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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 일상적 지층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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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언어'
2019년 하반기 기획공모전 작가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展
2019. 7. 24 (수) ~ 2019. 7. 30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사적언어’ 2019년 하반기 갤러리 도스 신관 기획공모_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28 (갤러리 도스 신관)
■ 전시기간: 2019. 7. 24 (수) ~ 2019. 7. 30 (화)


2. 전시내용

무뎌짐의 공간

글_ 강 정 호
I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책장과 선반은 스쳐가는 기억들이 전시되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그 곳엔 낙서에 가까운 그림, 비뚤배뚤 쓴 글씨, 아무렇게나 주물러 놓은 고무찰흙이 작품으로 선정되고, 때로는 열매, 나뭇잎, 돌멩이와 같은 자연물이, 때로는 구슬, 인형, 팽이와 같은 장난감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머무른다.
  전시가 지속되는 기간은 기억들이 반짝이는 기간과 같다. 보는 이의 시선은 투명한 막처럼 그들의 표면에 살며시 내려앉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겁고 불투명하게 된다. 찬란한 반짝임은 반복되는 바라봄 속에 점차 사그라진다. 보는 이가 더 이상 최초의 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나 선반에 놓여 있는 일용품과 다름없는 사물이 된다.
  그렇다면, 반짝임이 사라진 사물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원래 있었던 일상의 자리로 되돌아 갈 것이다. 그마저 어렵다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사물이 되었든, 쓰레기가 되었든 그들은 빛을 잃은 존재로서 저물었고, 보는 이의 무뎌진 시선은 그 사물을 무심히 일상 속으로 돌려보낸다.         
 

II

  사물의 반짝임이 사라지고 무뎌진 시선이 쌓이는 자리에서 이진영의 작업은 진행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하강하고 퇴적하는 엔트로피의 운동에 자신의 감각을 맡긴 채, 기억의 자취에 대해 고민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에 저물어 있는 사물들을 차분히 되새긴다.

   집안 한 구석에 늘 걸려있던 인상 깊은 그림은 점차 시선이 머물지 않는 벽처럼 되어가고, 테이블에 놓인 귀여운 인형은 시선이 머물지 않는 물건이 되어 시간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이진영은 집안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그림 앞에 다시 섰지만, 그녀가 한 때 느꼈던 ‘깊은 인상’은 거기에 없다. 테이블에 놓인 인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자신이 느꼈던 ‘귀여움’을 여기에 돌이킬 수가 없다. 단지 자신이 그것을 느꼈다는 자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섣부른 상실감에 현혹되지 않고, ‘깊은 인상’과 ‘귀여움’의 부재에서 산출되는 공간감과 원근감을 섬세하고 침착하게 탐색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뿌옇게 옅어지는 기억, 일상적 사건, 사람, 감정들을 처음의 그것으로 기억하고, 바라보고, 느낄 수 없으며, 이들은 곧 불투명한 시간의 겹 속에 놓이게 된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순수한 기억을 지닌 객관적 사실 곧 개인의 역사로 우리의 일상에 존재한다.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여기서 이진영은 ‘순수한 기억’을 언급한다. ‘순수 기억(souvenir fur)’은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제시한 개념으로, 경험적인 현실 바깥에 존재하는 기억의 잠재적인 양태를 말한다. 순수 기억은 소진되거나 상실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 현실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순수 기억은 ‘강함’이나 ‘귀여움’ 같은 감각적인 특질을 가질 수가 없다. 그 대신 그것은 씨앗처럼 그러한 특질의 계기가 된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기억은 잠재되어 있던 순수 기억이 현실화된 것이다. 또한 경험 세계에서 소진된 기억은 순수 기억의 잠재된 양태로 돌아간다. 그래서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이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것이다. 
  아름답게 반짝였던 기억의 순간이 시간의 진행에 따라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는 게 아니라 잠재된 양태로서 일상의 바깥에 머물러 있다는 가정은 기억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온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진영이 기억의 부재를 다루면서도 지나친 감상(感傷)에 빠지지 않고, 탐구를 확장시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 때문이다. 그녀는 기억의 부재에서 산출되는 아득한 공간감과 원근감을 따라가다가 현실 기억과 순수 기억 사이의 경계에 닿는다.
  하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쌓이는 현실의 시간을 벗어날 수 없는 그녀는 순수 기억의 동결된 세계를 바라볼 수만 있을 뿐 횡단할 수가 없다. 돌이킬 수 없이 상실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빛은 저 너머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지만, 그 찬란한 반짝임은 그녀가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감각의 바깥에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더욱 완전한 잠재태가 되는 순수 기억의 역설은, 현실에서 경험되는 기억의 사라짐을 가능한 실재에 가깝게 형상화시키고자 하는 그녀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이진영은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이러한 난제를 해소하는데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두 가지 경험을 얘기한다. 그것은 거대한 얼음 빙하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던 경험과 캐년에 노출되어 있는 지층을 접했던 경험이다. 이는 집안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그림을 살펴보거나, 테이블 위의 인형을 바라보는 행위의 반대편에 위치한 비일상적인 경험이다. 그녀는 아득한 빙하의 내부를 들여다 보다 문득 ‘정지된 시간’과 대면한다. 마치 순수 기억이 감각할 수 없는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기억을 지탱하는 하나의 지평으로서 제시되듯이, 압도적인 자연 현상에서 마주하게 된 ‘정지된 시간’도 끊임없이 지속하는 일상의 시간을 재정립하는 하나의 계기로서 수용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장대한 절벽이 노출하는 지층을 바라보다가 맞이하게 된 ‘순간의 단면’도 덧없이 사라지는 일상의 순간을 재해석하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

