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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 한 : 외모지상주의의 허구성 풍자

하계훈

데비 한전 2006. 5. 4- 31 갤러리선컨템포러리

11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술대학 교육을 마치고 작가활동을 하다가 몇 해 전 다시 국내로 돌아온 작가의 눈에 비친 한국의 문화현상에 대한 관찰을 풍자적으로 펼쳐 보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서구 미술사의 흐름에 대입하여 동양과 서양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미학적 시각에서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가 데비 한은 주변의 다른 작가들에 비하여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작가활동 초기에 데비 한은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숙고 끝에 동양적인 선(禪)이나 존재와 생명 순환의 문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취급하여 왔으며 이러한 태도는 한국으로 돌아온 초기시절까지 이어져 왔었다. 그러나 귀국 후 점차 그녀의 작품은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주변 사람들의 넌센스적인 광경으로 관심의 초점에 전환되었다. 처음 홍대 앞에 정착한 그녀의 눈에 들어온 미술학원 풍경은 몰개성적인 미술교육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비너스와 아그리파의 얼굴과 우리 주변 인물들의 합성사진으로 제시하는 작품을 낳았고, 전통미에 관심을 갖으면서 작가는 청자의 비색과 고대 그리스의 미의 상징인 비너스를 결합한 청자 비너스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후 우리의 것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우리의 대표적인 먹거리 문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시도와 여성이 사회적으로 갖는 존재성, 우리 사회에서 강요되는 여성의 역할에서 파생되는 외모지상주의의 허구성, 미디어에 의해 세뇌되는 미에 대한 환상 등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전통적인 먹거리인 파,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이용하여 재치 있는 인물상을 창조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2층에 설치된 인물사진으로서 평범한 중년여인의 몸매에 비너스 상의 머리부분을 합성하여 포토샵 처리를 한 실물크기의 작품들이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여인의 몸이라는 현실의 실체와 미의 여신 비너스의 머리로 상징되는 이상과 희망을 상징하는 머리가 부자연스럽게 결합된다.

땀구멍과 체모를 일일이 제거함으로써 우리에게 제시되는 화면 속의 인물들은 마치 대리석을 깎아 만들 조각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정작 공간을 알아 볼 수 없는 검은 배경 속에 놓인 그들은 그리스 신화속의 미인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적인 여인의 모습도 아닌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서구적 미의 전범을 거의 맹목적적으로 추종하는 오늘날의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라는 집단적 의식의 허구성을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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