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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도 Picks...우리 동네전

하계훈

작가간의 교류를 통한 아카데미와 현장의 상호소통

홍성도 Picks...우리 동네전 1.20 - 3.10 쌈지스페이스

쌈지스페이스에서 연례기획으로 여섯 번째 개최한 전은 일반적인 전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한 기획전시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 5회 동안의 이 전시는 쌈지스페이스 측에 의해 선정된 작가나 미술대학 교수들이 자신들의 제자들이나 후배 또는 주변의 작가들을 다시 선정하여 세대간의 교감을 시도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아카데미와 현장간의 상호작용을 지향하는 것이 그 기획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보기에 따라서는 실험적이고 참신한 시도라고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내부 기획역량의 허약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해온 전은 이정도로 전시 진행형식의 틀만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세부적인 진행은 해마다 진행자의 결정에 의해 특성있게 이루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틀 이외에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주제나 형식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는 홍대 조소과 홍성도 교수가 ‘우리 동네’에 관심을 집중하여 홍대 부근에서 운영되는 몇몇 공간들과 연결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는 자신의 주변 작가들을 소개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기획자로 참여한 작가 홍성도는 기획자의 변을 통해 오래 전 자신의 학창시절의 홍대 주변의 모습을 회고하면서 오늘날까지 이 지역의 문화지형의 변천을 한 줄로 꿰어내고 있다. 기획자는 이러한 지역 변천사를 이어갈 미래의 주역으로서 이번 참여 작가들에게 기대를 걸고 그들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 작가들은 홍대 주변지역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홍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들의 활동장르나 출신 배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적당하고 폭넓게 고른 안배가 이루어졌다. 기획자의 의도를 따르자면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가들의 미래가 곧 그의 ‘우리 동네’의 미래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이번에 소개된 여섯 명의 작가와 한 팀의 퍼포먼스 그룹에는 기획자의 제자로 볼 수 있는 작가들과 다른 학교 출신의 평면 작가들, 그리고 해외에서 공부한 작가와 학부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의 이종교배 등 폭넓은 구성을 보이며, 장르에 있어서 회화나 드로잉 뿐 아니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쌈지스페이스 주변의 대안공간이나 다른 특색있는 공간과 연대하여 제시함으로써 전시효과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클럽문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홍대 앞의 문화지형을 보여주는 듯한 <...좋겠다project>의 거리 퍼포먼스를 담은 비디오 영상은 이번 출품작들 가운데 가장 장소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소 치기어리고 공공질서에 도전하는 듯한 세 명의 청년들의 거리 퍼포먼스가 그들의 말처럼 에너지의 이동이나 행인들과의 교감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앞으로도 이 지역이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 나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관람자들을 배려한 간접적 카타르시스와 교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감응하는 것도 좋은 감상방법일 것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작가들은 자기응시와 자아의 사회적 정체성 등의 문제를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아주 친숙한 오브제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시도를 펼치는 홍정표의 미학적 관점과 무심코 다가오는 일상의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제시하는 이정민의 관점은 교집합 부분을 읽어낼 수 있으며, 비록 표현형식의 아날로그성과 디지털 성격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과장됨 없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해석해내는 작가의 감각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일상의 평범함에서 발생하는 관계성의 탐구는 조하나의 사진 작업을 통해서도 읽혀진다. 작가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통해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여성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현실과 자아를 응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환상과 부조리한 역설, 모호성과 의구심 등을 통한 방법을 들 수 있다. 이승애의 드로잉에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몬스터가 초인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의 영혼과 의지에 힘을 보태준다는 상상과 김민경의 위장된 토끼는 우리의 소망과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즈에 실린 남북한에 관한 기사나 삼일 독립선언문의 글자 배열을 진주알이나 뜨개질의 구성으로 치환시킨 고금산의 작품은 투명성과 불투명성, 의미에 대한 폭로와 숨김이라는 개념에 대한 천착이면서 영상과 이미지의 시대에 활자와 텍스트가 시각적 이미지로 읽히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 작가들의 관점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다양한 모습과 사고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바라건대 ‘우리 동네’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메시지처럼 현실과 환상, 회의감과 모호성, 동정과 교감 등이 혼합되어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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