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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Be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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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ANG-SOㅡBecoming
2017. 10. 17 - 2018. 1. 12 우손갤러리 기획전



우손갤러리는 2015년 첫 전시에 이어 오는 10월 17일 이강소의 두 번째 개인전 <BECOMING>을 개최한다. BECOMING은 이강소의 실험성 강한 초기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최근 흙을 던져 만드는 (만들어지는) 세라믹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타이틀로도 꾸준히 등장하는 작업의 핵심적인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창조적 언어를 탐구해 오고 있는 이강소의 행적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초기 전위적 퍼포먼스가 어떻게 조각과 회화로 전환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주된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LEE Kang-So From an Island - 02006 2002, lithograph, gold leaf, ed.30, 56 x 76 cm  (Courtesy of the artist)

1973년 명동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그는 일주일 동안 갤러리 안에 선술집을 설치하고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 찾은 방문객에게 예상치 못한 시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이례적인 해프닝을 벌였다. 이제 막 30세에 접어들었던 젊은 작가의 이처럼 도발적인 시도는 국내 미술계뿐 아니라 국제적 무대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1975년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초대된 이강소는 닭을 3일 동안 전시장에 방사시켜 그 흔적을 기록한 이른바 닭 퍼포먼스 Untitled-75031와 세 마리의 사슴 뼈가 순차적으로 부식되어 소멸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설치 작품 Untitled-75032을 발표하여 뜨거운 반응 속에 프랑스 국영 TV에 소개되는 등 또다시 모든 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그의 번득이는 재능을 인정받았다.

LEE Kang-So Becoming - 13146 2013, ceramic, 47 x 72 x 45 cm (Courtesy of the artist)

현재 이강소의 주된 작업인 회화나 조각 작품에서 짐작하기 힘든 과감하고 도전적인 70년대 활동에 관해 서두에 길게 설명한 것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 이강소를 재조명하려고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거듭 말할 것도 없이 70년대 이강소가 몸소 시도한 행적들은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던 한국의 현대 미술사가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눈부신 활약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이강소의 초기작품을 실험미술 또는 전위예술의 범주 내에서 해석하려 한다면 그는 70년대를 화려하게 살고 사라진 전위 예술 작가로 전락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강소는 80년대에 들어서 마치 다른 작가로 태어난 것처럼 그동안의 작업 방식과 다르게 본격적으로 조각과 회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전개 과정이 겉보기에는 갑작스러운 변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강소의 관심은 항상 실체実体와 이미지 사이, 그리고 이미지를 뛰어넘은 무無의 존재存在가 남긴 흔적 또는 자취를 통해 실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초기의 실험적 작업이 그의 조각과 회화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실재라고 확신하는 반면 시각적인 인식이 불분명한 것 또는 미처 시각적인 지각이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식’이 가져다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Lee Kang So. 청명 Serenity-17112 2017, acrylic on Canvas. 130x162cm  (Courtesy of the artist)

이는 이강소의 회화에서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사물은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남긴 흔적 또는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현실에서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제한적이고 우리가 실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존재의 허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강소의 회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슴과 오리 배 등은 80년대 후반 회화 속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실험성 강한 설치작업과 퍼포먼스를 통해 70년대 초 이미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었고, 회화 속에서도 생성과 소멸 즉 삶과 죽음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암시적 시공간을 유발하는 존재의 흔적이라는 문맥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LEE Kang-So From an Island - 02010 2002, lithograph, gold leaf, ed.30, 56 x 76 cm  (Courtesy of the artist)

얼마 전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기획전 ‘A Bigger Splash’에서 이강소의 작품은 60-70년대 행위 예술을 선도한 세계적인 대표 작가들과 함께 전시되었다. 또한, 일찍이 그 재능을 인정받은 이강소는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그리고 하종현 등 당시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최연소 작가로 국제전에 초대되는 일이 많았고, 최근 들어서 단색화가 미술시장의 부흥과 함께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서 단색화라는 타이틀 아래 다시 단색화의 제2세대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강소의 작품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작업 형식이나 세계 미술사의 흐름에 범주 하는 특정 미술운동에 끼워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실상 그가 예술 활동을 통해 (쟝르에 상관없이) 진정 추구해 온 것이 무엇인지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를 오리작가가 아닌 작가 이강소로 새롭게 인식하게 될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7년 10월 큐레이터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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