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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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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주황의 사진은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초상과 풍경을 오가며 독특한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작가는 2009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 <헤이, 우리 소풍간다>을 가지면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에서 여성감정노동자를 소재로 한 <의상을 입어라>를 출품한 이후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시 <온전한 초상 Her Portrait>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작가는 오랫동안 여성 인물사진을 통해 이 시대의 여성정체성에 관한 본질적 질문을 천착해왔다.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여성작가에게 “오늘날 여성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작가에게 미학적 차원뿐 아니라 첨예한 사회적, 윤리적 의미를 함축한 복잡하고 어려운 답변을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 대해 주황은 매우 소박하고 동시에 진솔한 접근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초상사진의 대상을 3인칭 타자가 아닌 ‘너와 나’의 관계에 바탕을 둔 상호주관적 대화의 상황에서 촬영한다.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참여자일 수 있는 작가의 포용적 시각은 페미니즘 방법론을 더욱 정교한 예술적 도구이자 미적 태도로 발전시킨다.

 

화장품 광고, 성형수술 광고 등 미용산업과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대중문화는 외모지상주의라는 고정관념을 우리 삶의 미세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침투시켰다. 주황의 개념주의 사진 (photoconceptualism)이 구사하는 예술전략은 이런 광고 이미지 전략을 차용하여 반복 및 재구성하는데 있다. <온전한 초상 Her Portrait>은 한국의 화장품 광고사진에서 보이는 고유한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포즈, 의상 그리고 디지털 리터칭 기법을 차용한 초상사진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와 공항 곳곳의 풍경을 배경으로 여성의 초상을 재현한 <출발Departure>연작으로 구성되어있다. 주황의 초상사진에서 작가는 모델에게 감정 표현이나 표정들을 가능한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연출 디렉션은 쉽사리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히 관점에서 숨겨져 있어 겉으로 무관심이 지배적인 정조인 듯 보여도 사실 이것은 철저히 위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Departure #2>, Digital C-Print, 170x113cm, 2016


사진 양식의 보면 그의 작업은 ‘무표정 사진 (Deadpan Photography)’으로 분류될 수 있다. 초상이건 풍경이건 주황의 사진에는 감정이 배제된다. 전시장 2층에서 만나는 <출발 Departure> 연작은 이 ‘무표정 사진’의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다. 공항은 고속도로 휴게소, 터미널 대기실, 대형병원, 학교, 강의실 등 기능성만이 우선이고 그 장소만의 고유한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 ‘비장소적’ 풍경이다. <출발 Departure> 연작에서 모델들은 비행기 탑승을 위한 편한 복장,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하고 공항이라는 비장소의 풍경을 배경으로 무표정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공항에서 촬영한 무표정한 여성 인물 사진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답하기 어려운 독특한 시각에서 의미 있는 제안을 시도한다. 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공항은 남성들이 독점해왔으며 배타적인 권력과 부를 상징해왔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공항에서 한국의 여성들이 출국하면서 찍은 초상 사진들은 매우 특수하다. 여행, 어학연수, 유학, 국제결혼 등 요즘 한국 사회의 젊은 여성들에게 해외로 출국할 기회는 잦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염두에 둘 때 공항을 떠나는 젊은 여성들의 무표정은 공항을 떠나는 행위는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공간 저 너머로 건너가는 하나의 통과의례를 치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2>, Inkjet Print, 176x117cm, 2016


미국 작가 테드 창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빌린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연작은 주황의 작업을 동시대 미술의 실천 영역 안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을 제시한다. 작가는 한국 화장품 광고에서 보이는 고유한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포즈, 의상, 조명 그리고 디지털 리터칭 기법 등을 고스란히 차용한다. 이와 같은 모방 전략은 그 사진들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일차적인 반응에서 실제적인 효과를 드러낸다. 사진을 처음 대면하는 관객들은 이 사진들이 각종 매체의 화장품 광고에서 이미 익숙해진 이미지 패턴을 지닌 것이어서 사진 속의 여성을 으레 광고 모델로 간주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형으로 확대된 사진 속의 낯선 얼굴, 광고에서 봐왔던 것과는 다른 시선 처리 방식 등을 통해 그 얼굴들이 유명 영화배우나 연예인 혹은 패션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Series>, Inkjet Print, 176x117cm, 2016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설치 전경)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의 여성들은 광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기성 모델들과는 달리, 카메라 뒤에 선 작가와 긴장된 특정한 관계 혹은 심리적 태도를 설정한다. 그들은 관람자가 일반적 광고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광고 모델에게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다른 무엇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이 유명 광고 모델들만큼 아름답지도 않고 아우라도 없고 그저 스타의 스타일을 좇아서 메이크업과 포즈를 모방하며 최선을 다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본래 자아를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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