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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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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1 <인생사용법>

디자인 컨셉 : 디자인이라는 매체의 무한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
  컨셉의 시작은 '사용법'이라는 제목에서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인 여러가지 매뉴얼의 안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평범한 의자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중 1950-60년대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의 '불편한 안락의자에서 편안함 찾기 Seeking  Comfort in an Uncomfortable Armchair' 라는 사진연작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컨셉을 구체화시켰다. 무나리의 사진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는 50대의 남성으로 양복을 입고 등장하지만,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현대의 디자이너, 20대 여성이 유니클로의 의상을 입고 안락의자가 아닌 무지에서 대량생산된 의자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이미지에 등장하는 책은 디자인 및 예술의 역사에 중요한 서적이다. 이러한 컨셉은 이번 전시의 주요매체가 되는 디자인의 개방성과 열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이용되는 디자인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개요 및 전시소개

전   시   명 | 인생사용법
전 시  기 간 | 2012년 9월 13일 (목) ~ 11월 4일 (일)
전 시  개 관 | 9월 12일 (수) 오후 5시
전 시  장 소 | 문화역서울 284 전관
주요프로그램 | 전시, 부대행사, 교육
전 시  분 야 | 디자인, 건축, 미술
출품작가 및 작품수 | 총36팀(68명), 70여점
주        최 | 문화체육관광부
주        관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예 술  감 독 | 김성원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참 여 기획자 | 김상규, 김성원, 정소익, 홍보라
 


 우리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디자인으로 가득 찬 세계에 살고 있다. 디자인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디 사물들뿐이겠는가. 디자인은 이제 우리의 사고, 인간관계, 삶, 도시,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상품으로 변모되고, 상품 경쟁과 전략이 우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확장된 개념의 디자인과 이에 따른 수많은 담론들은 디자인을 풍요롭게 하는 듯 하나 과잉의 아이러니는 디자인의 상대적 빈곤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제품과 그것을 위한 경쟁력과 전략의 과잉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것이 초래하는 결여에 관한 진지한 자기성찰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디자인이 사물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 행동 양식, 사회제도까지 디자인하는 인간 활동의 창의적 범주로 존재하면 할수록 우리의 관심은 그것을 고안하는 디자이너 개개인에게 집중된다. 디자인된 상품과 마케팅 이전에 디자이너 개개인이 자신의 삶, 타자의 삶 그리고 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그것을 구현해 가는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국내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인생사용법>전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디자인의 의미를 묻는 일, 국내 디자인 현실을 되돌아보는 일, 디자인과 삶의 관계를 재설정 하는 일 등은 일견 거창한 화두로 비춰질 수 있다. 그리고 일개의 전시가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며 개운한 답을 제안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생사용법> 전시는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으로서의 디자인, 이에 따르는 제약과 규칙, 상품 전략과 경쟁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자유’를 제안하고, 이들이 구상하고 디자인하는 모든 사물들과 행위들이 어떻게 우리 삶과의 연결될 수 있는가를 모색한다. 디자인 과잉이 초래하는 상대적 결여 사이에서 <인생사용법>은 보다 진지하고 보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이번 전시제목인 <인생사용법>은 프랑스 소설가 조르쥬 페렉의 최고의 걸작인 <인생사용법>을 그대로 차용했다. 페렉의 소설 <인생사용법>이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하나씩 풀어 놓듯이, 이번 <인생사용법> 전시 또한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각기 다른 사물들과 행위들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생이라는 방대한 삶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지도는 아니다. <인생사용법> 전시는 한 사람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그리고 또 더 많은 더 복합적인 삶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경로를 제안하고 있다.
 디자인의 영역을 인간 활동 전반으로 확장하며 우리의 사고와 삶을 고안하는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들의 자유로운 제안들이 모인 <인생사용법> 전시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자기창조로서의 디자인을 지향하며 예술과 디자인의 상관관계를 모색하는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김성원 기획), 불특정 다수의 삶보다는 특정한 삶에 집중하는 <어떤 삶을 위한 디자인>(김상규 기획), ‘우연한 사건’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소멸되는 열린 개념의 공동체의 삶을 디자인하는 <우연한 공동체>(홍보라 기획),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정받지 못하고 숨겨지는 삶에 관한 <눈 아래 공간, 등 뒤의 삶>(정소익 기획)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디자인의 필연성을 색다른 각도에서 인지하며 동시에 우리의 시선과 의식의 사각지대를 반영하고 있다. <인생사용법> 전시는 일상 사물들, 일상적 행위, 일상적 삶 등 너무 평범하거나 익숙해서 보지 못하는 것,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용한 선언들이다. 본 전시에는 총 36명(팀)이 초청되었으며, 이들은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을 제안했다. 디자인 페어 혹은 기존 건축전시와는 사뭇 다른 과정을 통해서 제작된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전략과 경쟁의 디자인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삶을 고안하는 디자인으로서 또 우리에게 색다른 취향과 감수성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예술감독 : 김성원

