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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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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서 관념, 가치관, 지식, 세계관 등을 습득해간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 가지게 되는 생각의 총체는 그 사람의 현실세계와 항상 깊은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의 인식은 현실세계와 맞물려 형성된다. 회화도 역시 이러한 현실세계의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단순한 현실세계의 재현에서 탈피해 세계 너머의 다른 세계를 그리려고 한다. 박세진 또한 현실세계의 물리적인 법칙을 초월하는 풍경을 그녀의 작품에 담고 있으며,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의문, 상상 속에서 그녀만의 풍경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세진은 지난 7년 여 동안 베니스 비엔날레, 삼성 미술관, 사루비아의 전시를 통해 꾸준히 풍경화를 선보였다.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의 Golden Age 전에서는 이러한 박세진의 풍경작품세계를 함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Golden Age 골든 에이지는 일차적인 의미로 어떤 대상의 황금 시대, 전성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빌자면, Golden Age는 모든 개체의 존재가 인정되고 캔버스 속에 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없고, 여기부터 저기까지 쭉 연결된 세계이다. 박세진은 ‘노인의 공간’이라는 작품에서 이 개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노인의 공간’은 황금빛에 가까운 풀들로 뒤 덮인 산의 풍경화로서 2월의 한국의 여느 동네뒷산 풍경을 담고 있는데 이는, 봄과 겨울의 중간, 싹이 오르는 시기이다. 풍경 속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노인의 옷걸이가 되고, 낡은 의자나 가구들은 노인이 쉴 곳을 제공해준다. 결국 그녀가 생각하는 Golden Age는 풍경 속의 모든 개체들이 하나가 된 공간과 시간이며 그것은 결국 모든 것이 완벽한 황금기인 셈이다. 


“삶이란 살아가다의 연속성, 그래서 확인하게 되는 시간, 시간이 멈춰진 듯 보이는 장소에서도 시간의 부재는 흔적을 남기고 저는 그것을 뒤늦게 찾아내었습니다.”    –작가 노트중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항상 우리를 지배한다. 우리는 언제나 어떤 특정한 시간에 어떤 특정한 공간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경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현실세계 속에서 사진이나 일반적 풍경화는 어느 한 순간만을 포착하지만, 박세진은 그 시공간을 왜곡시키고 변형하여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선 수많은 물감의 얼룩이 모여 캔버스 면을 이루고 하나의 풍경이 되며, 풍경화에서 원경을 넘은 재현을 통해 풍경 밖의 세상의 연결을 꿈꾸고 있다. 지금 우리가 머무른 이공간과 시간은 누군가가 머물다간 과거일수도 지나갈 미래일수도 있는 것처럼 시간의 연속성과 함께 박세진의 풍경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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