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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2016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공모전 - 피어라 꽃 / 신진 작가들의 포스트 이머징 프로젝트

김성호

신진 작가들의 포스트 이머징 프로젝트


김성호(미술평론가) 


0. 프롤로그
동탄아트스페이스가 신진 작가들을 찾는다. 멋지고 값진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진들은 기성세대를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득권 세력의 수구적 태도를 괴롭히고 잘잘못을 따져 물어 결국은 한 지역의 예술 문화를 건강하게 가꾸어 갈 산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 신진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기리보다 중앙을 찾아 떠난다. 모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작가적 가능성을 예술 생산이 보다 더 활발한 곳에서 일찍부터 실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중앙으로부터 소외를 느끼게 되는 몇몇 사건들을 경험하면서도 중앙을 지속적으로 지향하지만, 자신의 지역에 대해서는 그다지 돌아보려고 하질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지역 작가’로 낙인찍히기 싫어하는 까닭이다. 


I. 전시 읽기
이러한 차원에서 지역 문화 기관들의 ‘신진 예술가’에 대한 고려는 필수 불가결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신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아트 프로젝트는 신진들에 대한 창작 의욕을 고취시켜 그들의 활동을 진작시키는데도 도움을 주지만, 지역민들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고취시켜 그들의 뜨거운 애향심을 북돋고 지역을 문화도시로 꽃피우게 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노화를 막고 생명력을 지닌 지역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활발한 운동, 특히 문화 예술 운동들이 필요하다. 
《2016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공모전 - 피어라 꽃》은 분명 이러한 문화 예술 운동 중 하나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걸음마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향후 장기적 호흡 안에서 계획성 있게 지속된다면 신진 작가 육성에 관한 지역의 문화 예술 정책과 맞물려 충분히 효력을 발휘하면서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시는 화성시 내 수원대학교와 협성대학교의 미술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재학 중 학교 수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만큼, 이들 다수가 화성시에 거주해 왔었지만, 졸업 후 훗날 고향으로 또는 다른 도시로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신진들로 하여금 이러한 가능성을 뒤로 미루게 하거나 그것에 관한 계획을 변동하게 만드는 계기는 화성시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 활동에 대한 ‘지속 가능성’과 그것에 관한 신뢰를 주는 일이다. 
각 대학의 교수 추천을 통해 참여가 확정된 것인 만큼, 전시에 참여하는 신진들의 마음은 설레고 그들의 어깨는 무겁다. 이 행사는 이들 중 다수에게 졸업을 하자마자 펼치는 첫 전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졸업은 또 다른 시작’임을 잘 알고 있는 새내기, 신진 작가들이 ‘또 다른 시작’을 어디서,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첫 장이 될 것이다. 


II. 출품작 읽기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수원대 졸업생 7인, 협성대 졸업생 10인으로 총 17인이다. 다수의 출품작들이 자신만의 개성 가득한 조형 언어를 선보이고 있는데, 출품작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주제별 섹션을 나누고 몇 개의 범주화를 통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간 주체와 타자들 
오연주(협성)의 회화는 ‘댄디 보이와 같은 느낌’의 인물과 ‘문신과 더불어 비보이 풍의 복장’을 한 동일한 인물의 다른 모습을 병렬 배치해서 함께 보여 준다. 어떻게 보여 주는가에 따라서 인간 주체의 정체성이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가상의 이미지’란 결국 위장의 것이거나 한낱 허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김수빈(수원)의 회화는 우리에게 1980년대 민중미술이 선보였던 현실적 인물화를 재생한다. 희로애락의 삶의 편린을 추억으로 남겨 두고 이제는 담담한 마음과 평온한 태도로 죽음의 순간을 예비하는 오늘 시대의 노년의 회한과 슬픔이 한데 한 인물에 겹쳐진다. 질병으로 신체가 불편해진 자신의 시아버지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감정이입한 작가의 멋진 진술로 덧입혀진 멋진 회화! 최진아(수원)의 회화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을 드러낸다. 풍토병과 전쟁 그리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비루한 삶의 현장들을 담담한 어조로 담아내는 그녀의 작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 혹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우리로 하여금 곱씹게 하면서 번뇌케 만든다. 우리에게 그들은 여전한 이방인이자 타자이지만 그들에게 우리 또한 이방인이자 타자이다. 박성모(협성)의 회화는 인간의 대중 심리를 현실감 있게 잘 포착해 내고 있다. 고층 아파트, 혹은 높은 어디의 같은 곳을 걱정스럽게 또는 기대를 가지고 흥미롭게 바라보는 군중들의 시선과 표정에는 ‘익명적 주체들’이라는 이름의 집단의 정체성이 새겨져 있다. ‘사회적 합의’를 ‘침묵의 합의’로 강제하는 집단 주체에는 결국 ‘나’는 사라지고 ‘우리’만이 남는다. 우리에 의해 희생되는 타자들! 중독으로 마비된 혼미한 집단정신에 대한 작가만의 깔끔한 비판적 회화!   