우연한 공동체 * 기획자 : 홍보라
개인과 개인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코뮨, 공동체에 주목
*참여작가 : 김수향, 길종상가, 노네임노샵, 더북소사이어티,Randi & Katrine(란디와 카트린), 황지은, 고가현 

눈 아래 공간, 등 뒤의 삶 * 기획자 : 정소익
눈아래 공간, 등 뒤의 삶 비공식적 공간과 삶에 주목, 그 가능성을 모색
*참여작가 : 박민준, MOTOElastico(모토엘라스티코), Nils Clauss(닐스 클라우드)+박남희, 랜덤웍스,  SOA(소사이어티 오브 아키텍춰), SWBK, 정소익+한철구, 최재원, 신혜원+김재경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 * 기획자 : 김성원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
*참여작가 : SMSM, 오창섭, 이의주, 잭슨홍, 이상진, 박진우, 이상혁, 김영나, 이미경, 김황+김동현, Karl Nawrot(칼 나브로)

어떤 삶을 위한 디자인 * 기획자 : 김상규
한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집단을 위한 디자인
*참여작가 : Traagform(트라흐폼), 곽철안+박진일, 구병준, 김상규, 민병훈+민진아, 박활민, 정순구, 하이브, 차일구

세부 프로그램

1) 전시 섹션별 내용 및 출품작 안내

  ▣ 우연한 공동체 Accidental Commune / 홍보라 기획
  <우연한 공동체>는 오늘날 공동의 목표나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동질성에 방점이 찍힌 안정 지향적인 공동체가 아닌, ‘우연한 사건’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소멸되는 열린 개념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코뮌주의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이는 목표와 이유에 근거한 합리적인 공동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 혹은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의 공동체까지도 포괄하며, 그 구성단위가 복수의 사람 뿐 아니라 이미 온전한 하나의 집합체인 개체 (개인), 그리고 동물, 식물, 사물, 기계까지 아우른다.

  이 공동체는 우발적이고 우연한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본 섹션은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되기까지 개체가 모이고 흩어지고 순환되는 '우연을 가장한 일련의 구성 질서'에 주목한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상이하고 특이한 개체들은 - 그것이 단체든 개인이든 - 모두 이 <우연한 공동체>라는 전시를 매개로 또 하나의 임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흩어진 개인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모습은 전시를 위해 우연히 모인 개인들이 다른 성격의 작가들과 협업하여 제시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들을 아카이브 내지 작품을 통해, 또한 SNS 등의 방식을 통해 드러내며 완성된다. 

  전시 공간의 구성에 있어서도 서로 독립적이지만 일부 서로 얽혀 있기도 하고, 또 광장과도 같은 공동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열린 광장으로서의 공동 공간은 전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번식하게 될 아카이브와 다양한 일시적 이벤트로 채워질 것이다. 

