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공룡의 퇴장

윤진섭

바야흐로 21세기의 새로운 화두로 창의력과 상상력이 떠오르고 있다. 원래 이 둘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자고로 상상력이 바탕이 돼야 창의력이 나오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갈파했던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관한 기존의 과학 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상상력의 산물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했으나 정작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영감(靈感) 때문이었다. 이처럼 영감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불을 지피는 부싯돌의 역할을 한다.

필자가 얼책(facebook)에 ‘국제상상대학(International University in Imagination:I.U.I)’이란 그룹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열 달이 다 돼간다. 대중의 상상력과 창의력 증진을 도와 세상을 좀 더 신나고 살만한 것으로 바꾸자는 모토를 걸고 시작을 했다. 그동안 이 프로파일에 많은 친구들(friends)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를 즐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두 눈’이란 예명을 가진 한 작가는 손톱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손톱이 예술 작품이 된다? 그러나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긴 생명력으로 버티니 이제는 손톱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멀리 독일에서도 손톱을 모아 우편으로 보내주는 후원자도 생겼다. 그는 얼책(facebook)과 같은 사회적 관계망(SNS)를 홍보매체로 활용한다. 여기에 자신의 활동상을 꾸준히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사실 얼책만 해도 창설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가? 처음에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아이비리그의 대학생들이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을 목적으로 시작한 얼책이 불과 7년 만에 가입자 수 7억 5천명을 상회하는 거대한 국가(?)로 자란 것이다. 인구 면에서 볼 때 얼책은 미국을 제치고 중국, 인도에 버금가는 거대한 공룡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와 정치, 경제에 미치는 힘이 압도적이다. 세계가 바야흐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new paradigm shift)’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최근에 한국의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신드롬’은 이러한 변화를 예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갑작스런 변화에 여야를 막론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이를 간과한 결과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통신상의 일대 혁명은 장차 사회와 정치, 경제뿐만이 아니라 예술의 양상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일찍이 마샬 맥루언이 미디어의 속성을 ‘뜨거운 미디어(hot media)’와 ‘차가운 미디어(Cool media)’로 구분한 바 있듯이, 신문이나 라디오, 텔레비전처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뜨거운 미디어는 인터넷이나 트위터, 얼책과 같은 쌍방향적인 차가운 미디어에 점차 자리를 양보하는 추세다. 세계는 이제 사회적 관계망의 대중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대중은 정보를 생산하고 가공하며 유포한다. 그 뿐만 아니라 대중적 조직이나 집회가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져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도 불거진 ‘슬럿 워크(Slut Walk)’ 운동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무명의 한 여성이 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슬럿 워크 운동을 보고 얼책에 제안을 했다. 이름 하여 ‘잡년 행진’. 이 여성은 얼책에 간단한 행사의 개요를 올리고 친구들의 동조를 호소했다. 여러 사람들의 동조와 참여가 이어졌다. 헌옷과 천을 기워 현수막을 만들고 ‘잡년’처럼 옷을 입은 다양한 복장에 분장을 한 시위자들이 모여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 조직의 양상이 바뀐 것이다. 이의 원조는 모바일 폰을 이용한 ‘플래시 몹(flash mob)’으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모바일 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00일 0시에 00지하철역으로 흰옷을 입고 모이자.”는 식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공룡처럼 비대해진 기성의 정치조직이나 민간 사회조직은 권위적이 돼 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잃는다. 이른바 ‘사회적 상상력’의 결핍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 상상력이 부족하면 통(通)하지 않는다. 민의(民意)의 수렴도 원활하지 않고 기(氣)의 흐름도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통(痛)하게 된다. 물이 용솟음치는 형상을 뜻하는 ‘용(甬)이 책받침 변(辶) 위에 얹어지면 자연스럽게 통하지만, 질병을 뜻하는 역(疒) 변 아래에 있으면,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여 아프다. 같은 글자라도 어떤 변에 얹히느냐에 따라 해석이 이처럼 달라진다.

각설하고, 필자는 일찍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통신기기가 지배할 미래의 사회상과 예술상을 가리켜 “새로운 창조는 손끝에서 나온다.(New creation comes from the fingertips)”란 말로 요약한 바 있다. 앞으로는 컴퓨터의 ‘클라우드’ 기능이 새로운 산업의 형태를 낳을 전망이다. 1인 창업의 시대요, 사무실과 공장의 설비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국회의원과 대통령도 스마트폰을 통해 뽑는 시대가 멀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그러면 투표율도 높아져 직접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되고 기존의 정치인이 아닌 참신한 인물이 당선되는 의외의 결과도 낳게 된다. ‘안철수 신드롬’은 그 첫 시작에 불과하다. 바야흐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있는 인물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른바 변화하지 않는 ‘공룡의 퇴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