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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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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돌의 멋

고연수 평론가

한 편의 산수화를 보듯, 자연에서 채취된 바위들은 다소 곱게 변형된 모습으로 덩그러니 그리고 듬성듬성 전시공간에 놓여져 평온한 감흥이 일렁이게 한다. 빛깔과 모양은 우리가 조각품으로 기대해 왔고 늘 그 이상 심미적 쾌감을 만족시켜준 근사한 돌이 아닌, 익숙하게 우리 주변에 무심히 산재해 있는 평범한 자연석이다. 게다가 유선형의 매끈한 선과 간헐적으로 보이는 거친 질감은 어디까지 작가가 손을 댔는지 어디부터 자연그대로의 형상인지 볼수록 구분이 모호해지며, 바위 천연의 민낯은 여실히 드러나 본래 표정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웅장하거나 기교가 넘치거나 기이할 정도로 섬세함의 미학적 잣대가 적용이 불가한 이조 백자를 관조할 때 스미는 기분과 흡사하기도 한 것이, 작가의 손길이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 의도되었는지를 구분해내려는 마음을 이내 서서히 무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시각적 호흡을 편안히 해주는 작가 이경태의 근래 작업들은 과거부터 진행되었던 여타 작품들과는 사뭇 반전된 것이다.

유려한 곡선을 다방면으로 뽐내며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어진 일련의 석조각 작품들을 보면 재료에 대한 의심이 들 정도로 섬세하다. 2012년도부터 보여진 <어울림>시리즈는 자연이 지닌 유기적인 선과 형태를 작가의 감각으로 최대한 부각시켰고 작품 안에 그만의 과감한 기술이 더해져 신기하고 신비함마저 더해지는 작품들이다. 짧지 않은 시간에 성실하게 쌓여진 작가의 기술로 돌이 가진 매력과 가능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마치 작가가 인증으로 남기는 표식처럼 작품 안에 엮어진 기묘한 가는 선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돌의-성질적-상식을 유연하게 왜곡시킨다. 특히 2016년 <제네시스>는 유유히 흐르는 선에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긴장감 있게 리듬을 타며 형태와 질감이 감기는데 작가에 의해 완벽히 제어되고 조율된 돌의 아름다운 형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이전 작업들에 비해 2019년에 보인 다소 투박하고도 소박한 분위기의 작품들은 얼핏 보면 큰 변화로 보이지만 면밀히 작업과정을 목도해보면 긴밀하고도 일관되게 작가가 고수해 온 의도가 서서히 비친다. 2013년에 제작된 <하나>와 <석화>는 그가 돌을 다루는 테크닉의 여부와는 또 다른, 작가와 매체와의 관계와 태도 그리고 향후 작업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자연 안에 거하고 있는 완벽한 인체의 형상은 그곳을 벗어나려는 고통이 균열로 표상되고 있음에도 인체를 포근히 품고 감싸고 있는 인간을 닮은 자연의 형상 <하나>, 인위적인 힘을 가했을 때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 돌의 성질과 현상을 그대로 포착하고 보존해 작가의 가벼운 색감 터치로 마무리한 <석화>는 매끈하고 완벽한 선율의 기존의 작업들과는 다른 방향의 작업들로 보인다. 작가가 지닌 작업관을 표증하는, 현재 작품들에 발현되고 있는 정신적 토대를 타진할 수 있는 단초로도 보인다. 근래 작품들을 단순히 기존 작품들에 비해 기교를 배제하고 변화를 추구한 자연친화적 작품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충분치는 않다.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있는 자연물에 수십 년 정직하게 연마된 작가의 인공적 기술의 가미를 온전히 재단하지 않고 본인이 선택한 자연물에 작품의 마감을 과감히 맡기고 자신을 절제한다는 것, 곧 그가 쌓아온 노력과 기술보다 그와 함께한 돌에 대한 신뢰와 신념을 더욱 소중히 품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는지.   

실제 자연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한 대지미술Land Art은 작품과 관객과의 특별한 체험을 주시한 미니멀 아트의 최정점에서 생성되었으나 예술을 탄생시키는 패쇄적인 공간을 뒤로하고 외부로 시선과 관념을 확장시킨 시각예술의 실천이다. 세상과 만물을 창작자만의 방식과 프레임 안에서 새롭게 재창조해왔던 서양의 전통적 시각예술 흐름에서는 꽤 큰 변혁적인 프로젝트였다. 세밀하게는,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흘러 축적되는 에너지라는 엔트로피의 개념을 시각예술에도 적용시킨 것이 대지미술의 시작점이었다. 다만 합리적·이성적인 분석으로 예술을 해석해왔던 저들의 기반과는 달리, 모든 것은 흐르고 변환되는 이치에 인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제외될 수 없는-그런 권한도 없는-자연적 흐름에 예술을 포개어놓은, 저들로서는 쉽지 않은 다짐으로 제안된 거대하고 부드러운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광활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인간은 겸허할 수 밖에 없는, 자연과 친화·동화되기를 늘 염원한 우리의 근간과 살며시 교차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자연을 임의로 재단해 한 폭으로 담으려 하지 않았고, 한 편의 예술에서는 자연을 품어 풍요로운 소박함이 깃든 평온한 마음이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였다. 분석과 해석보다는 경험과 체험을 보다 높은 경지로 여겼던 우리의 품위 있는-예술적-의식이 특별하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늘 존재해왔던 것이다.