<출품작 소개>
 
-김수향 (Kim, Sue-hyang) _나의 시장 만들기 (Make My Own Market)
 카페 수카라를 운영하는 김수향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삶에서 흙, 물, 공기의 가치를 재발견 하며 그것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일여 년간의 준비 끝에 김수향은 도시 농업과 산물들을 가공해 판매하는 사람들, 음식과 관련된 물건을 만드는 핸드메이드 작가들 등 흙과 음식, 사람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인 마르쉐를 실현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김수향을 둘러싼 공동체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네임노샵 (Nonamenoshop) _주방 단원 (Kitchen Scout)
 노네임노샵은 전통적인 공론장이자 제의적 수단인 부엌에 주목하고 부엌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과 이를 매개로 한 공동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야외활동이 가능한 이동형 부엌 키트를 제작한다. 어느 곳에서나 사용 가능한 부엌의 사용 방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매개체로써 부엌의 기능을 재발견 하고 <우연한 공동체> 참여 작가들이 실제 전시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자 장치로 기능한다.

-더 북 소사이어티 (The book society) _협의의 무대 (Ground for discussion)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공동체는 책을 유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온 공동체이다. 이들은 담론 공동체를 조직해 온 자신들의 기능을 전시장으로 옮겨와 “인생 사용법” 전시 맥락에 안에서 새로운 사건들을 도모한다. 그것은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공동체의 활동을 기록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우연한 공동체>에 엮인 공통의 관심사를 수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길종상가 (Kj arcade) _길종상가 서울상가 (kjarcade, Seoul Arcade)
 길종상가에 입주한 목공소, 화랑, 직물점, 만물상은 전시 기간 동안 문화역서울 284에서 이동하고 결합, 분리되며 실제 이태원에 위치한 길종상가의 공동체적 특성을 기능적이고 개념적으로 제시한다. 4개의 바퀴 달린 이동형 상점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되 이웃 상점과 우연히 연결되며, 유연하고 우연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지은 (Hwang, Jie-eun) _우연 구름 (Serendipity Cloud)
 황지은은 전국에 흩어진 개인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자들의 강연기부행사인 ‘10월의 하늘’로 실현시킴으로써 가상 공간에서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왔다. ‘우연 구름’은 10월 마지막 토요일 벌어지는 ‘10월의 하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생성되고 맺어지는 관계들을 보여준다.

-고가현 (Koh, Ga-hyun) _방문객 (Visitor)
 그래픽디자이너인 고가현은 공동체 마을에 우연히 들어온 방문자로 각각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에 대한 이해를 유럽 방랑자들의 언어인 호보싸인(Hobo Sign)에서 영향 받아 기호화하여 보여준다. 이는 사회를 이루는 무수히 다른 개인을 바라보는 한 개인의 주관적인 인상을 시각 언어로 표현하면서, 작가에게는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자신을 재발견하게 하는 작업이 된다.

