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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살릴 `투톱 체제`

윤진섭

오랜만에 미술시장이 기지개를 켜는가했더니 아니나 다를까,또다시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지난달 한나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가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미술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한 구조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드러난 화랑(畵廊)과 경매사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미술시장의 선점을 놓고 벌이는 이 첨예한 입장 차이는 사실 어제 오늘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 분쟁의 불씨는 이 땅에 미술품 경매회사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10여년 전에 이미 내재돼 있었지만,최근에 미술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불거진 것 뿐이다.

이 분쟁을 바라보면서 적이 우려되는 것은 혹시라도 이것이 '밥그릇 싸움에 쪽박을 깨는',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호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만큼 미술시장은 오랜 동면의 세월을 지내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술시장은 88올림픽을 전후하여 몇 년 간 반짝 특수(特需)를 누린 것이 전부인데,그 뒤 15년이란 긴 세월동안 다시 불황의 깊은 늪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시 불붙기 시작한 미술시장을 놓고 화랑과 경매사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이 오랜 고통의 시간을 화랑계는 화랑계대로,경매사는 경매사대로 나름의 지혜를 짜내어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화랑계가 양도세 폐지,한 집 한 그림 걸기,KIAF의 창설 등등으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모색과 함께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면,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경매를 통하여 미술시장의 저변확대,거래의 투명화,미술품 가격의 객관적 지표 수립 등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현상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공정한 룰과 게임의 법칙이 부재하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경매사는 경매를 통한 수수료 이익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술품 경매사가 직간접적으로 화랑 운영과 연계되는 것은 통념적으로 금기시된다.

세계 굴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가 화랑을 운영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이 게임의 룰이라고 한다면,메이저급 화랑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국내의 경매사들은 애초부터 게임의 법칙을 어기고 있는 셈이며,그 결과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분쟁의 불씨를 마련한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화랑계도 경매사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불황기(不況期)에는 한마디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겨우 시장이 활성화될 만하니 그동안 미술계에 공헌한 경매사의 노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킬레스건만을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이 매우 딱하고 볼썽사납다.

다시 정리해 보자.1차 시장인 화랑은 좋은 작가를 발굴해서 키우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화랑은 작가와 함께 성장한다. 이익은 작품을 팔아서 나오는 수수료다. 그 돈으로 화랑을 운영하고 좋은 작가의 발굴을 위해 재투자한다.

반면에 경매사는 2차 시장이다. 경매사는 작가 발굴과 전혀 관계가 없다. 원매자의 작품을 받아 구매자에게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경매사다. 이 양자 간에 엄격한 역할 분담과 룰이 있어야 원만한 게임의 법칙이 성립한다. 그것의 요체는 상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이 분쟁은 명백한 게임의 법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분쟁을 해소하고 화랑과 경매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현 단계에서 화랑과 경매사가 서로 다치지 않고 공존(共存)할 수 있는 최상의 윈윈(win-win) 전략은 화랑이 토스한 공(작가 혹은 작품)을 경매사가 검증하고, 이를 다시 화랑에 패스하면 화랑이 다시 스파이크하여 훌륭한 작가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투톱 시스템의 공존을 통해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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