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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 전

하계훈

이강욱은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보이지 않는 공간(Invisible Space)’ 연작을 선보였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공간이란 어느 평론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공간 자체가 우리의 시계(視界) 바깥에 존재함으로써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종류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적 시계 안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관람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함으로써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공간이거나 현미경과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야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공간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의 작품에서 공간의 느낌은 캔버스 바탕에 표현된 식물의 그림자 혹은 유기체적 형상으로 짐작되는 물체의 실루엣 위에 빠른 속도감을 주는 가느다란 색선의 드로잉이 가미되고 그 선들의 움직임을 따라 크기가 서로 다른 유리 알갱이들(beads)이 더해져 화면의 깊이를 형성한다. 색연필이나 펜을 이용한 드로잉은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빠른 몸놀림을 읽을 수 있는 흔적을 담고 있으며 자유분방한 듯 하면서도 자체적인 질서와 위계를 갖고 화면에 설정된 공간을 유영하는 미지의 유기체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생명의 움직임과 자기 발광의 느낌은 곡선 주위에 포진되는 유리구슬의 투명함과 영롱함에 의해 더해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의 작품 표면은 캔버스에 그려진 단순한 회화라기보다는, 깊이를 암시하는 공간을 떠돌며 자유롭게 이루어진 드로잉 주위에 우주의 생명체나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미세물질의 생명운동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비즈가 화려하면서 오묘한 빛을 발하는 에너지가 충만한 공간이 된다.
이렇게 제작되는 이강욱의 작품은 주제와는 별도로 매우 세련되고 도회적이다. 그 이유의 일부분은 그가 작품 표면에 사용하는 비즈나 큐빅에서 찾을 수도 있고 또는 거침없고 도도한 선의 자신감에 찬 속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시기술학적으로 이러한 작품은 그 작품이 놓이는 공간의 환경과 조명 효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이강욱의 작품은 전시장 조명 아래서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과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볼 때의 느낌이 크게 차이가 난다. 마치 거시적(macro) 세계와 미시적(micro) 세계를 한 화면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주제와 표현 형식면에서 관람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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