-란디와 카트린 (Randi & Katrine) _타워맨 (Towerman)
 사람과 건축, 자연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의인화된 집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및 공간설치작업을 해 온 덴마크의 작가 듀오 란디와 카트린은 그들이 바라본 서울의 도심에 대한 첫인상을 토대로 대형 목조 조형물인 타워맨을 만들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북유럽 디자인 특별전을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을지로의 빌딩 숲 안에서 약 반년의 전시를 마치고 문화역서울284의 삼등대합실에 ‘우연한 여행객’이 되어 합류하게 되었다. 외부 조형물로 제작되었지만, 본 전시를 위해 문화역서울284의 장소적 특징에 맞춰 내부 전시 공간으로 들어옴에 따라 또 하나의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 눈 아래 공간, 등 뒤의 삶 Informal Space, Informal Life / 정소익 기획
  서울에서만 매년 9000여개의 노점상이 ‘무허가’라는 이유로 단속된다. 그럼에도 그 수는 줄지 않아서 단속이 행정의 낭비일 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매년 반복된다. ‘무허가’인 노점상은, 그러나, 실제의 우리 도시와 삶 안에서 마침 거기에 그렇게 있어 가려운 곳을 딱 알맞게 긁어주는 효과 만점의 해법이기도 하다. 길 모퉁이 구석구석에 만들어진 텃밭도 마찬가지이다. 옥탑방도, 발렛파킹도, 길 위의 ‘주차금지’ 타이어도 그러하고, 온갖 ‘방’들도, 널린 재활용품을 남 몰래 거둬들여 우리 주변을 정돈하는 노숙자들도 그러하다. 사회 경제적 용어로 ‘비공식 영역’이라 불리는 이런 틈새 공간, 틈새 행위가 이렇게 사실은 ‘공식 영역’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예상하고 정리하려하는 도시 행정과 도시 계획이 있음에도 이렇게 비계획적이고 정형화되지 않은 도시의 풍경이 끊임없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역설이다. 더우기 그 역설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도시적, 사회적 역학관계가 있고, 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상호갈등과 보완의 양면은 더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우리의 통념이 가르는 ‘공식’과 ‘비공식’의 기준에 혹시 뭔가 다른 관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의 통념 안에 ‘공식’으로 자리잡은 가치나 생각의 과정들이 사실은 ‘비공식’일 수도 있음도 반추하게 된다. 비공식적 공간과 삶이란 공식적 공간과 삶의 자투리라기보다, 어쩌면, 공식적 공간과 삶에 대한 ‘공식’이 실제 공간과 삶을 미처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간극을 메꾸는데 필수불가결한 자생적, DIY식의 해법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들에서 출발한 “눈 아래 공간, 등 뒤의 삶 informal space, informal life”은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정받지 못하고 숨겨지는 삶과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이 전시는 눈 아래와 등 뒤에 있는 여러 공간과 삶에게 ‘이름’을 주는,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않았던/보려하지 않았던 작은 것들, 적은 것들, 느린 것들, 음지의 것들, 미력한 것들을 드러내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다. 동시에 우리가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던 공식과 비공식의 기준을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소리에서 냄새,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 까지를 망라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적이면서 도발적인 관점들을 시도한다. 냉소적이고 선교사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따뜻하고 해학이 깃든, 유쾌한 해석을 지향하는 관점이다.
 
<출품작 소개>

-박민준 (Park, Min-jun) _라디오 서울 (Radio Seoul)
 “라디오 서울”은 해방에서 90년대 까지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방송되었던, 또는 미디어를 통해 기록되고 향유되었던 음악, 음향에 대한 가상의 기록이다. 레코드를 통해 남아있는 다양한 음향 기록들을 분해하고 재조합하여 만들어진 가상의 음원들이 시그널/배경음악/대화/안내 등의 라디오방송으로 표현된다.
 
-모토엘라스티코 (Motoelastico) _빌린-바리케이트 (Borrowed-Barricade)
 “빌린-바리케이트”는 사람들이 공공공간을 사적으로 ‘점유’하고 그 관계를 서로 ‘협상’하는 양상에 주목한다. 시위 및 교통 통제용 바리케이트는 친근한 이동형 가구로 변형되어 전시되며, 방문자들이 사용불가능한 것들을 사용하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지는 '빌림'의 가능성을 경험하도록 한다.
 
-닐스 클라우스+박남희 (Nils Clauss+Park, Nam-hui) _도시의 섬 (Urban Island)
 “도시의 섬”은 8년 넘게 길에서 살아온, 적선 대신 매일 밤 서울의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며 생계를 꾸리는 40대 노숙자에 대한 영상 자화상이다. 이 영상물은 거대 도시 안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힘든 삶의 기록을 통해 사회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도전한다.
 
-랜덤웍스 (randomwalks) _공식적 비공식, 비공식적 공식 (Formally informal, Informally formal)
 랜덤웍스는, 네트워크 환경 안에서의 행동, 생활의 공식/비공식 여부 및 책임 관계가 현실세계에서처럼 대중의 공식적 규칙이 아닌 각 ‘개인’의 의도와 방식, 즉, 개인이 각자의 정보소화능력과 관점 아래 정보 및 데이터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이해하고, 반응하고, 방출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를 조형물과 영상작업으로 표현한다.
 
-소사이어티 오브 아키텍춰 (Society of Architecture) _발렛-다이맥숀 (Valet-dymaxion)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고 있는 발레파킹은 근린상가의 부족한 개별 주차를 도시적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재기이며 도시의 빈 땅을 찾아 주차하는 일종의 의자 뺏기 놀이이다. 또, 복잡한 도시의 동학을 수행하는 비공식적 주체가 되어 강남을 ‘자동차 위주’의 삶으로 유지시키고 있다. 전시는 이를 발레파킹부스의 재배치, 재구성을 통해 보여준다.
 