십 년을 계획하여 초가삼간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 청풍(淸風) 한 간 맡겨두고
강산(江山)을 들여놓을 곳 없으니 둘러놓고 보리라
- 송순(宋純), 「십년을 경영하야」 -

작업을 하면 할 수록 돌의 속사정은 더 가늠되기도, 더 모르기도 하기에 돌을 대할 때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작가 이경태는 작업노트를 통해 고백한다. 인공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고픈 창작자의 욕망에 자연은 더없이 동조해주지만 합의되는 지점은 자연이 가진 무수한 변수에 의해 명확할 수 없다는 것을 작가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기에 그의 진행되는 작업들과 작품들이 단조롭지 않으나 결코 산만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자연이 가진 경우의 수만큼 예측 불가한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이경태의 완벽하고 매끈하게 계산되어 돌의 빼어난 멋을 극대화한 작품들이 그의 위상을 높이고 인정받게 해 준 작업들이었다면, 근래 작업들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내밀하게 스며들어 작품이 작가를 품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곳, 마음과 몸을 놓고 쉴 수 있는 공간-벤치로서의 기능도 포함된-을 마련해 우리를 또한 부르고 있다. 매체와의 관계에 집중하여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드러내 보이려는 작가의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현재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역시 가장 빼어난 형상으로 자연히 생성된 듯 그 곳에 놓아져 있다. 작가의 실제 연륜에 비해 작품의 분위기가 급변한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안정적인 이유는 작가가 지녀온 굳건한 기반의 관념이 변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 그러기에 짧지 않게 흘러들어갔을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노련한 기술이 돌에 대한 태도 및 신념과 조화를 이루어 조각가와 예술가 사이를 자유롭고 유연하게 치환 가능하게 한다. 

휘몰아치는 감정적 소용돌이 그 중심에서 함께 휘말렸다가 살짝 시선을 돌려 캔버스의 옆 가장자리에 물감이 채 덮이지 못해 마감이 안된 빈센트 반 고흐의 유화를 보았을 때, 카라바조의 거나하게 술에 취한 바쿠스의 사랑스러운 표정에 한껏 취해 있다가 문득 와인잔을 들고 있는 손 끝 과실주가 낀 손톱을 목격했을 때, 예술품 앞에서 모두가 같은 감정으로 동요되고 있는 가운데 창작자의 살짝 숨겨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과 위트를 새롭게 알아챘을 때 그 기분은 발견한 자만이 누리는 창작자와 통하는 짜릿한 감흥이고 예술의 묘미일 것이다. 작가 이경태에 의해 조성된 평화로운 이상향 안으로 들어갔을 때, 빼어난 산수에 젖어 있다가도 이따금씩 보이고 만져지는 까끌거리는 질감이 작가가 남겨놓은 멋인지 자연이 남겨놓은 멋인지 모호한 그 지점에서, 몸과 마음을 놓아 여지와 여백을 체화하고 만끽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진정한 '돌의 멋'일 것이다.


이상향-1, 자연석,180x80x46cm, 2019


이상향-2, 자연석,130x85x60cm, 2019


이상향-4, 자연석,152x73x52cm, 2019


이상향-5, 자연석,108x61x49cm, 2019




이경태 Lee Kyung-Tae

목원대학교 조소과 졸업
 
 <전시>
 2019. 래미안 갤러리 (개인전)
 2019. 삶 이야기 (갤러리 아트엠)
 2018. 용인현대조각회 정기전 (한국미술관)
 2017. 한국구상조각회 정기전 (마포구청)
 2017. 크라운해태 야외조각전 (종로 마로니에공원)
 2016. 용인현대조각회 정기전 (포은아트홀)
 2015. 봄이 오는 소리 전 (베어트리 파크)
 2015. 한국구상조각회 초대전(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2014. 한국구상조각회 정기전 (성남아트센터)
 2014. 화성조각페스티벌 (동탄복합문화센터)
 2014. 레이트사이드 갤러리(초대전)
 2013. 청주국제비엔날레 참여작가
 2013. 청주국제아트페어 (부스 개인전)
 2013. 청소년 참여전 초대작가『The Secret Voice』(인천시립박물관)  
 2012.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등 다수
 

한국구상조각회, 성남조각회, 삶 이야기
용인현대조각회, 목원조각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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