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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미술계와의 적극적인 네트워킹

하계훈

선택의 조건-Frame Builders展 5.24-7.2 인사미술공간

우리나라에서 대안공간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며 정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수 년 전부터 대안공간적 성격의 인사미술공간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대안공간의 성격과 성과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과 논의들이 대안공간의 탄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지만 그에 대한 평가의 긍정과 부정을 떠나서 어쨌든 대안공간 운동을 통해 우리 미술계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주제와 담론이 다양화 된 것만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원서동으로 옮겨간 인사미술공간에서 이전 이후 처음 열린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전은 앞으로 인사미술공간이 지향하는 기관의 운영목표를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물론 이번 행사는 전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문화공간 가운데 인사미술공간이 그 운영사례를 참고로 하거나 앞으로 제휴와 협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4개의 기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와 디렉터들을 초청하여 이틀 동안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제 1부 행사로 하고, 전시공간에서의 전시를 제 2부로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2000년 인사동에서 시작하면서 주소지의 동명을 따라 인사미술공간이라고 부른 이 대안공간이 원서동으로 옮겨가면서도 계속 인사동의 흔적을 기관의 명칭에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급속하게 상업화해가며 임대료와 운영비용의 압박을 받는 인사동을 과감하게 탈출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다만 디렉터 백지숙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 이전한 지역사회와의 자연스럽고 우호적인 결합과 상생을 어떻게 이루어내느냐가 앞으로의 숙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새로 이전한 인사미술공간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작가 최정화가 건물의 리노베이션에 참가하였다. 인사미술공간측은 지하 1층을 전시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1층은, 때로는 전시공간으로 또 때로는 각종 세미나나 문화행사 등이 가변적으로 일어나는 커뮤널 스페이스로 보고 있다. 2층에는 자료 아카이브가 위치하고 있으며 3층은 직원들의 사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새로 이전한 공간을 소개하는 취지에서 지하부터 3층까지의 공간을 모두 이용하고 있는데, 지하 전시장에는 1992년 미쉘 암잘락과 마티아스 아우구스티니악이 자신들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결성한 M/M(Paris)이라는 디자인 그룹의 타이포그래피와 티셔츠, 라이트 박스 설치작업 등이 선보이고 있다. M/M(Paris) 그룹은 카탈로그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뿐만 아니라 아트 디렉팅, 무대 디자인과 음악, 패션 등의 분야에서 주목을 받아오고 있으며 퐁피두센터나 팔레 드 도쿄, 베를린 비엔날레 등의 공간의 이미지 통합 작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1층에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뷕 코삭과 세르비아 & 몬테니그로 출신의 슈카르트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뷕 코삭은 넷 아트 분야의 개척자로서 이론과 실제 작품 모두의 분야에서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르셀 듀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와 같은 미술사의 중요작품을 픽토그램 사인으로 간략화해버리는 시도는 서양미술사가 지닌 지적, 경제적 권위를 가벼운 이미지 정보로 전락시킴으로써 미술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권력과 정치, 경제의 힘을 조롱한다. 뷕 코삭은 1997년 제 10회 카셀 도큐멘타 웹사이트를 복제하여 작품에 응용하기도 하고 2001년 제 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슬로베니아 국가관 참여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실 슬로베니아나 세르비아 & 몬테니그로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정보와 지식은 일천하다. 그런 의미에서 주로 유럽과 미주에서 생산되는 문화와 지식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지식과 정보의 편식현상을 치유해주려는 인사미술공간의 노력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1층의 또 다른 2인조 작가 그룹인 슈카르트(Skart)의 경우도 서구 주류미술사회에 대한 대안적 작업방식과 개념적 정치미술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중점을 두는 작업은 탈미디어 환경에서 일어나는 지역사회와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는 수작업, 대면접촉을 통한 직접유통과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서 기존의 미디어 중심적이고 정감이 배제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2층에는 우리나라의 디자이너 슬기와 민의 이용객참여적인 아카이브 도큐멘트 만들기 작업과 최정화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과 3층의 사무공간에도 최정화의 작품이 슬라이드와 설치작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장소이전을 통해 대중의 접근성 면에서는 다소 후퇴한 면이 없지 않지만 기존의 미술공간에서 소홀히 취급하는 미술영역에 대한 소개와 자료 아카이브 유지를 통해 작가와 작가 지망생들에게 세계적인 미술정보와 지식의 자양분을 균형있게 공급해줄 인사미술공간의 활동을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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