-에스더블유비케이 (SWBK) _알려지지 않은 사물들 (The Unknown – Undesigned)
 SWBK는 개인/공공영역/그 중간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 가운데서 일어나는 개개인의 디자인 행위-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변형되어지는-에 의해 재조합, 재생산된 사물들을 수집, 기록하여 전시한다. 전시의 가구 및 파티션은 서울에서 직접 채집한 소재를 재생산해 만들어 진다.
 
-정소익 + 한철구 (Jung, Soik + Han, Cheol-goo) _담장 농원 (Farming wall)
 도시텃밭은 개발지상주의에 밀려 괜히 뒤떨어져보이는 ‘뒷’공간이자 우리 주변의 자투리 비공식 공간이지만, 미적, 기능적,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잠재적 공식 녹지 공간이다. “담장 농원”은 비공식적인 무지렁이 공간과 생활을 무대 전면의 공식적 농원으로 탈바꿈시킨다.
 
-최재원 (Choi, Jae-won) _미아리고개 <1994-1996> (Miarigogae <1994-1996>)
 “미아리고개는 매일 파괴되거나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미아리고개가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찾아간 것은 사람들이 거의 떠났을 때였지만 거기 남겨진 것들은 사람들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그곳은 전혀 다른 구획으로 건물이 들어섰고 그 속에서 나는 길을 헤맸고 어디선가 옮겨져 온 나무들이 심겨져 있었다.”
 
-신혜원 + 김재경 (Shin, Haewon + Kim, Jae-kyeong) _옥탑방의 삶 (Informal Life on a Roof top House)
 저소득층의 주거이면서 '최소한의 주택'인 옥탑방은 최소의 공사비로 임시적 모양새로 지어진 최소의 공간이며 도시의 특정한 이면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옥탑방에 건축/디자인을 입혀 기존의 비공식적 모습을 지니면서도 지속 가능한 주거 및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the Designer’s Own Life / 김성원 기획
 오늘날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를 규정짓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각 분야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 새로운 개념의 토탈 디자인 시대에 디자이너의 오브제 앞에서 혹은 예술가의 작품 앞에서 이것이 디자인인가 예술인가를 질문하는 것 자체가 이제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아트의 상관관계, 그 유사성과 차이점, 이것의 상호침투 방식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디자인과 예술의 본령으로 돌아가 보면, 보다 광범위한 세계를 대상으로 실질적 제안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목표는 일부분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규정되는 반면, 예술가는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 이들의 창작은 그 어떤 실질적 적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감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디자인과 예술의 목표는 전혀 다른 선상에서 가동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상이한 목표를 가진 두 분야 간의 상호침투 방식에 있다. 

 호레 파르도는 자신이 살 집을 짓고 사용할 가구를 만든다. 하지만 그는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조각가로서 디자인과 건축을 자신의 작업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위해 디자인과 건축의 프로세스를 밟지만 그가 만든 최종 결과물은 디자인과 건축의 목표와는 사뭇 다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존재한다. 파르도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건축을 다루는 예술가들에게 디자인은 작품의 주제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디자인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그 역할의 수행적 효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듯 ‘디자인으로서의 예술(Art as Design)’은 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이 적용되는 우리 삶에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에게도 예술이 디자인의 주제로 작동할 수 있을까?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기능’으로 구분하며 ‘‘의자에 대한 아이디어는 의자가 아니라는” 도널드 저드의 선언은 오늘날 역설적으로 디자이너에게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을 실험하는데 무한한 가능성을 허용하고 있다.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은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질문한다. 만일 디자이너에게 예술의 특권인 스스로 목표를 규정할 수 있는 절대적 자유가 주어진다면, 이들은 어떠한 제안을 할 것인가? 또 디자이너들에게 이러한 자유는 우리 삶에 어떠한 파장을 줄 것인가? 사회적/공공적 환경과 집단/대상의 관찰에서 필요를 발견하기 보다는 디자이너의 개인적 삶이 환경이 되며, 각각의 디자이너 스스로가 관찰대상이 되고, 디자인 고유 논리와 프로세스를 위반하며, 제약과 자유의 경계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즐기고, ‘필요’를 넘어서는 하지만 ‘필요’하게 만들 수 있는, 그리고 소비와 상품미학에 종속되지 않는 유일한 디자인을 제안한다면…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디자이너 자신을 위한 디자인>전시에 초청된 디자이너들은 조명, 가구, 첨단환경, 라이프 스타일, 웰빙, 그리고 아트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실험한다. 
 