연주, Face_116.8x91.0cm_oil on canvas_2015




2. 인간 주체와 대상들 
박현지(수원)의 회화는 얼룩말의 군집이다. 얼룩말의 등에서 자연 풍경의 모습을 포착한 작가는 얼룩말의 등선 위에 단풍잎으로 물든 가을 산등선의 모습을 올려놓는다.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자연으로부터 기원했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일까? 얼룩말의 등과 산등성이는 아나몰포시스(anamorphosis)라는 왜상의 흔적들로 남아 우리의 시선을 집중케 한다. 장윤경(협성)의 회화에서 우리는 머리 위로 뱀을 말아 올린 아프리카 혹은 인도의 구도자들을 본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대화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기이하면서도 무언가를 특정할 수 없는 모호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마술적 회화! 은나래(수원)의 회화는 인간을 은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달마티안을 통해서 유혹과 중독에 대한 풍자적인 비판을 드러낸다. 보석, 장신구, 담배, 약물, 주사기, 성 보조 기구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붉은 카펫 위에 퀭한 눈으로 무료한 듯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두 마리의 달마티안은 이미 치료가 급한 위중한 상태의 중독자들! 


은나래, mad_135x145cm_장지에 채색_2015




3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현대한국화 
김지유(수원)의 회화는 한 벌의 스웨터를 분채 물감을 엷게 쌓아 올려 그린 것이다. 클로즈업된 회화는 스웨터 털실의 한 올 한 올의 보푸라기까지 극사실처럼 표현되었다. ‘달달하고 부드럽다’라는 뜻의 ‘달보드레’를 작품명으로 삼은 이 작품은 이름만큼이나 따뜻하고 포근하다. 김태오(협성)는 임진왜란이 벌어지고 있는 과거의 현장으로 마징가 제트, 트랜스포머, 아이언 맨 등 대중문화의 여러 히어로들을 보낸다. 전쟁을 막기 위해 보낸 우군들인 셈이다. 작가의 현대한국화는 이처럼 다분히 현대적인 주제를 전통적인 한국화의 매체 안에 담아 녹여내려고 시도한다. 아울러 엇박자가 날 수 있는 주제와 매체의 결합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까닭은 현실과 비현실의 조합이라는 팝아트적인 접근 때문으로 보인다. 최여진(협성대)의 회화는 젊은 한국화 작가들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트렌드를 공유한다. 즉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그것으로, 작가는 전통적인 화장대를 앞에 두고 화장을 하고 있는 현대의 여인의 모습을 담았다. 전통과 현대가 거울이라는 인터페이스를 사이에 두고 만난 셈이다. 심윤옥(수원)은 얼음에 갇힌 귀금속을 대상으로 해서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까운 화면을 선보인다. 값지고 아름다운 대상을 얼음에 얼려서 표현함으로써 부질 없는 인간의 욕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작업은 한국화가 할 수 있는 정밀 재현의 세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실험한다. 작품 제명처럼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태오, 反戰(壬辰倭亂)_162.2x133.3cm_장지에  채색_2015



