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4-05-01 ~ 2024-06-25
박정일
유경미술관
유료
055-632-0670
사진가의 글
대전은 1905년 경부선철도가 부설되면서 철도교통의 근대도시가 되었고, 1914년에는 호남선까지 개통됨에 따라 철도교통의 중심도시로서 지금까지 급속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때 만들어진 철도역사(驛舍), 교량, 터널, 관사 등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과 함께 대전의 근대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탈리아의 무라토리(S. Muratori)는 건물들의 유형학적 분석을 통해 지역의 문화가 역사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전역 동쪽의 소제동에는 예전부터 소제호(蘇堤湖)라는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 소제라는 이름은 중국 소주(蘇州)의 호수와 비견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소제호의 주변에 ‘소제’와 ‘솔랑이’로 불렸던 마을이 있었고, 1920년대부터 주변에 철도관사가 만들어졌다. 1927년에 호수를 매립하면서 전통적인 풍광은 사라지게 되었고, 이곳은 대전의 전통시대부터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과정의 기록들을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국가, 정부, 시민이 협력하는 도시의 회복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경제적 재생에만 비중이 높아져 관광객을 위한 관광 명소로만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문제점으로 발생하게 된다. 살고 있던 주민들이 떠나고 관광객과 대부분 외부인만 채워져 가는 재생지역들은 산업구조나 도시기능, 지역의 잠재성, 고유성, 역사성 등이 무너지고 도시마다 개성과 특성 있는 정체성이 사라지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소제동은 방치되어있는 철도관사와 빈집, 관리되지 않은 골목길과 위험해 보이는 담장,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주민들의 휴게 시설, 커뮤니티 공간, 생활 인프라의 부족 등 거주환경에 대한 문제점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 4월에는 소제동의 대전역세권 재개발 핵심사업인 복합 2구역 재개발 사업의 사업시횡계획을 인가해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으로 재정비 촉진지구인 소제동 291-2번지 일원 28,369 에는 상업복합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대전시 동구는 총사업비 1조 3,700억 원을 투입해 곧 태양광설비 이전공사 등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신산업,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심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것이 그것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까지 지켜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소제동을 채집하면서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이미지 속의 사물들을 활성화하면서 현재의 시간을 그리고 상상의 마음은 또 다른 경계의 너머로 도시재생을 전이시킨다. 나는 언제나 이상향을 꿈꾸고 있으며 그것은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현실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업의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희망하고 갈구하는 것을 가시화하고 밖으로 끌어내어 보여주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이고 환영 같아 보이겠지만 결국은 그러한 행위 자체가 사람들을 희망의 세계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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