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여성의 감수성’과 <2002 서울국제행위예술제>의 의미

윤진섭

‘여성의 감수성’과 <2002 서울국제행위예술제>의 의미


윤진섭(조직위원장/예술총감독)



2000년에 창설된 <서울국제행위예술제(SIPAF)>가 2회를 맞이하였다. 노암갤러리와 주변의 인사동 거리에서 펼쳐진 이번 행사는 “여성의 감수성”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여성 퍼포먼스 작가들이 다수 참가하였다. 1회가 9개국에서 90여 명의 작가들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이번의 행위예술제는 여성작가에 국한된, 비교적 소규모의 행사라는 점에서 한 가닥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참여 작가들이 보여준 퍼포먼스에의 뜨거운 애정과 왕성한 열기는 1회에 못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의 감상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다. 


미야키 이누카이, 2002 서울국제행위예술제


퍼포먼스는 기존의 예술양식과는 달리 그 도전적인 파격성과 실험성으로 말미암아 독자적인 관객 층을 확보하고 있는 예술분야이다. 금세기 초엽의 다다(Dada) 운동을 비롯하여 미래파, 러시아 아방가르드 등의 파격적인 예술행위에 역사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퍼포먼스는 1970년대 들어 구미에서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전위(avant-garde)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는 이 특이한 예술은 몰형식(formless)을 기반으로 예술장르의 해체와 통합을 특징으로 한다. 신체를 유일한 매개로 삼아 전개되는 퍼포먼스는 작가의 아이디어에 따라 부수적인 재료나 매체가 결합되기도 하는데, 그 양상은 지극히 자유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가 불가능하다. 


광고 카피에서 보듯이, ‘퍼포먼스’라는 말이 보통명사로 사용되는 오늘날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이 예술이 대중들에게 아직도 희한한 눈요기 거리 정도로 치부되는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포먼스에 대한 관(官)의 지원이나 이해도 아직은 요원한 상태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있었던 ‘붉은 악마’의 월드컵 거리 응원이나 촛불시위, 혹은 지금도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시위의 양상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퍼포먼스란 것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이미정, 2002 서울국제행위예술제


 이번 행사의 주제인 ‘여성의 감수성’은 거창하게 무슨 페미니즘 따위를 염두에 두고 붙인 것은 아니다. <서울국제행위예술제>는 창설 취지문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의 도구화 내지 정치화를 단호히 배격한다. 이 행사는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하며 예술의 자유를 무엇보다 신성하게 여긴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여성은 남성의 대립적 개념이 아니며, 보완적 관계도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자율성을 지니며, 존재의 명징성을 획득하기 때문에 이 행사는 여성의 독자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수의 여성작가들을 초대하였던 것이다. 단지 우리에게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표현의 지평을 넓혀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바램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서울국제행위예술제>는 이러한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