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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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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사이에 숲이 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가 당신을 할퀼까봐, 혹은 당신의 주먹이 내 가슴을 칠까봐, 우리 둘 사이에 놓인 숲이다. 당신과 내가 마주 보는 사이에 놓인 이 숲은, 당신과 내가 마주 본 세월만큼이나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울창해진 적이 없다. 우리는 이 숲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경계한다. 숲이지만, 숲이 되어서는 안 되는 숲. 때문에 약속처럼, 때론 당신이 때론 내가 이 숲에 불을 놓는다. 나무들은 자라지 못하거나, 당신과 나의 관계처럼 기괴하게 웃자란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작은 관목들도 스크럼을 짜지 못하고, 혼자 외롭거나 옆으로 자란다. 키 작은 풀들만이 잔디처럼 번질 수 있다. 이상한 숲이다. 누구도 이 숲에 들어갈 수 없다. 물을 마시기 위해 숲을 지나 온 노루의 발자국 밑에도, 공중을 나는 백로의 그림자 안에도, 지뢰가 숨어있다. 이상한 숲이다.  


* DMZ(비무장지대) : 휴전협정 이후 직접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간격을 두도록 한 완충지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이 찍은, 기묘하고 슬픈 DMZ 숲 풍경


민통선과 DMZ은 누구나 쉽게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은 2009년 봄부터 가을까지 한국전 60년을 돌아보는 출판기획으로, 민통선과 DMZ 지역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이상엽은 그곳에서 전쟁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는 여러 증거들을 볼 수 있었다. 일상인 듯 도로를 질주하는 전차,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헬기, 팽팽하게 조여진 남방한계선 철책 등... 


여기서 유독 이상엽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DMZ 안의 숲이었다. 나무들은 아예 자라지 못하거나, 기괴하게 웃자랐다. 서로 무리를 이루는 관목과 덤불들조차 외따로 서 있거나 옆으로 자랐다. 키 작은 풀들이 산들거리는 초원, 물을 마시는 노루들 역시 잘못 그려진 세트장 같았다. 어디서도 이런 숲을 본 적이 없었다. DMZ이 세계 유일이듯이.


57년이 지났으니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야 했을 나무들이, 남과 북이 서로의 시계확보를 위해 수시로 놓는 산불로 인해 ‘숲’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숲이면서, 숲이어서는 안 되는 숲. DMZ 숲의 운명이었다. 숲에 불을 지를 때마다, 땅 아래 묻힌 지뢰들이 축포처럼 터진다고도 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숲을 지나 온 노루의 발자국 밑에도, 공중을 나는 백로의 그림자 안에도, 지뢰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상엽의 카메라는 총처럼 그 숲을 겨누었고, DMZ 숲 연작을 전리품으로 거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슬픈 현실을 증거하는 숲이자, 이상하게 기묘해서 아름답기조차 한 숲으로서, 오히려 무기로서의 총과, 총부리 겨눔에 항거하는 서정적 전리품이 되고 있다. “만일 허가되지 않은 사진을 공개할 경우 불이익은 감수하라”는 나직한 경고 속에 거대한 망원렌즈로 밖에는 담을 수 없었던 풍경이지만, 흐릿한 망점조차 다가갈 수 없는 DMZ 숲의 운명을, 한반도 땅의 1/250(총 907㎢ 약 2억 7천만평)을 DMZ으로 지닌 오늘 우리의 현실을 강조할 뿐이다. 


먼 훗날 이 땅이 평화로울 때 그의 사진이 ‘긴장’ 되었던 때를 떠올릴 교훈의 도구이길 바란다는 사진가 이상엽. 오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이상엽의 이상한 숲 DMZ’이라는 제목으로 이 DMZ 숲 연작을 전시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다큐멘터리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 운영자로서 전 방위적인 부지런함을 내남없이 인정하는, 이상엽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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