주제로 설정되고 있다. 


샤나넌 쇼룽넛(Chananun Chotrungroj) 작업실, 2006

<고속도로 시리즈>는 고속도로의 주변에 사는 서민들의 신산한 삶의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 연작이다. 흑백사진으로 찍은 이 연작을 통해 샤나넌 쇼룽넛은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체제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한다. 그녀의 사진 작품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일컬어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반된 명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의 관심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심이다. 폐품을 모아 근근이 하루를 살아가는 고가도로 밑의 사람들, 도로 변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 뒤엉킨 전선줄에 대한 관심, 고가도로 밑에서 잠을 청하는 부랑자 등등 샤나넌이 보여주는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선은 인간적인 관심에 기반을 둔, 근본적으로 따뜻한 시선이다. 그녀는 말한다. 


 “어느 날, 나는 금붕어와 수족관을 팔고 있는 동대문 시장 근처의 가게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나는 가게에서 팔고 있는 산호, 금붕어, 그 밖의 물품들을 보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수족관 하나를 바라보다가 같은 수족관 표면 위에 사람들의 일상이 반사되어 있는 것을 갑자기 보았다. 그 풍경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다 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오랫동안 인간들이 뿌리 내려왔던 피상적인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유사한가.”  


수족관에 갇혀있는 금붕어와 도시라고 하는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동일시는 그녀가 세계를 해석하는 근본적인 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틀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보다 넓은 세계를 지향한다. 그것은 인간 앞에 널려있는 “열려진 바다”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상태, 즉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자유의 상태를 가리킨다. 그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적 삶의 순환 속에서 대물림되는 세속적 욕망을 떨치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사고할 것을 제안한다. 


고양스튜디오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한국의 여고생들의 일상적 삶의 단면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작품은 통상적인 의미의 기록사진과는 다른 면이 있다. 프린트된 사진 위에 작가가 직접 그린 검은 색의 드로잉이 첨가돼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드로잉 사진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이 작품들을 가리켜 작가는 스스로 “추상적인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실험적인 방법의 사진을 통해 그 의미가 어떻게 해석되고 평가될 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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