<출품작 소개>
 
-김황/김동현 (Kim, Hwang / Kim, Dong-hyun) _빛 속의 존재 (Being in the light) 
 빛과 시각, 공감각 그리고 사회성에 대한 조명 실험. 폐쇄된 공간의 백열등이 발산하는 빛은 어떤 시간성과 물성을 띠는가? 빛은 개인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가, 절대적 시공간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물질로서 존재하는가? 불을 밝히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는? 빛 속의 존재는 시각의 본질과 조명 디자인의 상관관계 사이에서 표류한다.

-잭슨홍 (Jackson hong) _불타는 화살 (Burning Arrow)
 화장을 위해 고안된 달리는 관으로서, 역동적 낭비를 통해 슬픔을 환희로 승화하는 장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신이 담긴 차량을 밀봉하고 전방으로 질주시킨다. 망자를 담은 차량은 최고 속도로 장애물과 충돌하고, 시신과 차체는 함께 분해되고 소각된다. 참배객은 비산하는 파편과 화염을 지켜보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상진 (Lee, Sang-jin) _창과 빛 (Copylight)
 문화역서울 284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재현하는 작업. 실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복제된 창문의 빛’이다. 창은 타인과의 정신적, 감정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창과 빛은 이러한 소통의 속성에 그와 반대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자기 성찰’의 장치로서 거울을 병치한다.  
 
-이상혁 (Lee, Sang-hyeok) _유용한 실업자 (Useful Arbeitsloser),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 (Listen to your hands), 미체어 (MeChair)
 ‘유용한 실업자’는 언어 장벽, 소속감과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는 작가의 외국 생활이 반영된 조립식 가구 작업이다. 황동 조인트를 돌리는 행위는 작가가 삶의 무게를 조절하고 편안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된다.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는 공기를 통해 서랍들이 연결된 책상이다. 서랍을 열었다 닫으면 압축된 공기 때문에 다른 서랍들이 열리지만, 천천히 부드럽게 서랍을 닫으면 모든 서랍장을 닫을 수 있다. 우리가 가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미체어’는 작가가 의자에 앉는 평소 습관을 모티브 삼아 오직 작가 자신만을 위해 디자인된 의자로서, 새로운 앉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의주 (Lee, Eui-ju) _스마트 퓨너럴 (Smart Funeral), 시간기계 (Time Pendulum)
 '스마트 장례식'은 시계, 나침반, 계산기, 카메라 등 스마트 폰이나 타블렛 PC의 등장으로 실체를 잃고 ‘그림자’가 되어 버린 사물과의 만남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림자와의 만남이 일상인 삶, 그 삶이 과연 스마트한 삶일까?”라고 묻는다. '시간 기계'는 시침과 분침이 제거된 채 여러 시계추가 반복적으로 움직이기만 하는 시계이다. 이 사물은 시, 분, 초로 이루어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시간이 소멸되었다는 사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한편,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오창섭 (Oh, Chang-sup) _내 곁의 키치 (Kitch in my life)
 근대 디자이너들은 키치를 저주했고 그것에서 벗어난 세상을 꿈꿨지만, 그 꿈이 만들어낸 디자인은 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오늘날 한국 사회의 속살은 빨간색 키치로 채워져 있다. 키치와 키치적 소비, 그리고 키치맨들로 가득한 키치의 제국! 사물들의 스타일은 키치에 얼마나 취약한가? 인간의 삶은 키치와 너무 가깝지 않은가?
 
