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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 움’의 깊이와 상큼한 ‘소마’의 맛

윤진섭


소마미술관이 가을 시즌에 맞춰 내놓은 [부드러 움]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련된 자체 기획전이다. 타이틀도 “Budro_um:Softness”이라고 한껏 멋을 부린데서 기획의 이면에 깔린 야심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의 기획 의도는 주최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니멀리즘 이후 다양하게 변모해 온 미술의 지형도를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살펴보자는데 있다고 한다. 즉, 모더니즘의 말기적 징후에 해당하는 미니멀리즘 이후에 찾아온 장르의 해체 현상과 그에 따른 예술의 혼성적 양상이 포스트모던이라고 하는, 아직도 그 영향력의 자장 범위가 채 가시지 않고 있는 우산의 그늘 아래서 어떤 양태로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자는데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이 전시회는 조각을 표방한 전시회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폭넓게 봐서 김주현과 신미경, 김희경, 정광호의 작품 정도가 조각의 범주에 들 뿐,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은 영상이나 설치에 속하는 개념적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시는 조각이라는 장르상의 명칭이 지닌 ‘하드’한 형식을 ‘소프트’한 내용으로 치환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작금의 현대미술이 처한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조각의 순결주의는 더 이상 지키기도 힘들거니와, 대학에서의 전공 또한 무의한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재철은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조각가지만,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수차례 여행하면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나는 작년에 그를 델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여하튼 그의 작업은 요셉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만큼이나 인류 공동체 속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김종구는 쇠를 깎는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기존의 조각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정작 그가 그려내는 것은 지극히 회화적(영상적)인 풍경이다. 미술 장르의 이 혼성적 경향을 가리켜 조각 개념의 확산 즉, ‘소프트’한 성격(내용)으로 파악한다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 전시회를 조각 개념의 범주에 포섭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의 속성상 이처럼 다양한 작가들로 구성된 전시회치고 조각적이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는가.


김종구는 때 마침 같은 시즌에 열린 광주비엔날레에 유사한 작품을 중복 출품함으로써 신선감을 잃었고, 김홍석은 로댕갤러리를 비롯하여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이번 소마에 이르기까지 세 개의 전시회에 겹치기 출연을 한 탓인지 피로가 누적돼 보였다.

그러나 김시연, 김윤수, 목진요, 신미경의 작품과, 김준의 최근 버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소마가 준 상큼한 선물이었다. 굳이 까탈을 잡자면 우순옥의 영상 작품에서 대사가 관객들이 내는 소음에 묻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 옥의 티랄 수 있는데, 뭐 그런 것쯤은 이 전시가 주는 미적 쾌감과 상쇄될 수 있지 않을까.

Public Art 11월호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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