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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하계훈

14회 선미술상 수상자로 황주리가 결정되었다. 직업화가로서 그의 작업은 이제 20년을 넘어서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상도 받고 작품을 인정도 받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상을 주는 이와 상을 받는 이가 비슷한 주파수로 교감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화려한 색채가 우리 눈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화폭 속에 각종 꽃 모양이나 풍선 또는 비눗방울처럼 보이는 동그라미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다. 그 안에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과 때로는 꿈속에서 보았을 것 같은 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관람자들은 각각의 공간에 벌어진 일들에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작가의 사생활을 엿보려는 시도도 해보느라 작품의 구석구석을 건성으로 지나치지 못한다.
화면 속에서는 이상한 일들도 벌어진다.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외눈이 정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가운데 이런 저런 일에 몰두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눈을 내려 감고 있다. 작가의 영문이름 이니셜로 추정되는 H자 형의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이가 눈을 감고 있으며 뒤에 여인을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이가 눈을 감고 페달을 밟는다. 작가는 이것을 ‘판단의 유보’로 읽어주길 바라며 해석의 지나친 비약에 제동을 건다.

우리는 흔히 어느 작가의 작품을 앞에 놓고 다른 작가를 떠올려보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황주리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떤 이는 초현실주의와 그의 작품을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 까닭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수법 가운데 하나인 데페이즈망 기법이 그의 작품에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동차 지붕에서 나무처럼 자라나온 탁상용 조명기구, 코가 있어야 하는 자리를 차지한 휴대전화기, 농구선수 머리 대신 얹혀 있는 선인장 화분, 사람의 얼굴 대신 올라앉은 옷걸이·화장지·선풍기 등등. 그러나 황주리의 작품 속에 담긴 초현실주의적 요소는 자네트 코플러가 지적했듯이, 모든 사물을 통합하는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황주리의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어떤 거창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사상을 담고 있기보다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통한 작가 개인의 꿈과 일상의 기록이며 색채는 행복과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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