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는 60여 년간의 작업 여정을 거쳐 원숙한 조형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원로 작가, 황규백 (黃圭伯, 1932-)의 근작을 공개하는 개인전을 개최한다. 황규백은 1954년부터 1967년에 신조형과 신상회의 일원으로 초기 한국 추상회화에 몸담았으나, 1968년 도불을 계기로 전통적인 판화 방식인 메조틴트 기법을 익혀 판화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의 작품은 판화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평가를 받으며,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1979, 1981),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1974),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1974) 등 국제 판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의 소장품에 포함되었다. 30년간 파리와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한 작가는 2000년 한국으로의 귀국을 계기로 초창기의 조형언어인 회화로 다시 회귀하였다. 본 전시는 판화에서 회화로, 타향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 그려진 작가의 신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황규백의 회화는 그를 유명한 판화가로서 발돋움하게 해준 메조틴트 판화와는 차별화되는 것들이다. 그는 동판 위에 물리적으로 이미지를 직접 그려나가는, 메조틴트 기법을 통해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한 판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나이가 듦에 따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작가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주친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거친 마티에르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병합된 회화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신작 회화 속 풍경은 추상 화면에 가까운 거친 붓 터치와 흐릿한 윤곽선으로 표현되었다. 이를 통해 매체의 변화가 작가로 하여금 더욱 자유롭게 화면을 구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 RED GOWN ON THE ROCK, 2018, Acrylic and oil on canvas, 121.7 x 101.7 cm
이와 더불어 황규백의 서정적인 화면은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일상적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문, 우산, 바위, 시계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작가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어딘가 비일상적인 느낌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단어들이 나열된 시와 같이, 그의 회화 속 사물들은 은유적으로 배치되어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룬다”라는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커튼으로 반쯤 가리어진 창, 연기가 피어오르는 숲, 목욕 가운이 걸쳐진 바위와 같은 이미지들은 그 너머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로써 그의 작품은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말조차도 필요 없는 무아지경의 순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몰입의 과정이 명상과도 같은 평화로 이어지기를 작가는 희망한다.
이와 같은 평화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간절히 염원해온 것이기도 하다. 6∙25 참전용사로서 3년간 전쟁터를 지킨 그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극도의 잔혹함을 목도하였고, 조국에서 벌어진 참상을 잊지 못해 휴전 후 파리로 떠났다. 그런 황규백에게 미술은 마음의 위안이자 냉혹한 현실로부터의 피난처였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품, <SOUTH AND NORTH SUMMIT>(2018)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은 유독 애틋하다. 그는 오래도록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온 남북의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순간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 우산에 투영하였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반영하듯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풍경을 그렸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노화백의 벅찬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작품이야말로 본 전시의 백미라 할 것이다.
