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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21세기 문화지형

윤진섭

어제 신문에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새로 지을 사옥의 모형을 발표한 기사가 났다. 그 모양을 보니 꼭 비행접시를 닮았다. 경복궁의 두 배 면적에 해당하는 18만 평의 부지에 둥근 도너츠 모양의 이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만 이천 명의 직원이 상주하게 된다. 2015년에 건물이 완공된다고 하니 앞으로 4년 뒤면 친환경의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될 애플 사옥의 웅자를 보게 될 것이다.

청바지에 검정색 티셔츠를 즐겨 입는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지적 경험을 통해 일찍이 융합의 방법론을 익혔다. 환각제와 신비주의, 선불교에 빠진 적이 있는 그는 동양의 서예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가 훗날 역경을 딛고 mp3와 iphone, ipad로 재기하기까지에는 젊은 시절 히피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인생 편력이 도움이 되었다.

바야흐로 상상력이 21세기를 이끌 키워드가 되고 있다.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새기면 마음 속에서 코끼리를 떠올리는 힘이다. 장님 세 사람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그 모양을 설명하는데, 한 사람은 코를 만지며 '긴 원통같이 생겼다', 다음 사람은 배를 만지며 '아니다, 둥근 절구통 같이 생겼다' 마지막 사람은 다리를 만지며 '아니다, 나무 둥치같이 생겼다.'고 각자 외친다. 여기서 코끼리가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코끼리의 모양이다. 그게 바로 상상의 코끼리다. 그리고 그 상상 속의 코끼리를 실현하는 힘, 그것이 바로 상상력의 구현인 것이다.

여기서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2년 전에 페이스북(facebook)에 빠져들었다. 어느 날 미국 친구에게서 이메일로 친구 요청이 왔는데, 무심코 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5백 만 명의 국내 가입자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2만 7천 명에 불과했다. 그런 페이스북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6억 명의 가입자를 둔 대표적인 사회적 관계망(SNS)이 되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지만, 원래 과학기술이란 게 잘 쓰면 약이요, 잘 못 쓰면 독이란 양면성을 지닌다. 페이스북 역시 창의적으로 잘만 쓴다면 약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나는 전자를 두둔하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나의 상상의 공간이며 놀이터이다. 그곳은 낯모르는 국내외 친구들과 사귀는 나의 사교장이자 전시장이며, 진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도서관이다. 나는 짜증나는 현실을 피해 컴퓨터를 켜고 상상의 영토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나의 그룹이 있고, 대학이 있으며, 나라가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어느 날 나는 페이스북에 그룹 하나를 만들었다. 국제상상대학(International University in Imagination:I.U.I)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대안 교육이다.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행해지는 기존의 대학 시스템이 아니라 회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발적 교육이다. 쌍방향 특성을 지닌 디지털 미디어의 성격을 살려 쟁점에 따른 토론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회원들이 수시로 올리는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들은 대중에게 잠재된 예술적 능력을 개발하고 심미적 소통을 증진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페이스북 친구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그룹은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대학이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지나친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웬만한 수입을 올리는 가정에서도 허리가 휠 정도로 과중한 비용이다. 게다가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을 따라 국내의 대학들은 온통 졸업생의 취업 문제에 몰두해 있다. 대학이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의 양성보다는 졸업생의 취업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 못 돼도 단단히 잘 못 됐다는 인상을 받는다.

상상력은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는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다. 예술도 과학도 상상력의 소산이다. 상상력은 꿈을 낳는다. 앞으로 꿈꾸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다.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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