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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세계-자연과의 교감과 동화

윤진섭

글로벌노마딕프로젝트 리뷰

작지만 큰 세계-자연과의 교감과 동화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호남대 교수)


 지금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세월호 참사 때문에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전 국민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가무를 금하고, 불과 며칠 동안에 소중한 생명을 잃고 저 세상으로 떠난 사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와 실종자의 대부분이 천진난만한 청소년들이란 점에서 이번 참사는 더욱 우리의 분노를 자아낸다. 무엇이 우리의 분노를 이토록 자극하는가? 거기에는 생명 경시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소중한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가 전도된 우리의 무딘 의식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번 사태는 인재임에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바다의 힘 앞에서 인간이 만든 선박은 한낱 낙엽에 불과하다. 그 엄청난 자연의 힘을 무시하고 거역할 때 인간은 무참하게 보복을 당한다. 인간의 기술만능주의가 불러온 참극은 이제 우리들로 하여금 자연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을 오늘 이 자리에 다시 호출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공주는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완만히 굽이쳐 흐르는 금강을 끼고 형성된 백제 시대의 고도(古都)이다. 1981년 여름, 일단의 젊은 작가들이 금강 백사장에서 만나 자연의 품에 안기기로 약속을 했다. 자연미술 그룹 ‘야투(野投)’는 그렇게 탄생했다. 원래는 농구 용어이나 ‘들에 몸을 던진다’는 의미로 새기면 벌거벗은 채 들에 몸을 투신하는 행위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잡힌다. 고승현, 임동식, 유동조, 강희준, 이응우, 고현희, 정장직, 이종협, 나경자, 신남철, 이선주, 허강, 전원길, 조충현, 강전충 등 야투의 초기 멤버들과 나중에 그룹에 참여한 정연민, 이선원 등으로 구성된 ‘사계절연구회’는 1년 중 네 차례에 걸쳐 자연의 품에 안기는 원초적 행위를 벌여 나갔다. 

 서울에서는 이보다 조금 앞선 1981년 겨울 ‘대성리전’ 멤버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대성리 화랑포 북한강변에 모여 자연의 축제를 벌였다. 김정식, 홍선웅, 강용대, 임충재, 문영태 등 [겨울, 대성리 31인전]의 멤버들은 기존의 화단이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도시의 미학을 관철해 나간 것에 반발해 자연의 품으로 귀의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야투의 활동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초기 대성리전 멤버들의 자연에 대한 발상이 대부분 개념미술로 통칭되는 70년대 미술의 연장선상에 서 있었던 것에 반해 야투는 보다 원초적인 몸짓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을 이룬다. 야투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사계절연구회>는 철저히 몸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자연물을 이용하여 작업을 했으며 그것은 자연과 철저히 동화되는 원초적 행위였다. 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의 변화에 주목하여 산과 들, 강, 바다로 나아갔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자연이 베푼 산물과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body)을 자연에 동화시켰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의 예술 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전원길)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러한 균형감각은 인간문명을 바라보는 선명한 관점에 뿌리박고 있었다. 80년대 초반 당시는 생수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나 30여년이 흐른 오늘날 우리는 물을 사먹는 시대를 살고 있다. 30년이란 세월은 사물에 대한 관념을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그 기간 동안에 오염된 땅과 오염된 수질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바꿔놓았다. 야투의 멤버들이 보여준 선구자적인 혜안은 도도하게 흘러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로 접목되면서 급기야는 <야투 아이(Yatoo-I International Project>를 탄생시켰고, 그것은 급속한 속도로 국제적 규합을 이루어 세계적인 연결망을 성사시켰다.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Global Nomadic Project)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모태로 탄생한 신생 대규모 ‘자연미술(Nature Art/(Jayeonmisul)’ 프로젝트이다.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자연의 위기, 나아가서는 ‘생태(ecology)’의 위기에 대한 예술가들의 불안한 예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은 마치 지진을 예감한 메기처럼 자연의 위기에 대해 연신 경고음을 발한다. 2013년, 충남 공주에 위치한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에 산재한 자연미술 관계자들이 모인 한 학술 세미나에서 이들이 발신한 경고음이 일제히 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세미나의 의의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다소 길지만 참고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10월 4일에 ‘움직이는 자연과 미술’을 주제로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열린 <2013 국제자연미술기획자대회>는 세계의 자연미술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연미술(Nature Art/Jayeonmisul)이라는 공통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의미 있는 담론을 생산한 자리였다. 이 세미나의 중요성은 참석자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는데, 영국의 클라이브 아담스를 비롯하여 캐나다의 존 그랜드, 이태리의 자코모 비앙키, 미국의 그랜드 파운드, 불가리아의 루멘 드미트로브, 벨지움의 수 스페이드, 핀랜드의 루오마스 코칼로 등등 수십 년에 걸쳐 자연미술 단체를 이끌어 온 사계의 권위자들이다. 이번 국제회의가 열리기까지에는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의 고승현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이응우(야투 회장), 강희중, 허강, 고현희 등 야투 회원들의 노고가 컸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행사를 기획총괄한 전원길(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디렉터)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미술가들은 운동의 초기에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였으나, 2004년에 창설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비롯하여 프레비엔날레, 그리고 원골에 위치한 자연미술의 집에서 열리는 야투국제자연미술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게 되었다. 야투는 1981년 창립 이후 2010년 현재까지 총 117회의 사계절연구회 활동을 통해 자연미술에 대한 연구의 심화과정을 거쳤으며, 1991-2000의 국제자연미술제 개최를 비롯하여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주최, 그리고 독일, 일본, 스웨덴, 영국, 루마니아, 헝가리 등 세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자연미술 그룹 주최의 행사에 참가하는 경험을 통해 국제적인 시야와 비전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연미술의 종주국으로 각인된 한국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에 걸쳐 진행될 [2015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의 창설 주체로서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었다.” (졸고, 아트 인 컬처, <프리즘>)