A TREE AND BUTTERFLIES, 2018, Acrylic and oil on canvas, 122.3 x 100.7cm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회고전 이후 오랜만에 대중에 작품을 선보이는 본 전시를 위해 작가는 지난 한 해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 자신조차 어떻게 이 모든 작품들을 완성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번 신작은 젊은 작가에 비견할 만큼의 열정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가나아트센터의 전시장을 사색과 평화의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황규백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어떠한 드로잉도 그리지 않은 채 바로 머릿속에 구상한 화면을 캔버스에 옮긴다. 이로써 구현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상상 속 풍경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평범한 하루의 끝에 환상적인 꿈을 꾸는 듯한 평화의 순간을 관람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CHAIR AND UMBRELLA, 2017, Acrylic and oil on canvas, 122.5 x 100 cm
황규백 黃圭伯 b. 1932
학 력
1968 에꼴 드 루브르, S.W. 헤이터의 아틀리에17에서 수학
개인전
2019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과천
2013 신세계 갤러리 센텀시티, 부산
2012 갤러리 현대, 서울
2010 갤러리 현대, 서울
2008 갤러리 현대, 서울
2006 갤러리 현대, 서울
Gallery H, 서울
2004 갤러리 현대, 서울
1996 핏츠 페브럴 갤러리, 뉴욕
1994 갤러리 현대, 서울
1991 현대화랑, 서울
1990 핏츠 페브럴 갤러리, 뉴욕
1988 현대화랑, 서울
새이퍼 갤러리, 이스트 랜싱, 미국
크리스티 갤러리, 도쿄
1985 현대화랑, 서울
하치반칸 갤러리, 오사카
츠타야 갤러리, 쿄토
1983 존 슈커 그래픽스, 뉴욕
1982 선 화랑, 서울
1981 브라우어 갤러리, 로텐부르크, 독일
해리스 갤러리, 휴스턴, 미국
하워드/맨빌 갤러리, 루브리아나, 유고슬라비아
무라딘스카 니카 갤러리, 루브리아나, 유고슬라비아
1979 HMK 파인 아트, 뉴욕
1978 락포드 대학 갤러리, 락포드, 미국
해리스 갤러리, 휴스턴, 미국
아티쟌느리, 디종, 프랑스
현대화랑, 서울
1977 데 매트르 콩땅포랭 갤러리, 엑상프로방스, 프랑스
1976 비카 쿤스트, 오슬로
1975 브렌타노 갤러리, 뉴욕
헉스트 갤러리, 뮌헨
감레비앙 갤러리, 프레드릭스타, 노르웨이
국립 아트 클럽, 뉴욕
프린트 클럽, 필라델피아
옥스퍼드 갤러리, 옥스퍼드
1974 라 타이유 두스 갤러리, 브뤼셀
1970 보니톤 아트 갤러리, 시드니
켈러 갤러리, 고슬라, 독일
오파베 갤러리, 파리
아틀리에 17, 그라바도 미술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1969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플로리다
주요 단체전
2017 이중섭미술관, 제주
2015 ≪Beyond Mezzotint≫, 갤러리 이배, 부산
1997 ≪서울판화미술제 청주 특별전≫, 청주예술의전당, 청주
1993 ≪한국 현대판화 40년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가 작품전≫, 대구; 강릉
1990 국제 판화 트리엔날레, 베를린
1989 국제 판화 비엔날레, 바르나, 불가리아
1988 크리스티 컨템포러리 아트, 뉴욕
1987 크리스티 컨템포러리 아트, 런던; 도쿄
1986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 브래드포드, 영국
1985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 루브리아나, 유고슬라비아
1984 ≪메조틴트 거장전≫, 갤러리 콜로니얼, 엘 파소, 미국
≪아트와 스포츠전≫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 공식 포스터 전시), 스펙트럼 파인 아트 갤러리, 뉴욕
1982 다색판화 국제 트리엔날레, 그렌헨, 스위스
1981-1982 ≪매직 리얼리즘전≫, 포틀랜드 미술관, 오레곤; 유타 미술관, 피닉스 미술관, 아리조나; 봐즈 미술관, 아이다호
1980 국제 판화 비엔날레, 크라코프, 폴란드
1978 폴란드 판화전, 카토비체, 폴란드
핀란드 판화 비엔날레, 핀란드 중앙미술관, 유배스큘래, 핀란드
1977 도쿄 국제 판화 비엔날레, 도쿄
1976 노르웨이 국제 판화 비엔날레, 프레드릭스타, 노르웨이
1975 국제 판화전, 브룩클린 미술관, 뉴욕
국제 판화대회 비엔날레, 필라델피아
1974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 피렌체
1973 마이애미 국제 판화 비엔날레, 마이애미 아트 센터, 플로리다
≪메조틴트: 흑백과 컬러≫, 메츠거 크라스나우 갤러리, 하츠데일, 미국
1972 국제 판화전, 현대미술관, 상파울루
파리 판화 비엔날레, 파리
1971 제 22회 국제 판화전, 의회도서관, 워싱턴 D.C.
1970 국제 판화전, 리스본
국제 판화 비엔날레, 그라바도 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1969 그라바도 국제 판화전, 바르셀로나
아틀리에 17, 하이파 현대미술관, 하이파, 이스라엘
≪500개의 현대 판화≫, 파리 국립도서관, 파리
제 3회 국제 초청 판화전, 이스턴미시건 대학교, 미시건
아틀리에 17, 마드리드 성 카탈리나 홀, 마드리드
주요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파리
영국 박물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런던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 비엔나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몬트리올 미술관, 몬트리올
프랑스 문화성, 파리
스코페 현대미술관, 스코페, 마케도니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
브룩클린 미술관, 뉴욕
보스턴 미술관, 보스턴
필라델피아 미술관,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미술관, 클리블랜드
유타미술관, 솔트레이크 시티
포틀랜드 미술관,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하이파 현대 미술관, 하이파, 이스라엘
예일대학교, 코네티컷
코넬대학교, 뉴욕
뉴욕 공공 도서관, 뉴욕
파리 국립 도서관, 파리
브뤼셀 왕립 도서관, 브뤼셀
보스턴 공공 도서관, 보스턴
필라델피아 공공 도서관, 필라델피아
SHADOW 1, 2018, Acrylic and oil on canvas, 121.7 x 101.9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