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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하계훈

화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도입할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대상에 내재된 특성과 의미를 해석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추상화하기도 한다. 사실적인 표현의 경우에도 대상에 근접하여 특정 부위에 집중하여 정밀한 묘사를 할 수도 있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세부묘사보다는 대상이 주는 인상을 자신의 고유한 조형 언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 이상원은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우리의 일상에서 사람들이 군집된 장소를 관찰한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여 모여든 수영장 속의 인파나 바닷가의 해수욕 인파,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나 겨울 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키장에 운집한 스키어들이 그가 관찰하는 중요한 대상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인파의 군집에서 일상적인 삶의 고달픔뿐 아니라 이를 해소하려는 휴식과 여가를 동시에 발견한다고 말한다.
미술의 역사를 살펴볼 때 도시인의 삶에 대한 관찰과 묘사는 인상파 시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그린 대상은 당시 유럽에서 산업혁명의 결과로서 도시에 집중되는 생산시설과 여가시설, 그리고 그 시설에서 노동하고 휴식하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낙관적인 생활태도와 그들의 환경에 관한 것들이었다. 모네가 그린 거리 풍경과 드가가 그린 극장 안의 관람객이 그랬으며 르노아르가 그린 야외 무도회가 그랬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에 군집하여 생활하려는 본능이 있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에 의해 그들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호칭을 얻기도 한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삶은 전원적인 농촌보다는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로 많은 사람들의 집중을 초래하였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집중된 도시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낼 수 있는 단일한 성격을 벗어나 수없이 다양한 사정과 사연이 얽혀 사람들 사이에 서로 부대끼며 거대한 도시의 삶을 엮어내서 마치 도시 자체가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처럼 진화하고 창조하며, 소비하고 소멸한다.
한 장소에 군집한 개체들은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이상원의 화면에 들어온 사람들도 상호 단절된 고립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어울려 대화하고, 갈등하고, 협동하면서 전체 화면을 구성한다. 작가가 구성하는 화면은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화면에 담기 위하여 캔버스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개별 인물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으며 한 화면에 이들 모두의 행동을 관찰하는 유용한 방법은 부감법적인 시각일 수밖에 없게 된다. 평균적인 사람의 눈높이에서 군중을 관찰하는 것은 인물의 중첩에 의해 그 개체 하나하나의 속성과 행위를 파악하기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상원의 작품 화면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는 소곤소곤하는 속삭임과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 동료를 부르는 외침과 위험에 처한 사람의 비명, 아이의 칭얼거림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등이 들리는 듯하다. 화면을 관찰하는 관람자들에게 과연 그들의 대화와 외침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가 이상원의 작품에서 친근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와 소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파노라마적 광경을 펼쳐 보여주며 그들의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따뜻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가의 손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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