 이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나는 이 프로젝트의 의의에 대해 “오늘 이 자리는 여러 나라에서 발원한 지류들이 합쳐져 크게 세(勢)가 불어난 자연미술이 드디어 바다로 진입하기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규정하면서 “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라는 전 지구적 사태에 직면하여 우리 미술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 전 세계에 그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영국의 클라이브 아담스나 캐나다와 존 그랜드와 같은 사계의 이론적 권위자들이 생태와 자연의 위기를 직시하면서, 자연미술이 “착취와 폐허, 오염으로부터 자연을 회복할 방법을 강구하고, 분석하고, 제시하는 무엇이라 정의”(클라이브 아담스)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자연미술이라는 용어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심오한 형식의 생태학적, 사회적 예술, 디자인 혹은 건축”이라고 표현하여 자연미술이 생활세계에 까지 침투하는 모습을 상정하고 있다. 존 그랜드 역시 “새로운 전지구적 윤리, 살아있는 존재들 사이의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지구촌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연 존중에 대한 상호 소통 윤리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움직이는 자연과 미술’을 주제로 2014년 4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한국의 중남부 지역에서 전개된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코리아 2014]는 2015년부터 18년까지 4년간에 걸쳐 이루어질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적 성격의 행사이다. 이번 행사는 고승현, 고요한, 전원길, 고현희, 이응우, 정장직, 허 강, 권오열, 박봉기, 김순임, 최용선, 정혜령 등 12명의 한국작가를 포함, 장카이 퀸(중국), 소무 데사이(인도), 애니 시니만(남아프리카공화국), 마흐무드 막타비(이란), 루멘 디미트로브(루마니아), 린 베넷 맥캔지(스코틀랜드), 피터 알파르(헝가리), 사우리어스 바리어스(리투아니아), 디아나 라다비시우터(리투아니아), 댈핀 사랏(프랑스) 등 10개국의 작가 30 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노마딕 프로젝트이다. 참여작가들은 김성호, 김영호, 윤진섭, 조규현, 레카 바랄야이(헝가리) 등 미술평론가와 미술사가의 이론적 지원과 참여 아래 4월 12일부터 23일까지 약 2 주에 걸쳐 공주를 비롯하여 군산, 고창, 담양, 목포, 제주, 부산, 창원, 경주, 안동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남부 지역을 탐방하면서 워크샵을 통해 다양한 현장작업을 전개하였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이들이 발표한 현장작업은 사진, 오브제, 설치, 영상, 드로잉의 형식으로 금강자연미술센터에서 [글로벌노마딕아트프로젝트-코리아 2014 결과전](2014. 5. 1-5. 20)을 통해 발표되었다. 

 면밀하게 짠 프로그램에 따라 이동하며 이루어진 행사는 실로 강행군 그 자체였다. 낮에는 도착지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고 밤에는 작가들의 자기 작업에 대한 발제와 특정 주제에 따른 세미나 발표가 이루어졌다. 가령, 4월 13일 공주에서 이루어진 워크숍 프레젠테이션은 ‘한국의 자연미술 운동-야투’에 대한 이응우(야투 회장)의 발표에 이어 2부의 프로그램으로 ‘바깥미술’에 대한 정혜령의 소개가 있었으며, 그 다음날에는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의 소개가 큐레이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소개 프로그램은 비단 국내 단체뿐만 아니라 외국 단체에까지 이어져 ‘이란의 자연미술 및 개인작업’이란 주제 하에 마흐무드 막타비의 발제가 있었다. 24일에는 불가리아 작가인 루멘이 불가리아의 두피니 아트 그룹에 대한 소개를 하는 등 국내외의 작가들이 자연미술을 주제로 정보와 의견 교환을 통한 상호간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문화와 인종, 역사적 배경이 서로 다른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와 작업, 여행을 통해 상호 이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이와 같은 유목적 프로젝트가 지닌 장점임에 분명하다. 대형 버스 1대에 몸을 싣고 물설고 낯 설은 지역을 탐방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일은 속도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 듯 싶지만, 그것이 몸으로 부딪치는 아날로그 공간에서의 몸의 수행이란 관점에서 보면 독특한 삶의 유형과 실천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프로젝트는 자연 현장에서 직접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해 온 국내외 작가들이 한국의 국토를 탐방하면서 한국의 지리, 환경, 문화, 역사적 특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면서 이동하는 노마딕 프로젝트”임을 밝힌 주최 측의 설명은 장기간에 걸친 이 작업이 인문학적 탐사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말해 준다. 

