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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회화전 : 감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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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UNC 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86길 6 지산 B/D B1) 
■ 기    간 : 2015. 6. 4 ~ 6. 26
■ 작    가 : 최승희
■ 문    의 : 김채원 02-733-2798




최승희_전습법 No.1 (Whole learning method No.1)_Black gesso on canvas_73x91cm_2015










강박과 억압의 기화, 내 안의 나를 향한 시선

글|홍경한(미술평론가)


현실을 텃밭으로 한 삶의 결이 녹아 있는 그림에선 그것만의 고고함이 배어난다. 제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우러나는 그것은 때로 그 어떤 화려한 수사보다 감응적이며, 하나의 선(線), 하나의 면, 하나의 색깔이 꽉 채워진 휘황함에 앞서 뜻밖의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건 흡사 지루하게 이어지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단 하나의 각주가 수백 수천의 뜻과 의미를 포박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필자는 최승희의 작업에서도 위와 유사한 유효함을 발견한다. 바로 <전습법>, <들숨날숨> 등의 제목을 한 그의 ‘검은 작업’ 연작이다. 

이 시리즈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사물과 주변 환경, 단상들을 지극히 정적인 단계로 침잠시켜 공명을 유도하는 양태를 취한다. 그것은 때로 언어적이지 않으나 휘도는 에너지를 담지하고 가끔은 현존의 자각을 선험하게 하는 것으로, 내면에 놓인 존재성을 구현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심리적 여정을 목도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지적 명확성을 확연하게 이끄는 화면은 충동이나 욕망과 싸우는 과정 혹은 현실에서의 비움과 채움을 사려 깊게 통제하거나 무언가의 결핍을 읽도록 한다. 

흥미로운 건 작가 최승희의 작업 역시 나이테를 두르듯 화사(畵史)의 누적에 따른 고유의 색깔이 점차 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해석이 가능한 것은 다시 회화로 회귀한(이전 작업은 사진을 이용한 것이었고, 그에 앞서 다양한 설치작품들도 선보인바 있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미적 태도와 고유의 미적 가치, 그리고 그 미학적 범위가 어느 선에서 위치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때문이며 작업 초기의 극적 몰입이 비로소 다시 구현되고 있는 탓에 기인한다. 

근작들은 역사의 강물 속에서 홀로 유영해야만 하는 삶, 그 하나하나의 삶의 편린이 모여 개인적 서사가 형성되고, 예술인과 현실인으로서의 삶에 드리운 억압과 분출의 기로에서 적절히 균형 있게 존재하며 스스로를 보여준다. 단순화된 붓질 속에 담겨진 이것에서 지각되는 건 없으나 그렇게 주체적 개념들을 투영하고 일상을 개입시켜 자신만의 조형성을 창발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이는 상(狀)을 기호화한 이전 사진작업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기 때문인데, 객체화된 형상으로 구현되는 것들에서 이탈해 주관적인 기억들과 감정들을 배어 놓곤 시간의 추에 ‘순간의 지연’을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렇게 해서 작명된 것이 <전습법>, <들숨날숨> 등의 시리즈이다.


최승희_전습법 No.2 (Whole learning method No.2)_Mixed media on canvas 흙손(Trowel)_73x91cm_2015



이 중 <전습법>이 즉흥적 충동의 내연성을 지닌다면 <들숨날숨>은 마치 굳이 숨겨져 있을 이유는 없으나 그렇다고 공연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내레이션을 찰나의 과정 속에 담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전습법>이 순간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동안 스스로를 지탱시켜온 에너지, 자아와 연관된 표출의식임을 포괄적으로, 충동적으로 속기된다면 두 상황을 하나의 화면 속에 대비-안착시켜놓은 <들숨날숨>은 그동안 우회해온 작가의식이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강박 혹은 구속 상태를 은유하는 상태를 지정하며, <전습법>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채 완성의 길을 튼다. 


최승희_들숨날숨 No.3 (Experatory-Inspiratory No.3)_Mixed media on canvas 끌칼(Knives)_73x182cm_2015


최승희의 근작들은 이미지의 채록이자 삶의 반영이라는 큰 형질은 오늘날의 작업에도 유효하지만 작가의 관점이 대상의 기록에서 심리적 기제로 전치되고 있다는 것에서 이전 연작들과 거리감이 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수면 아래 놓여 있던 ‘자신’이 비로소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지정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사에 있어서 또한 비로소 커다란 전환기에 접어들었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한편 근작들은 나른한 여백보다는 실제성으로 인한 실존성이 부각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 속에는 기억이 있고 심리적 부산물들이 부유하고 있으며 사회 및 정서적 연민과 고민, 대상과 현상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감각이 녹아 있다.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생생한 색채와 두터운 질감, 행위를 예술의 한 방법으로 전이시킨 감각의 세계가 내적 이상과 자유롭게 오버랩 되는 표현이 그의 회화양식을 규정짓는 요소로도 규정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장막일 뿐, 유동적인 미 대신 견고한 구축성이 우선하는 것, 화려하지 않으나 깊이가 존재하는 검은 화면, 그리고 그 사이로 비치는 색깔은 작가 인식의 상태로써 발현되지만 균열을 일으키는 일상의 목도가 색채의 감수성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그의 작업이 지닌 특징이다. 

최승희_전습법 No.3 (Whole learning method No.3_Mixed media on canvas 흙손(Trowel)_73x91cm_2015


사실 작가에게 있어 그림이란 타자의 시선에 멈춰진 이미지들의 향연이 아닌, 어디까지나 마음속 어딘가에 감춰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창의적 조어이다. 예술의 가치란 형상을 포함한 다양한 회화적인 요소들을 포함한 부수적 가치로 정의되기 보단 그것이 본질을 이끄는 통로와 교체되어야 하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실존의 가치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작가도 이에 대한 응답을 내부로부터 하달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

최승희_들숨날숨 No.1 (Experatory-Inspiratory No.1)_Mixed media on canvas Paper tape_73x182cm_2015


아무튼 필자의 시각에 그의 그림은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밀도 있게 연결해주는 소통의 다른 표현으로써 기능한다. 또한 욕망하는 인간의 체취, 그리고 복잡한 인간 심리(실제로 심리전문가로써의 작가를 생각하면 그릇된 판단도 아닐 것이다.)를 제한하는 요소에 대한 반등으로서의 양식으로 남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그림들은 궁극적으로 자아와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이며, ‘나’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묵시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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