4 현대문명 속 반문명 
문보현(협성)의 회화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화면 구성과 빠른 붓질이 압권이다. 그 옆에 파라솔은 이러한 바쁜 문명의 시대에 필요한 휴식의 의미를 되묻는다. 빠른 시간을 맞추어야만 하는 현대 문명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단평의 비평적 회화! 이다솔(수원)의 회화는 퓨전 정크푸드 위에 사람들이 거닐고 있는 음식 풍경을 선사한다.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획일적이고 형식에 갖춰진 음식처럼 우리의 사회 역시 유용하고 편리한 논의에 발맞춰 개성을 용납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진지하지만 유쾌한 질문이 작품 안에 가득하다. 홍여경(협성)은 유일한 입체 작업이다. 그의 입체를 근간으로 한 설치 작업은 수도꼭지나 버려진 전구 등과 버려진 오브제들이 뒤섞여 있다. 조셉 코넬(Joseph Cornell)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가는 무질서한 현대 문명 속의 오브제들로부터 오브제 미학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홍여경, 빛, 공해_48x35cm(4)_나무 상자, 전구, 식물, 혼합재료, 오브제 꼴라주_2015


 

5. 자연의 품  
정민희(협성대)의 회화는 기억에 대한 콜라주를 실천하는 드로잉이나 부조형 회화가 주를 이룬다. 여행에 대한 추억은 서랍 속 앨범으로 족하지 않다. 기억 속으로부터 꺼내어 종이로 이미지들의 레이어를 만들어 겹쳐지게 해서 초현실적이고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작가의 흥미로운 회화 속에서 과거의 기억들은 비선형적으로 얽혀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다. 장경아(협성)의 회화는 대자연에 체험한 풍경들을 점묘법으로 옮겨 놓는다. 그것은 노을이 가득한 풍경이다. 이미 오래된 조형 언어를 가져와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하나둘씩 점을 수놓아 만드는 작가의 회화는 자연의 본성을 닮고자 수행하는 하나의 명상! 정명진(협성)의 회화는 싱그러운 자연의 숲속을 거니는 인물을 스냅 사진처럼 청명하게 담고 있다. 작품 제명 ‘숲’(forest)은 ‘휴식을 위하여’(for-rest)라는 의미로 분절된다. 자연의 품으로, 자연의 품 안에서 그림으로 만드는 멋진 음악! 

정민희, 낯선 그곳의 그리움_80.3x100_Drawing on paper_2015



III. 에필로그_피어라 꽃 청춘
이번 전시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취지의 전시임에는 확실하다. 그러나 이 전시는 ‘동탄아트스페이스’라는 멋진 예술기관이 관내의 젊은 작가들에게 쉽지 않은 기회를 선물 주듯이 ‘수혜를 베푸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것은 외려 화성시라는 지역에서 전문 예술가가 되는 수련기를 힘들게 거친 ‘새내기 신진 작가’들에게 이 지역을 잊지 말아 달라는 청유의 메시지이자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쳐 달라는 구애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은 화성시를 기억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비록 기성세대가 다수이지만 마음은 신진들처럼 열정으로 이 지역을 문화 예술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화성시문화재단의 결의이기도 하다. 이 지역으로부터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는 거장의 예술가가 나올 날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요원한 일일까? 결코 아니다. 포스트 이머징 프로젝트(post-emerging project)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이머징 아티스트들이여! 한 송이 멋진 꽃으로 피어라! ●


출전/

김성호,「신진 작가들의 포스트 이머징 프로젝트, (2016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공모전- 피어라 꽃청춘 전, 2016. 3. 17-3. 31, 동탄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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