 노마딕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여 작가들이 벌인 행위 작업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매체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는데,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과 공유, 혹은 트위터의 경우 트윗과 리트윗으로 화답하여 유목적 이동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참여작가이기도 하면서 행사를 디렉팅한 전원길은 굵은 대나무에 침을 발라 색이 진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도의 둥근 돌들을 이용, 여러 층의 탑을 쌓은 뒤 맨 위의 돌은 녹색의 해초로 감아 선명한 자연색의 대비를 보여주는 작업을 수행했는데, 이는 자연의 이법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맡기는 자연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작가인 델핀 소하는 공주에 처음 도착한 날 연미산 자연공원에서 너무 늙어 쓰러져 구덩이 처박힌 고목을 찾아냈는데, 그는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가 공주에서 시작해 공주에서 끝난다는 점에 착안, 이 고목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행사의 사진 기록자이면서 동시에 참여 작가이기도 한 권오열은 돌에 낀 이끼, 풀, 나무의 잔뿌리 등 정지된 상태에서의 극미한 자연 질서의 세계를 사진에 담았다. 일체의 인공적 조작을 배제한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작가이다. 

 고승현은 갈라진 땅, 고인돌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돌 등 자연물의 틈에 나뭇잎이나 식물의 마른 줄기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최소한의 개입을 하는 행위를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류의 작업은 자연에 대한 야투의 초기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김순임은 나지막한 구릉을 이룬 땅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들을 모아 작고 아담한 성을 쌓는다든지, 짚신 형태의 사물을 만들고 그 안에 꽃을 가득 담아 연속적으로 물에 띄우는 현장 작업을 선보였다. 또는 풀을 이용하여 새둥지 형태를 만들거나 강변의 흙을 원형으로 쌓아 고대 제의의 원형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작가 디아나 라다비시우테는 강변의 갈대숲에 긴 나뭇가지를 가로로 설치하고 그 위에 10여 개에 이르는 새의 깃털을 꽂거나, 흙을 쌓고 그 위에 가로 세로로 돌을 얹어 마치 고인돌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수행하여 자연의 영성을 불러내는 듯한 야외 현장 설치 작업을 제시했다. 

 남아공 출신의 작가 에니 시니만은 강변의 모래톱을 따라 가는 나뭇가지로 수백 미터에 이르는 S자 형의 곡선을 반복적으로 드로잉하거나 제주도 현무암의 거대한 바위 위에 흰색의 새털들을 놓는 작업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 작업들은 이내 파도에 씼겨 드로잉이 지워지거나 바람에 새털들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자연 앞에 영속적인 것은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통해 몸의 퍼포먼스를 수행한 작가로는 이응우를 들 수 있다. 그는 갈대가 우거진 숲 속에 벌거벗은 몸으로 명상을 수행하거나, 나체로 서서 자연과 신체의 직접적인 교감을 꾀하는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거대한 암석의 밑 부분 틈에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끼어넣는 작업을 선보인 피터 알파르(헝가리)의 작업과 통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란 출신의 작가 마흐므드 막타비처럼 세찬 바다의 파도에 몸을 던지거나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의 모습에 조응하여 몸을 활처럼 꺾는, 거의 아크로바트 수준의 퍼포먼스를 행하는 작가도 있었다. 

 이번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 행사가 보여준 교훈이라면 아마도 피부와 인종, 문화의 차이를 넘어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 그리하여 SNS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속도 중심의 사회에서 자연과의 교감과 동화를 통해 누군가의 표현을 빌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는 것이 현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번 행사의 참여 작가들은 대부분 빈손으로 자연 속에 ‘몸을 던지고(野投)’ 자연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쳤을 것이다. 그들은 불행하게도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세월호 참사를 들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들려오는 숨 가쁜 상황의 전개를 티브이와 스마트폰으로 접하면서도  계획된 여정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리와 유용, 효용성을 목적으로 한 인간 문명의 한 끝자락에서 비정한 인간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 예술은 이런 전대미문의 대 참사 앞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얼핏 보기에 돌을 쌓거나 풀잎을 바위 틈에 꽂는 그들의 행위는 무력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자연의 이법을 사소한 자연의 산물로 보여주는 이들의 행위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작지만 큰 세계’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출전 : 아트인컬쳐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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