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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전; 프리퀄 Failure Exhibition; Prequel전

  • 전시분류

    단체

  • 전시기간

    2020-01-07 ~ 2020-01-21

  • 전시 장소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2-308-1088

  • 홈페이지

    http://planbprojectspace.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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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전; 프리퀄 Failure Exhibition; Prequel

2020.1.7 – 2020.1.21


기획: 문상훈

참여작가: 강철, 고진, 곽수영, 기영진, 김꽃님, 김망고, 김민경, 김유진, 류칸진오, 머피 / Murphy, 문세연, 박성은, 박은진, 박재윤, 박형민, 서순원, 안부, 안선민, 안솔지, 양승욱, 오민성, 오아롱, 우넝, 유사음악: 기만, 동공, 만경, 윤선민문, 윤이도, 윤진이, 이미나, 이석종, 이소현, 이유림, 이윤서, 이지오, 장영주, 정의나, 최요한, 최원석, 최유경, 허호, 홍지연, 황인희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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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으로 말하기


1/ 잉여인간과 유사_들

2010년대의 절반 정도를 나는 ‘잉여’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보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리고 주변의 또래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에 ‘잉여지 뭐,’ 라고 대답하고 있었고, 나는 그 말 자체의 과장성과 하찮음이 나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잉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백수’가 직업인으로서의 사회 진입 실패를 지칭하는 단어였다면, ‘잉여’는 직장의 유무와 같은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 정의가 유동적이고 불분명한 사회적 ‘쓸모’가 무엇인지를 체내화해 스스로 부여하는 이름이다. 달리 말해 ‘성공’의 방식은 전보다 다양해졌을지 모르나 그만큼 ‘실패’의 영역도 무궁무진해졌고,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워질지는 끝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능동적으로 경쟁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나’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고, 잉여라는 말은 유행이 지났지만, 나의 노력/능력 부족 때문에 고꾸라지고 있다는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실패전: 프리퀄>의 참여작가 중 몇몇 역시 작업의 실패 원인으로 “나의 나태함”(안선민), “실패할까봐…걱정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나 자체”(박성은), 그리고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자신 (망고) 등을 꼽으며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크고 작은 실패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졸업을 하고서도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은,”(김꽃님) “방구석에서 홀로 끄적”(의나)이고 “작가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는”(박성은) 유사-어른, 유사-문화예술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실패전>이라는 담백하고 대담한 이름 아래, 소리없이 사라질 뻔했던 실패들을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2/ 어서 오세요, 실패에

<실패전>의 작품들이 이곳에 도달한 경로는 다양하다. 망작이란 기본적으로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오면서 “노력[을] 배신”하는데(박형민), 작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탄생하는 경우도, 창작자는 자신있게 선보였지만 외부의 평가로 인해 좌절하게 된 경우도 있다. 공모에 떨어지거나 “피드백 없이 잊혀지는” (우넝), “인기가 없[고…] 관심도 못 받”은(강철) 작품들은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 또는 무관심으로 인해 실패로 접어든다. 양승욱 작가는 몇년간의 노력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을 때 졸업심사를 담당한 교수로부터 “너 장난감 많다고 자랑하려고 찍은거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썼다. 이러한 경험에서 오는 고통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석종)라는 주문을 외면서도, 우리는 알고 있다. 실패를 “급하게 ‘지난 일’ 취급해버리”기 전에 “충분히 […] 애도”(윤선민문)해야한다는 걸. 실패는 전시에도, 포트폴리오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누락되지만, “시도의 증거, 과정의 흔적” (jean/진)이기도 하다. 참여작가들은 <실패전>을 통해 그 궤적을 사라지게 만드는 힘에 맞서고 있다.


<실패전>의 작품들은 평가를 받는 대상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실패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0년대를 지나오며 한국 사회에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인 ‘페미니즘 리부트’로 나타나고 있듯, 그동안 실패로 지목되어온 이들은 이제 소리높여 국가에, 역사에, 문화에 실패라는 말을 돌려주고 있다. 춘삼 작가의 <우리의 역사는 실패했다>는 베트남전쟁 중에 한국군이 저지른 끔찍한 폭력을 고발하는 증오비를 재현하고 있다. 작품이 호명하는 ‘우리’ 한국인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피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우리가 겪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살생을 저질렀고, 작품은 이러한 역사 또한 오늘날의 우리를 구성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민경 작가의 <몰래 수행하기 – 여성애적 정체성>은 “역사가 뭉개버린 사랑을 다시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을 통해 가장 개인적 영역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사랑’에 사회정치적 권력이 작용해왔으며 그로 인해 여성 간 사랑의 가능성이 제약되어 왔음을 말한다.

실수와 실패가 일어났을 때, 우리는 매끄럽고 지당해 보이던 시스템의 솔기와 작동방식을 엿보게 된다. 그것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이 낙오된 것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실패의 자리에 머무를 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3/ 기왕이면

작가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누가 나를 평가하고 제한할 수 있는지를 완전히 내가 선택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비난 또는 그만큼 가혹한 무관심을 받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한다면, 그건 우리가 조금 더 큰 비율로 선택하고 가꿀 수 있는, 서로를 신뢰하고 돌보고 책임을 갖는 관계에서 용기를 얻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지난 한 해를 지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래서 실패의 자리에서 말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쪽 동네에서 좀 놀아본 이들의 집합체가 생기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잉여’보다 무시무시하고 귀여운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애초에 특정한 몸과 경험을 가정하고 세워진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면, ‘폭망’에 더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자유로울 테니까. 성공을 좇고 들여다보느라 실패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놓치기 쉬우니까. 지금은 견고하고 자연스럽게 여기게 된 것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알려주듯이 사실 모든 성공에는 실패가 섞여 있고, 어떤 실패도 영원히, 순도 100%의 실패는 아니니까.

이번 <실패전: 프리퀄>을 이을 성대한 실패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거창한 제스쳐는 좀 더 기다려도 될 것 같다. 실패의 경험에 대해 곽수영 작가는 이렇게 썼다. “일단 붓을 움직이고, 물감을 칠하고, 실패하고, 지우고, 고치는 과정의 반복 끝에 그림이 완성된다. […] 정작 중요한 것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계속 그린다는 것이다.” 또다시 실패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실패’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것도 명백하다.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용기를 모으며 계속하기를, 새해에도 크고 작은 망작들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와 함께 말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글: 문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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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소개 _ 문상훈

미술작가이자 기획자이다. 2019년 <레즈비언!>전시를 시작으로 여성,괴물 <씨 뿌리는 여자들> 전시를 기획했으며 그 외에도 3회 드랙킹콘테스트 <드랙x여성국극> 공연의 기획팀으로도 참여했다. 경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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