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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 담론의 활성화에 거는 기대

윤진섭

아시아 미술 담론의 활성화에 거는 기대


윤진섭(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요 몇 년 사이 미술계에서 급부상한 담론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소위 ‘아시아 미술’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나날이 글로벌화해 가는 작금의 문화적 환경에서 굳이 ‘아시아’를 따로 떼어 거론한다는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겠으나, 우리의 문화 내지는 역사적 뿌리에 대한 성찰과 정체성을 살피는 일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촌락으로 변해가는 지금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거기에 비례하여 더욱 절실한 지상명제일 것이다. 지구가 단조로운 색깔로 채색되지 않고 다채로운 문화적 스펙트럼을 지닐 때, 세상은 더욱 볼 만한 것이 될 것이며, 우리의 문화적 경험은 더욱 풍성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필수적이다. 각종 협회나 희의, 학회, 예술행사, 운동경기 등등 인간이 창안해 낸 다양한 활동들이 인간 정신의 고양된 보편성 획득을 목표로 할 때, 위대한 세계 정신은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양 그런 쪽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소위 이성을 지녔다는 지식인들의 모임인 세계적 차원의 각종 회의나 협회의 면모를 살펴보면, 설정된 의제(agenda)의 공익성이나 공공적 목적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기심을 위장한 저급한 패거리 문화의 횡포가 자주 목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의 경우, 서구권 중심의 세계적 비엔날레들, 가령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카셀 도큐멘타, 리용 비엔날레 등등의 대형 국제전에서 지나친 서구 편중의 폐단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의 임원 구성에서 보는 것처럼 서구중심적인 구조의 영속화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대응을 낳게 된다. 그것은 서양 대 동양의 물리적 대결과 같은 저급한 수준의 대응논리가 아니라, 가령 아시아의 문화적 정체성이나 미적 특성과 같은 문제를 자신의 시각에서 찾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다. 물론 여기에도 이론적 허구나 소위 헤게모니를 둘러싼 폭력의 문제가 개입될 위험은 상존한다.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스펙트럼을 지닌 아시아 제국의 특성들을 통칭 ‘아시아성(性)’이라는 개념으로 감싸는 일에서부터 아시아 고유의 미적 모델의 창출에 이르기까지 실천적 입장에서는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창설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신생 비엔날레들이 탄생되었다. 타이페이비엔날레, 상하이비엔날레, 청도비엔날레, 북경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싱가폴 비엔날레 등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삼년마다 열리는 요코하마트리엔날레와 후쿠오카트리엔날레까지 합하면 현재 수십개의 각종 국제전이 아시아 지역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 이들 대다수의 비엔날레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아시아 미술의 부흥이라는 사실이다. 비엔날레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각종 국제심포지엄과 세미나의 주제는 아시아 미술의 담론과 연관이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많은 큐레이터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전시와 학술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머지 않아 서구 중심의 지구촌 문화지형도를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하여 일본, 한국, 싱가폴, 대만 등등 아시아 제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막강한 인구의 구성으로 미루어 볼 때, 문화적 파워 역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작년에 <제1회 동북아비평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비평의 위기:미술비평과 전시기획 사이”를 주제로 내 건 이 학술심포지엄은 한국, 일본, 중국의 세 나라 비평가와 큐레이터들이 아시아 미술을 공동의 주제로 삼아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가게 될 것이다. 아시아 미술 담론의 활성화를 위한 이 행사의 발전을 위해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와 협조를 바란다. 


<공간 2006.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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