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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병신년, 세화를 기다리며

김성호

병신년, 세화를 기다리며


김성호(미술평론가)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다. '병'(丙)은 붉은색을 의미하고, '신'(申)은 원숭이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내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로 불린다. “원숭이 000은 빨개, 빨가면 사과...!”라며 어린 시절 흥겹게 따라 부르던 노래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푸훗... 내년에는 분명 올해가 아닌 모습이 되어야 할 텐데...”

우리의 바람은 새해의 희망과 바람에 쏠린다. 2015년의 끝자락에, 2016 병신년에 우리의 마음 속 대문 앞에 걸릴 세화(歲畵)를 그려 보자. 우리의 전통 민화 중 하나인 ‘세화’는 한국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회화라 하겠다. 서구가 늘 ‘해피’한 소망으로 새해를 기대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이 세화 안에 진경(進慶)의 의미 외에도 나쁜 액을 물리쳐야 한다는 벽사(辟邪)의 강박증을 함께 드러낸다. 우리의 전통 ‘세화’에 드러나는 용이나 호랑이, 닭과 개의 이미지는 중국의 목판 연화(年畵)나 일본의 소나무 장식 카토마츠(門松) 식으로 ‘새해에 복을 부르는’ 그림이기 이전에 ‘새해에는 부디 사악한 악귀를 물리치길 바라는’ 소망이 한데 녹아 있는 그림이 된다. 


홍성담, 〈컴 바이러스  소멸符〉, 2005, 혼합 재료, 125 × 125cm. 

여기 작품 하나를 보자. 홍성담의 신(新)문자도라 할 수 있는 <컴 바이러스 소멸 부(消滅 符) >이다. 컴퓨터 부속품인 기판이나 메인보드 등의 오브제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사악한 악귀를 ㅤㅉㅗㅈ아내는 현대판 ‘부적’이 된다. 즉 민화에서 보듯이, 호랑이와 까치가 어우러진 호작도(虎鵲圖)나 무시무시한 형상의 처용도(處容圖)와 같은 ‘벽사’의 개념을 성취하는 것이다. 가히, ‘세화’의 포스트모던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나, 부귀영화를 갈망하는 길상도(吉祥圖) 대신 벽사의 메시지가 가득한, 10년의 세월이 훌쩍 넘은, 이 한 장의 그림이 바이러스로 상징되는 오늘날 시대의 대한민국의 액운들을 모두 물리치고, 2016 병신년의 미래를 활짝 밝히기를 소망한다. ●

출전/
김성호, 「병신년 세화를 기다리며」,『문화교육프로그램 2016』 서초구립반포도서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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