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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혜: 천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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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혜: 천의 인연

2018-06-05 ~ 2018-06-10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2018-08-22 ~ 2018-08-27
조선일보미술관



백성혜
SUNGHEA PAIK
A Thousand Ties

2018. 6. 05 Tue ~ 6. 10 Sun 
수성아트피아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수성아트피아 
T 053.668.1800

2018. 8. 22 Wed ~ 8. 27 Mon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33 
T 02.724.6322



겹겹의 시간과 억겁의 만남 :
백성혜의 <천의 인연>

백성혜의 작품 대부분은 중간색이 주조를 이루는 추상 회화다. 대형 캔버스에 수많은 점이 흩어져 있는 화면은 우주 공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무한히 반복된 물결 같은 무늬는 망망대해(大海)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 캔버스의 상하를 가로지르는 나무 둥치 같은 형태가 등장하거나 S자형 파동 같은 형상이 화면을 가로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요소들 역시 추상화(抽象化)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불규칙한 작은 선형(線形)과 작은 색점이 균질하게 흩어져 있지만, 안개에 싸인 듯한 거대한 화면은 전체적으로 태초의 고요함이랄까, 언어가 생기기 이전의 침묵과도 같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천의인연 1713, 227×182cm, Acrylic on Canvas, 2017


일견 단순해 보이는 화면이지만, 균질하면서도 미묘한 색점이 채워진 화면이 생성되기까지는 지난한 작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선, 작가는 화면에 요철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작품 대부분은 2-3mm 두께로 튀어 오른 크고 작은 불규칙한 선들이 화면 전체 혹은 일부에 덮여 있는데, 이는 제소로 이루어진 일종의 저부조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초 작업이 완료되면 화면 전체에 색이 진한 물감(아크릴)을 펴 바르는데, 이 색이 작품의 색조를 결정한다. 이 진한 색 바탕의 물감층이 마르고 나면 투명에 가까운 연한 색을 덧바른다. 수없이 반복되는 붓질에 의해 물감층이 쌓이면서 바탕의 불규칙한 요철의 선형들이 서서히 감춰지거나 드러나게 되고, 진한 바탕색은 서서히 중간색조의 어슴푸레한 공간으로 변화해간다. 이러한 화면은 시간이 축적된 공간이자 작가의 행위가 축적된 장(field)이라고 할 수 있다.



천의인연 1712, 227×182cm, Acrylic on Canvas, 2017

백성혜의 작업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력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다시 대학원을 다니면서는 판화를 전공하고 귀국 후에는 줄곧 판화 작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를 판화 작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판화의 제작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여 손에 무리가 왔기 때문에 다시 붓을 들게 된 것이다. 이렇듯 표현 장르를 두 번이나 바꾸다 보니 작품에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기법적으로나 조형적으로나 백성혜만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화면의 기초 작업으로서 요철을 만드는 작업이라든가 작업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것은 그가 판화를 전공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작품의 독특한 조형 요소라 할 수 있는, 2차원이면서도 깊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화면은 동양화와 관련이 깊다. 진한 색 위에 묽은 연한 색을 수천 번 붓질로 덧바르는 작업 방식은 동양화의 소위 ‘우려내기’ 기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그가 끈적한 유채 물감 대신 수성의 아크릴물감을 즐겨 쓰는 이유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동양화를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물감을 물에 희석하여 반복적으로 겹쳐 칠하는 방법으로 형성된 화면은 행위의 축적을 보여주며, 나아가 오래된 창호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도 같은 시간의 결을 표현한다.



천의인연 1701~4, 180×100cm each, Acrylic on Canvas, 2017


이러한 과정을 거친 백성혜의 화면은 푸른색조든 분홍색조든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푸른색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붓질이 중첩되면서 채도와 명도가 달라지고, 한 화면에서도 부분마다 색의 뉘앙스가 다르다. 은은히 중첩된 물감층의 결과로 표현된 공간감과 빛의 난반사가 이루어진 듯한 화면은 흡사 무중력적인 우주 공간과도 같다. 하지만 그의 화면이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특정한 가시적 대상물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붓질이 중첩된 행위의 흔적으로, ‘묵언수행’과 같은 행위를 통해 도달한 심상(心想)이다.

백성혜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단색조 회화의 범주에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세대이기 때문에 단색조 회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단색조의 화면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붓질 역시 1970년대 단색조 화가들의 방법론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단색조 화가들의 반복적인 붓질이 흔히 ‘수행’의 차원에서 해석되는 것과 달리, 백성혜의 작품에서 반복은 시간의 축적을 의미한다. 또 박서보, 정상화, 권영우 등의 단색조 화가들이 행위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작가의 신체성을 강조하는 데 비해, 백성혜는 행위의 흔적을 최소화한다. 대신 이처럼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과 무수히 반복된 붓질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됨으로써 화면의 공간감은 두드러진다. 또한 행위의 흔적을 드러내지 않은 결과 화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흔적도 없이 끝없이 반복하는 붓질은 불가에 말하는 고요 속의 수행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는 물론 과묵하게 사물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가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요컨대, 백성혜의 단색조 화면은 ‘우려내기’ 기법에 토대를 둔 것으로, 반복적 붓질은 물리적으로는 물감의 축적이지만 바탕색을 지워간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의 행위’라는 점에 그 독자성이 있다.



