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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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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신미경의 개인전이 오는 19일부터 한 달간 국제갤러리 본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비누로 만들어진 그리스 조각상을 비롯해 한국과 중국 스타일의 도자기 총 40여 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신미경의 다채로운 비누조각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8월부터 약 100일간 경기도미술관에서 선보여진 프로젝트 <트랜스레이션-그리스 아르카익 조각상(Translation- Greek Archaic Sculpture)>이 포함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비누로 제작된 세 개의 그리스 청년 나체 입상과 두 개의 비너스 조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리석으로 만든 서양의 전형적인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영원하지 않음의 대명사인 비누로 제작해 야외와 실내에 설치한 후 초고속으로 유물화 과정을 일으키는 작업이다. 작가는 런던과 서울에 거주하며 고대 유물과 조각상 등을 비누로 재현하는 작업을 통해 조각의 전통적인 개념을 재해석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으나 야외에서 자연현상에 의해 유물화 되어 간다는 점에서는 처음으로 시도 되었다.

 

이와 함께, 관람객들은 국제갤러리 내에 전시된 총 8 점의 그리스 조각상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이 중 네 점은 일정 기간 동안 경기도미술관 수공간을 포함한 야외에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자연적으로 마모되고 유물화된 조각상이며, 다른 네 점은 유물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본에 가까운 조각상에 채색이 된 작품들이다. 또한 전시장 내에는 화장실에 배치되어 유물화 과정을 거친 비누 비너스 상이 전시되며, 전시장 밖 화장실에는 관람객들이 손을 씻을 때 사용하여 조각상의 마모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비누로 된 작품이 배치된다. 놓여진 장소, 기간, 직접 손을 댄 관객에 의해 각각의 작품은 유일무이한 독특함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신미경의 작업은 결과물 자체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놓여져 쓰여지고, 닳아지는 과정을 통해 장소성과 역사성을 가짐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박물관에 놓여져 있는 유물의 의미와 가치에 일맥상통 한다. 마치 파르테논에 서있던 돌 기둥은 만들어졌을 때의 그 돌기둥의 의미가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에 놓여져 수천 년간 비와 바람을 맞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과 동일하다.

 

유물화 과정이란 시간이 만들어 준 가치를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직접 체험케 하는 행위이다. 돌 조각이 수천 년 세월에 의해 마치 비누처럼 닳아지고 그 세월 속에서 역사성을 갖게 된다. 말하자면 수많은 세대를 만나게 되고 다른 방식으로 읽히게 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조각은 원래 전체 채색된 것이었으나 시간에 의해 색이 다 지워져 로마 시대로 넘어올 때 하얀 단색 대리석으로 재현되었고 후대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리스 조각이 흰색이라고 믿어왔다. 이는 또한 같은 예술작품이지만 시대마다 새롭고 다르게 읽히게 되는 이치와도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작품이 전과 다른 새로운 의미를 띠기 때문이다. 비평가 존 러셀(John Russell)은 이에 대해 “우리가 이번 주에 본 것은 다음 주가 되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과거와 현재, 공간과 장소, 각개의 언어들 사이의 다다를 수 없는 간극 들이 만드는 문화 현상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대하는 대중들 개개인의 경험을 기록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11월 1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한 달간 열린다.

 

신미경은 서울과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로,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슬레이드 스쿨오브 파인아트를 졸업하였다. 그녀는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서 국내외에 작품을 선보인 바 있으며, 2004년과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 전시에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현대적 맥락으로 해석된 그리스-로마 조각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영박물관에서의 처음 전시인, 2004년에는 작가의 자소상을 직접 제작하는 퍼포먼스를 보인바 있으며, 2007년에는 한국관의 대표적인 유물인 달항아리를 대신해 비누로 된 달항아리를 전시해 조각의 새로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신미경 작가는 오늘날 예술작품들의 재료로 사용된 바 없었던 재료인 비누를 가지고 예술의 역사를 탐구한다. 그에 있어서의 비누는 마치 각 언어 사이의 간극, 문화권 사이의 간극처럼 비 언어권에 있는 공간의 언어와 같은 것이다. 아울러 그녀는 기존의 전통 조각작품들-아프로디테에서부터 부처상, 나아가 동양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소재로 전통이라 정의 내려진 조각의 개념을 재해석 한다.

 

비누와의 작업의 계기는 런던으로 처음 건너간 작가 신미경이 매끈한 서양의 하얀 대리석과 비누의 질감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박물관에서 발견된 오래된 돌 조각들은 마치 비누처럼 닳아져 있었고, 영원하다는 것은 인간의 생애의 길이와 관계가 있으며 의외로 영원하지 만은 않다는 기존의 가치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각을 개인의 아이텐티티와 연결지어 해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과 비누의 근본적인 차이를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우성과 열성등의 기존의 가치들과 견주는 화두를 던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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