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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지 한국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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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갤러리에서는 오는 5월 4일부터 6월 29일까지 오수지 작가의 전시가 진행된다.자신의 삶의 동선에서 만난 모든 장면, 사건, 사물들에 친밀한 애정으로 가지고 그것을 기꺼이 작 품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수지, 4월17일, 한지에혼합재료, 193x132cm, 2015


오수지, 다들 제 짝이 있는데, 한지에혼합재료, 116.8x91cm, 2018




바닥의 시선 속에 건져 올려진 일상의 순간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발적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을 필연적인 운명으로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 일상의 드라마는 매일 같이 반복되지만 결코 동일화의 라인, 동질성의 틀 안에서 단일한 하나의 모습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수지는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 안에서, 무수한 중첩의 주름 안에서 마주친 사물과 장면을 섬세하게 응시하고 건져 올린다. 조감의 시선에 의해 납작하게 떠내진 화면 속 장면은 보는 이를 은 밀한 구경꾼 내지 관음적인 시선의 공모자로 몬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 대의 남녀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음식물을 먹고 술을 마시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인데 이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구도 아래 걷잡혀 있다. 또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 공간의 한 모서리로부터 파고 들어가 엿보는 시선을 안기면서 누군가의 일상, 실내 공간을 목도 하게 한다. 그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화면 곳곳에 슬그머니 빨래대에 걸린 속옷을 그려 보이거나 베일에 가려진 장면, 혹은 화면 가장자리 어디쯤에 바짝 붙여 놓은 남녀가 밀착된 모습을 깔아 놓았다. 일상 속에 숨 쉬듯이 자리한 에로티시즘이거나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아다. 공간은 단일한 성격, 사물, 층위로 응고되어 있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가변성의 욕망과 기호, 사물 등으로 어질하다. 지인들과의 식사나 술자리에 참여한 장소, 개나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 내지, 작업과 휴식과 빨래 등의 살림이 공존하는 가정 등이 오수지 작품이 그려 내는, 비근하면서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은 또한 다채로운 사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 사물은 인간의 신체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유심히 보면 결국 이 그림은 특정 장소를 흥미롭게 보게 해주는,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에 주목하게 하고 그것들을 시선에 모아주는 흡사 깔때기 같은 구실을 한다. 과감하게 잘려나간 신체와 공간의 기물들 사이에 박혀 있는 것은 작은 사물들, 음식물과 속옷과 바닥에 붙어 있는 애완견이 주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그림의 소재다.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인해 바닥이 두드러지게 자리한 이 그림은 순간 직립한 인간의 눈에서 간과되었던. 소홀히 여겨 내몰렸던, 작지만 친밀하고 '팬시'하며 더없이 우리네 몸과 밀착된 소소한 물건의 존재와 그 물건의 라벨, 디자인, 로고 등에 주목하게도 한다. 수평의 시선, 바닥의 시선, 평면적인 화면 처리란 결국 일상이 전개되는 장소인 이 수평의 실세계를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의 올려다보는 시선과 맞물려 인간 중심적인 주체의 시선, 직립의 시선을 허물고 또 다른 관점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색다른 보기를 유인한다. 개와 고양이가 보는 시선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은근하게 적셔지고 곰삭듯 착색되어 밀려 들어간 색채는 개별 사물들의 존재감을 그 자리에서 당당히 표식시키는 구실을 하는 한편 저마다 하나의 기호로서, 이미지로서 삶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사물들의 생애를 떠올려준다. 한다. 그러니 저 사물 없이는 인간의 삶 또한   없는 것이다. 오수지는 자기 삶의 동선 에서 만난 모든 장면, 사건, 사물들에 친밀한 애정을 지니고 그것을 기꺼이 작품으로 전환 시키는 용기와 힘이 있다. 따라서 그림에 관한 모종의 관념이나 허상이 없다. 주어진 생을 살아내면서 그 우발성의 운명 안에서 자신이 목도 한 장면과 사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과 그 존재에 힘껏 밀착된 감수성으로 흡착해내는 일이 결국 삶이고 그림 그리는 일인 것이다.  

 

-박영택 (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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