거대한 얼음 빙하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느낀 아득함은 정지된 시간, 일상적인 사건에 점점 더 몰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캐년의 첩첩이 쌓인 지층을 보며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게 쌓여가는 일상적 지층으로 시선을 옮겨 중첩된 시간의 절단면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III

  이진영의 작업은 위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응축한다. 그녀는 ‘집안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그림’과 ‘테이블 위의 인형’과 같이 자신의 일상에 실제로 머물고 있는 사물을 매개체로 삼아, 우리 삶에 찬란한 반짝임을 선사한 채 사라지는 기억의 자취를 드러내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시각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기억의 자취를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사물(혹은 그 사물의 이미지)의 표면에 투명한 랩을 쌓는다.
  반복적으로 랩을 쌓는 행위는 이진영의 작업에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그녀는 이를 통해 하강하고 퇴적하는 엔트로피의 운동을 적절하게 형상화시킨다. 랩을 쌓는 행위는 무심하게 지속되면서 친숙한 일상의 사물을 불투명한 공간 속으로 가라앉힌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거리감은 심리적인 소외감으로도 이어져서, 그 사물을 우리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는 공간 자체를 생경하게 마주하도록 만든다.  
  
반복하여 랩을 쌓는 일은 그 대상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결국엔 그것을 떠나보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선 곧, 무뎌진 시선을 갖게 되는 일이라 하겠다. (...) 투명한 랩을 겹겹이 쌓는 반복된 행위로 구현되는 덩어리들은 그것 자체로 고요하고 응집된 일상을 담고 있다. 
                                                                        이진영 「일상적 지층랩」