-박진우 (Park, Zin-oo) _30/30 조명 스탠드-나의 혹독한 일기 (30/30 lighting Stand –my bitter diary)
 30일 동안 매일 하나씩 30개의 각기 다른 스탠드 조명을 만드는 프로젝트. 30개의 조명을 한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새롭게 디자인해서 제작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정신적, 육체적 훈련이 된다. 다양한 재료와 만질 수 없지만 존재감 강한 빛으로 이루어진 30개의 조명 집합체는 보기에 따라 기능이 간결한 제품일 수도 있고, 사용하기 어려운 실험작일 수도 있다. 
 
-김영나 (Kim, Na) _일시적인 작업실, 43 (Transitory Workplace, 43)
 이주는 불확실성에 몸을 던지는 일이다. 네덜란드 생활을 잠시 정리하고 한국으로 이주하게 된 작가는, 암스테르담 작업실과 앞으로 얻을 서울 작업실 사이의 ‘‌일시적인 작업실’을 문화역서울 284 전시 공간에 설치한다. 물리적 공간과 일상적 행위를 통해 이주 과정의 추상적 불확실성을 구체화할 수 있을까? 
 
-이미경 (Lee, Mi-kyung) _2층책상 (Bunk Bed)
 물건으로 어질러지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책상. 모든 사물이 한눈에 보이게 수납하고 월별·사안별 정리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복잡한 머릿속을 가시화해 물리적으로 조종하게 한다. 2층 구조로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책상 위 한구석을 늘 차지하는 고양이에게도 흥미로운 공간 구조를 제공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한다.
 
-SMSM _디자이너 K씨를 위한 이상적 다이닝테이블 (Ideal Dining Table for the Designer Mr.K), 디자이너 R씨를 위한 이상적 다이닝테이블 (Ideal Dining Table for the Designer Ms. R)
 Sasa[44], 박미나, 슬기와 민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SMSM은 디자이너의 생활양식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식단을 구성하고, 그 식단을 음식물 모형으로 구현해 맞춤 가구 형식으로 제시한다. 사용자는 식탁에 이미 구현된 이상적 음식들 곁에 자신이 아무렇게나 준비한 음식을 놓고 먹으면서, 이상적 음식과 현실적 음식을 혼동해 가며 건강과 행복에 대한 염원을 달랠 것이다.
 
-칼 나브로 (Karl Nawrot) _<Jean>, <Jean> 
 ‘그래픽 조각’ 혹은 ‘조각적 그래픽’ 작품 '장'은 미술가 장 아르프에게 영감받아 작가가 만든 서체 리노 장(Lÿno Jean)에 바탕을 둔다. 2차원의 추상적 서체 리노 장은 평면에서 떨어져 나와 조각품 '장'으로 재탄생한다. 아르프 조각을 연상시키는 3차원 입체는 리노 장의 분신이자 그 기원을 암시한다.

  ▣ 어떤 삶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 Life / 김상규 기획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에서 보면 사람이 사는 공간은 균질한 평면처럼 보인다. 정작 일상공간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몹시 복잡하다.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대체로 일반적인 삶 또는 평균적인 삶에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것이므로 위성사진을 보는 시각에 가까울 수 있다.

  수십 년 전 포스트모던의 열기가 불면서 다양성이 화두가 되는 듯 했으나 오늘날은 여전히 이른바 모더니스트들이 20세기 전후에 꿈꾸었던 생활양식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예컨대,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다시 관심을 받게 된 독일 가전회사 브라운(Braun)과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미학이라든가 북유럽 거장들이 디자인한 모던 가구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일본의 무지(Muji),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디자인 사용자에 포함시키는 ‘유니버설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등장했다. 생태적 접근은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전지구적 관심으로, 사회적 접근은 ‘90%를 위한 디자인’과 같은 먼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쏠리고 있고 여기에 소셜 네트워크까지 가세하여 탈장소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여전히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적어도 한국 사회의 일상에서는 생각보다 더 독특한 집단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막연히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에서 구체적인 인생을 두고 그 삶을 위한 디자인을 다루는 쪽으로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겠다.

