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적 전환기에 불안이 주는 가치 -
부산현대미술관, 《친숙한 기이한》전(展) 개최
◈ 시대적 전환기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 개최, 불안에 깃든 가치 모색
◈ 섬뜩하고 기이한 현대미술 작품을 매개로 사회와 개인 속에 억압되고 은폐된 진실을 탐색
◈ 4개국 11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다채로운 연계 행사를 마련하여 불안에 내재한 가치 탐구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금년 12월 9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기획전《친숙한 기이한》전시와 다양한 연계행사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4개국 11명의 작가가 참여하였고 회화, 조각, 도자, 설치, 영상, AI조각 등 여러 매체의 22점 35피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친숙한 기이한》展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스며든 불안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현재 우리는 시대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현 시대를 규정하는 ‘초불확실성’, ‘인류세’, ‘메타버스’, ‘온택트’ 등 새로운 용어는 우리가 이미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였음을 일깨운다. 일반적으로 세계는 낯선 변화를 경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포착되는 기이한 지점은 현대인이 낯섦에 반응하는 감각의 정도와 인식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회의 비안정성, 불확실성 그리고 전자매체가 전하는 여러 자극적 정보에 둘러싸여 낯섦을 감지하는 감각이 마비되거나 혹은 일종의 자기방어기제로 낯섦을 외면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불안을 성장을 위한 고통으로 사용하거나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통상 이성을 방해하는 해로운 감정, 정신적 질병이라 인식된다. 하지만 전시에서 불안은 괴로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억압되거나 일상화 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내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전시가 소개하는 불안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마르틴 하이데거의 ‘섬뜩함(uncanny)’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두 사상가에게 불안은 억압되거나 감춰진 진실이 드러날 때 발생하는 기이하고 섬뜩한 정동(情動,affect)이다. 불안이 부정적 감정으로 표출되지만 실상 은폐된 진실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에 두 학자는 모두 동의한다. 프로이트(Sigmund Freud)에게 ‘섬뜩함’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친숙한 것이 환기되며 느껴지는 특별한 공포이다. 이것은 자신 안에 억압되어 있는 소외된 자아 다른 말로 무의식에 감춰진 욕망, 트라우마, 콤플렉스가 불현듯 나타날 때 발생한다. 그는 도시화된 사회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쓴 채로 살아가기에 현대인은 풍요 속 불안을 느끼고 이것이 심화되면 신경증, 우울증, 강박증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에게 ‘섬뜩함’은 감춰진 진실을 발견하게 하는 신호로 그것은 ‘실재(real)’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불안을 인간의 근본정서라 보았다. 일상에서 자신의 유한성, 죽음을 상기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숙명적 순간이 온다면 세속적 가치는 의미를 잃고 적나라한 자신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 자아가 벗겨진 벌거벗은 자신을 마주할 때 생성되는 감정이 바로 ‘섬뜩함’이다. 두 사상가의 이론에서 불안은 감춰지거나 억눌린 것을 감지하는 감각으로 새롭게 규정된다.
전시는 불안을 야기하는 일종의 무대가 되어 무뎌진 감각을 연마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신호탄이 되길 모색한다. 특히 예술의 방식으로 승화된 불안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친숙한 듯 기이한 정동을 선사하고 은폐된 진실에 다가서게 한다. 새로운 세계로의 탈피를 앞둔 현 시점에 부정적 감정이라 인식되는 불안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배후에 존재하는 은폐된 것을 환기시켜 사회의 경계를 재구축하는 원초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을 전시는 강조한다. 나아가 다층적이고 모순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존재를 사유하게 하고 현실 이면의 세계에 대해 상상하길 제안한다.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12월 17, 18일(오후 2시) 양일 간 손몽주와 문소현 작가가 협업하여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을 무대로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인 폴 엘뤼아르의 시적 세계를 신체언어로 표현하는 <이곳에 살기 위하여>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12월과 1월에는 심승욱 작가의 <기이한 포춘쿠키> 이벤트가 지속된다. 2023년 2월에는 부경대학교에서 개발한 유전자변형 ‘GM 바다송사리’와 관련하여 남윤권 교수의 강의가 있을 예정이다. 3월에는 ‘섬뜩함’(uncanny)이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 사회학, 예술학, 미술심리치료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 관람료와 연계행사 참가비는 무료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