  랩 쌓기라는 엔트로피적인 행위를 통해, 선명했던 사물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가라앉히고, 그들이 수렴되는 생경한 공간을 ‘겹층’을 이룬 ‘덩어리’로 대면하는 일, 이진영은 자신의 작업에서 구현하고 있는 그 행위를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발언의 의미는 그녀의 작업과 병치시켜서 살펴보았을 때, 파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불투명한 덩어리나 면(面)으로 제시되는 이진영의 작업을 마주하였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감상은, 불가사의한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에 서 있다는 느낌이다. 그 속으로 불투명하게 가라앉고 있는 사물은 일종의 미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공간은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그저 생경하게 바라보게만 만드는 그런 공간이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이진영의 ‘빙하/지층’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그녀의 작업 가운데는 아예 캐년의 이미지 위에 랩 쌓기를 한 것도 있다).  
  이진영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생경한 공간이 그녀가 거대한 얼음 빙하와 대면했을 때 경험했던 ‘정지된 시간’, 장대한 지층과 마주했을 때 경험했던 ‘순간의 단면’을 미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면, 이와 같은 형상화 작업의 궁극적인 지향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산출되는 모든 기억들이 응축되어 사라지는 공간, 즉 현실 기억과 순수 기억이 맞닿는 경계를 감각할 수 있는 무엇으로 제시하는 일이다.     
  이진영은 이러한 경계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을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이는 그녀의 작업에 초대되는 관객들에게도 요구되는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도 나타나듯,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무뎌진 시선’을 가지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서 제시되는 ‘무뎌짐’은 일반적인 둔감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담담히 수용하면서도, 기억의 빛이 스러지는 지점에 항시 머물러 있는 눈길, 아마도 그것이 이진영이 뜻하는 ‘무뎌진 시선’이 아닐까.      



Layer_사진캔버스, 공업용랩_40x50cm_2017



 

3. 작가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석사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

2019 <일상적 지층랩> / Gallery DOS

2016 <Rolling-정지된 일상적사건> / Cyart Document

2014 <어머니, 아내, 딸 혹은 비어있음> / Gallery ADAMAS253

2013 <The Things> / 스페이스 이노


단체전

2018 <#뜻밖의 조각> / 맥아트미술관

2018 <얼굴보다 작은...> / 아트스페이스 PLASQUE

2017 < Vision > / 3 Square Art LLC / 콜로라도, 미국

2015 광복70주년 기획전 < 광화문 연가> / 세종문화회관

2015 스무가지 다름을 위한 서곡 / 아트스페이스 PLASQUE

2015 딸들의 정원 / 아트스페이스 H

2015 광복70주년 기획전 <201_5감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14 한국여류조각가회 초대전 <치유의 공간> / 이대 서남병원

2014 갤러리 초대기획전 <막간탐색> / Gallery Far Beyond

2014 서울조각회 35회 정기전 / 아트스페이스 H

2014 제 28회 한국현대조각 초대전 / 춘천MBC 호반광장

2014 ​GIAF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전> / 세종문화회관

2014 개관기념전 <interpret+바라보기> / 갤러리 Far Beyond

2014 OUTLOOK / 갤러리 ZEIN XENO

2014 Art Project 12 by 12 / COEX

​2013 동방의 요괴들-트라이앵글 아트페스티벌 / 대구예술발전소

2013 조각, 광복에서 오늘까지 / 독립기념관

2013 시선의 이미지 / 이다갤러리

​2012 Archive_on going / 서울대학교 우석홀

2012 Sewing, Digging, Wrapping... / 공간K


수상경력

2017 3 Square Art Juried Exhibition, Gold Award

2016 사이아트 도큐먼트 우수 선정작가

​2016 <한국성과 한국 현대 회화에 대한 모색> 수록

2014 GIAF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전> 입체부문 대(광화문아트포럼회장상)

2014 Gallery ADAMAS253 전시기획 공모 선정 작가


서울조각회 회원

​어느조각모임 회원

정선 로미지안가든 조형물 기획 및 제작​​

홈페이지 : http://www.jylee-art.com



Layer_bookshelf_아크릴거울, 투명시트지인쇄, 공업용랩_170x106cm_2019









canyon_아크릴거울,공업용랩,투명시트지 인쇄_가변설치_2019






canyon_아크릴거울,공업용랩,투명시트지 인쇄_가변설치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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