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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Drawing 51: 피정원 Archiv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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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al Painting: 감각의 기록, 기록의 감각

윤여진 | 소마미술관 학예연구사


피정원의 작업은 ‘추상적(non-representational)’이다.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 특정한 형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 고유의 재료 조합과 기법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의 시간성,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흔적과 감각의 ‘아우라(Aura)’를 형성한다. 그가 구현한 특정한 이미지들은 대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숭고함, 장엄함, 심연의 고요함과 같은 압도되는 감각을 환기한다.

특정한 표현으로 형용할 수 없는 이러한 ‘감각’은 ‘추상적(emotive abstraction)’이지만, 실존하는 구체적 ‘경험’이기도 하다. 작가는 치밀한 실험을 통해 물감의 흐름과 번짐, 시멘트와 오일 등의 재료를 혼합해 만들어낸 질감, 겹겹이 쌓아 올린 두터운 마티에르의 층위에서 생겨난 균열의 흔적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며, 그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감각’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기록은 ‘단순한 우연’을 배제하고, 작가의 철저한 계획에 의해 ‘통제된 우연’을 담아낸다. 이는 작가가 설계한 방식으로 ‘감각’을 시각화함으로써, 형상화할 수 없는 감정을 진정한 ‘추상(abstractus)—떼어내고 끌어올린’ 이미지로 승화시킨다.


피정원_Archival painting_2021-2025


그만의 조형언어로 발현된 이 ‘추상 이미지’의 이면에는 방대한 양의 ‘아카이벌 페인팅(Archival Painting)’이 존재한다. 작업환경의 온습도, 각 재료 간 혼합 비율, 표현 기법 등 물리적 요소들과 더불어 개인의 감정을 수년간 기록하고 실험한 ‘아카이벌 페인팅(Archival Painting)’은 마치 일기처럼 작가가 경험한 감각의 흔적을 담아내고, 회화의 내면을 드러낸다.즉, 감정의 ‘비가시적(추상적) 데이터’가 이 수백 점의 ‘아카이벌 페인팅(Archival Painting)’에 의해 물리적으로, 다시 가시적으로 축적되면서 작품을 구조화하고, 때로는 해체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00여점의 아카이벌 페인팅(Archival Painting)’은 회화의 생성 과정 전체를 고스란히 추적함과 동시에,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 초입의 검은 후프 형태의 입체작품을 시작으로, 벽면을 가득 메운 대량의 ‘아카이벌 페인팅(Archival Painting)’, 그리고 이를 토대로 완성된 대형의 회화 작업, 마지막으로 마주하게 되는 암흑의 공간 속 원형의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마치 원초적 동굴로 회귀하듯, 관람자는 회화가 생성되고 해체되는 반복과 순환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이는 단일한 형태의 완성작 보다 더욱 깊이 있는 감각의 밀도를 드러내고, 작업의 과정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전환 시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하나의 확장된 ‘드로잉’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결과보다 과정’, '완성보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소마드로잉센터의 ‘드로잉’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결과와 과정, 완성과 실패는 그의 작업 과정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공존한다. 그리고 이 치열한 실험의 연속은 그만의 삶의 방식이자 ‘드로잉적’ 실천이기도 하다. “‘감각의 언어’와 ‘작업의 언어’가 만나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피정원은 그만의 고유한 시각언어로 ‘감각’을 ‘기록’하고, ‘기록’을 ‘감각’ 하며 그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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