  <어떤 삶을 위한 디자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은 불특정다수, 보편적인 삶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구체적인 대상(한국 사회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집단)을 위한 사물을 제시하거나 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추상적이고 비평적인 사물이나 영상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가 염두에 두는 특정한 삶을 이례적으로 보고 개선하려 한다거나 도와주거나 동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디자이너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주된 소비자층도 아니고 전지구적 연민의 대상도 아니어서 미처 디자이너가 개입하지 못했던 지점을 하나씩 짚어가는 것이다.
 
<출품작 소개>
 
-트라흐폼 (Traagform) _느린 소리 (Traagsound)
 특정한 감각을 극도로 자극하는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은 조금씩 감각장애를 겪고 있다. 단순하면서 원초적인 사운드로 관객 개인의 감각을 치유하고, 또한 다른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느린 소리>는 파이프로 스피커를 구성하여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공간이다.
 
-곽철안/박진일 (Kwak, Chul-an / Park, Jin-il) _당신의 마지막 취향 (Your Last Taste)
 디자인이 ‘더 나은 삶’을 목적으로 한다면 ‘더 나은 죽음’은 어떨까. 게다가 죽음의 의례는 살아남은 자에 의해 치러진다. 이 작업은 “죽는 자가 자신의 마지막 의례를 위한 도구의 소비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이길 기대하는 제안이다. 
 
-민성훈/민진아 (Min, Sung-hoon / Min, Jin-ah) _너에게 보내는 편지 (A letter for you)
 자살을 생각하는 10대들에게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설치 작업. 10대의 유서, 일기 등이 매일 353장씩 출력되고 관객이 답장을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10대들에게 발송된다. 바닥에 쌓이는 편지지는 우리의 관심 여부에 따라 줄거나 늘어날 10대의 자살 인원을 암시한다.
 
-박활민 (Park, Hwal-min) _노머니 라이프/노머니 마켓/잔액부족하우스
            (NO MOMEY LIFE/ NO MONEY MARKET/ URBAN TRIBE HOUSE)
 21세기 저성장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한 생활방식을 디자인 해 보자. 돈이 아닌 것으로 거래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자. 이것은 디자이너가 직접 자신의 작품 거래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으로 위험해진 기존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창조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것이다. 
 
-정순구 (Jung, Soon-gu) _도시 옥상에서의 삶을 위한 디자인 – 옥상에서 마주보다 (Face each other)
 도시의 옥상은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소외된 공간이다. 그 옥상을 도시화 이전의 공간의 모습으로, 단절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있는 공간으로 돌려보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식물을 키우면서 옥상에서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제안이다.
 
-하이브 (HYBE) _잎: 2012년 가을 (LEAF: Autumn 2012)
 옛 소통이 지닌 물질성과 공간지향 감각을 그리워하는 삶을 두고 디자인된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이다. 나무 가지 끝에 달린 미니 프린터는 관객이 남긴 메시지를 떨어뜨린다. 관객은 직접 나무에 메시지를 입력해 싹을 틔우기도 하고 누군가 그 자리에서 썼던 메시지를 주워 다른 관객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차일구 (Cha, Il-gu) _해체를 통한 창조적 작업물 (Creative works by disassembling)
 대량생산하고 유통,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둔 전형적인 산업 디자인 방법론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정해진 매뉴얼에 의해 수동으로 조립해온 소비자들이, ‘해체’를 통해 창조적이며 능동적인 경험을 하기를 기대한다. ‘조립’을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사용하는 IKEA 제품은 ‘해체’라는 정반대 개념으로 해킹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구병준 (Koo, Byung-jun) _스틸라이프 (Still Life)
 사회문화적인 현상들 속에서 방황을 하는 현대인들의 복잡한 감성을 마치 현대판 정물화처럼 하나의 오브제로 표현했다.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 속에서 자신이 꿈꾸었던 것들의 가능성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고급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김상규 (Kim, Sang-kyu) _기러기 아빠를 위하여 (For Goose Daddy)
 자발적인 이별을 선택한 가정의 불안정한 구조를 보여주는 사물들. '기러기 아빠를 위하여'는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과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보면 이 사물들은 혼자 생활하는 가장에게 요긴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드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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