천의 인연 1510, 194×259cm, Acrylic on Canvas, 2015

그러면 백성혜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캔버스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불규칙한 형상은 얼핏 앵포르멜 회화의 화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는 앵포르멜 화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적 고통이나 울분의 흔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세상사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상적 경험에서 배태된 심상으로 읽힌다. 불규칙한 형상들이 화면의 기조로 남아있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수많은 붓질이 이를 덮는다. 밤하늘의 별이 모든 것을 품어 아름답게 빛나듯이 화면의 수많은 붓질은 인간의 모든 상념과 희로애락을 잠재운다. 그리고 그 위에 크고 작은 점들이 찍힌다.

재불화가였던 이성자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갈 때 비행기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무수한 별이나 우주 공간을 수많은 점을 찍어 표현하기도 했는데, 백성혜의 화면을 채운 둥근 원이나 점은 달과 별 같은 가시적인 바깥세계가 아니라 만남과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천의 인연>이라는 명제에서 드러나듯이 그의 작품은 억겁의 인연에 대한 메타포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물 등 지상의 존재들은 무수한 만남을 통해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만남은 또렷하게 기억될 수 있고, 때로는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화면을 채운 무수한 점들은 만남, 인연, 관계에 대한 묵상의 흔적이다.





백성혜의 작품은 제작하는 데만도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작품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밑바탕 작업에서부터 수천 번의 붓질로 화면을 고르고 그 위에 점을 찍는 데까지 긴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한 취미 생활조차도 없이 매일 집과 작업실을 단조롭게 오간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 작품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수도승의 삶 속에서나 배태될 수 있는 고요함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백성혜의 작품은 안과 밖이라는 이원론적 구조를 초월한 합일의 상태를 보여준다. 시각적 대상물과 내적인 심상이 서로 맞물려 있듯이, 대형 캔버스의 물리적 크기(물리적 공간)가 관람자를 화면 안에 머물게 한다. 즉, 소형 캔버스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품을 한눈에 파악하게 되므로 물리적으로 관람자의 공간과 작품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형 캔버스는 물리적으로 관람자를 에워싸기 때문에 관람자의 시선이 회화의 공간 안에 포섭된다. 회화의 공간과 관람자의 공간이 분리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백성혜의 캔버스는 2차원적이면서도 수없이 중첩된 물감층으로 인해 미묘한 공간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한 공간 속에 빠져들면서 숭고미(sublime)를 체험하게 된다.


김이순 (홍익대학교 교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작가 약력

백 성 혜 白盛惠 SUNGHEA PAIK

대구출생

미국 The University of Oklahoma 대학원 졸업 (M.F.A)
영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M.F.A)
홍익대학교 졸업 (B.F.A)

주요개인전
2018 수성아트피아 대구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2014 수성아트피아 대구
2008 갤러리예가 부산
2004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가일미술관 가평
2003 MA 갤러리 후쿠오카, 일본
       동원화랑 대구
2002 갤러리 JLS13 파리, 프랑스
       갤러리라메르 서울
1999 도올아트센터 서울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
1990 오클라호마대학교미술관 오클라호마, 미국
1989 예맥화랑 대구
       라이트월갤러리 오클라호마, 미국
1985 찰스톤서든대학교갤러리 찰스톤, 미국
1984 찰스톤시립도서관갤러리 찰스톤, 미국

개인부스전
2011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0 Northeast Asia Art Fair 도쿄, 일본
2010 통영아트페어 통영실내체육관, 통영
2009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07 KOAS 가나아트센터, 서울

주요단체전
현대미술조명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4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4~2009
포스코기획초대전 포스코갤러리, 포항 2012~2008
포스코초대전 포스코미술관, 서울 2011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2, 2005 / 부산 2010, 2009
한국-러시아수교21주년기념전 러시아 2011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2009
한국-몽골수교19주년기념전 몽골국립현대미술관, 몽골 2009
부산국제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2009, 2008
국제여류화가교류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06
대구-밀라노미술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03
스트라스브르그현대미술화랑제 프랑스 2002
니임현대미술화랑제 프랑스 2001
한국-이탈리아아카데미미술전 로마 2000

교육경력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대구카톨릭대학교, 경산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출강 (2009~1996)

심사경력
대한민국미술대전, 뉴프론티어공모전, 신조형미술대전, 대구미술대전, 대구광역시미술장식심의위원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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