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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나, Sasa

하계훈

박미나와 Sasa는 1970년대 초 국내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에서 미술대학을 다니며 조형훈련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사람은 개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경우에 따라 Meena&Sasa라는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병행하여왔는데 개별 작업이나 공동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기록, 나열, 정리, 분석 등의 활동이다.

비록 서로가 함께 작업을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작품 방식이나 재료 등은 유사성이 많지 않다. 박미나는 주로 캔버스 평면위에 아크릴 물감 등의 정통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패턴화된 문양이나 색띠 등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기호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반면에 Sasa는 평면 회화보다는 사진과 비디오나 설치 작품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기존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요소들을 추출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이번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이러한 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2인전 성격의 전시라고 할 수 있으며 두 사람이 2003년부터 공동작업해 온 전시로서는 다섯 번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 공간은 크게 아래층과 위층으로 구분되고 다시 아래층은 입구 부분의 공간과 안쪽 공간으로 양분될 수 있는데 이 공간에 박미나는 주로 평면 회화작품을 출품하고 있으며 Sasa는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문양과 색채에 관심을 가져 온 박미나는 이번 전시에서 인터넷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그림문자라고 할 수 있는 딩뱃폰트(dingbat font)를 주요 소재로 채택하였다. 작가는 딩뱃폰트라는 장식적 기호를 이용하여 언어의 제약을 뛰어 넘는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실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티스의 파피에콜레를 연상시키는 대형 화면에서는 시각적 소통의 경계를 넘어서는 언어로서의 이미지라는 요소의 기능을 실험하고 있으며 일종의 시각적 소통체계에 대한 은유를 시도하고 있다.
Sasa 역시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박미나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는 박미나와는 달리 평면 회화보다는 영상이나 설치, 사진, 만화 등에 더 관심을 둔다. Sasa는 기존의 이미지나 영상을 차용하여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낸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사건을 나열하고 미술과 사회라는 관계 맥락에서 도출되는 의미를 천착한다. 예를 들어 <1986년> 연작의 경우 그해에 지구상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을 사진과 문장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챌린저호 폭발,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손으로 공을 쳐 골을 넣은 ‘신의 손’ 사건,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로 방사선 물질이 유출된 사태 등을 기억하며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에서 관련 이미지들을 찾아내 조합하여 작품으로 연결했다.

이번 전시는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정보와 이미지 소스를 생활의 필수품처럼 접하며 자라온 두 젊은 작가들의 재치와 총기가 돋보이는 전시였으나 이러한 코드에서 벗어난 세대들에게는 적지 않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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