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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용

하계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육지의 2배가 넘는 면적이 바다를 이루고 있으며 육지에도 강과 호수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 몸속의 수분 비율도 이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로서 문명의 요람이요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물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철학자나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용기의 모양에 따라 스스로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얼음, 수증기 등으로 그 모습이 변해가는 물질로서의 물을 그 자체로서 생명체에 가깝게 생각하였으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보았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세상의 모든 영양소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식물이 자라는 씨앗에도 그 핵에는 물이 있다는 설명으로 생명의 근원과 물의 관계를 설명하였다고 전해진다.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향의 계곡에 휘돌아 흐르는 물을 관찰하며 물의 운동에서 동력을 얻어낼 방법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다빈치 역시 물에 관심이 많았으나, 다만 그가 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동양의 선비들이나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조금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각으로는 흐르는 물관 같은 자연을 관찰하여 인식을 심화시키고, 그것을 객관적인 이론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일이 자연계의 법칙성을 밝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송필용에게도 물은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며 예술 창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의 작품 속의 물은 폭포처럼 우렁차게 수직으로 쏟아져 내려오기도 하고 물가에 늘어진 버드나무나 매화가지 근처를 돌며 물고기가 노니는 잔잔하고 평온한 연못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출발부터 전남 담양의 소쇄원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한 송필용은 조선시대 혼탁한 세상의 복잡함과 갈등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진 채 자연에 묻혀서 심성을 수양하며 살아가는 선비들의 사상을 담은 가사문학(歌辭文學)의 본고장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를 배웠다.

지리산과 설악산, 보길도와 변산 뿐 아니라 금강산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송필용은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에서 생명과 에너지를 느끼기도 하고 가슴 속의 응어리를 씻어내는 듯한 치유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장엄하게 낙하한 물줄기를 서서히 잠재우며 모든 격정과 고통을 품어주는 강물과 호수에서는 안정과 평온,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의 작업실 근처에 있는 소쇄원 정자 앞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를 관찰하면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물의 존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안에서 생명과 에너지, 삶의 의미와 상상력을 얻고 마침내 자아성찰의 관조적 태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세상을 관조하는 이러한 자세는 작가가 비록 유화와 캔버스를 사용하여 작품을 창작해내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다분히 우리 전통의 회화와 맥이 닿아있으니 그의 작품에서 전통산수의 영향은 매화나 달과 같은 모티브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몇 해 전 학고재와 이화익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폭포와 연못 작품들 역시 작가의 이러한 태도가 일관되게 작품 속을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형식상으로 그의 작품이 점점 청색이나 녹색의 단색조를 강조하면서 화면에서 폭포수나 연못을 클로즈업시키듯이 포착한 전체 화면이 점점 단순화된다는 특징을 읽을 수 있다.

하나의 물방물이 모여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는 것처럼 작가는 물을 통해 우주를 본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달과 그 달빛을 비추는 강물 역시 우주의 한 부분이며 우리 삶의 근원을 담은 소중한 생명의 요람이다. 그것을 말해주듯이 그 곳에 생명의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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