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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중: Human Desire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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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중 작가 작품집 출간 기념전
Human Desire


5년 동안 800여 곳을 찾아다니며,
우리 선조들의 욕망과 애환이 담긴
석인상, 석장승을 담담하게 담아내다



Stone Man 40 ⓒ윤길중 



윤길중_Human Desire                                                           

이번 윤길중 작가의 Human Desire 전시는 루모스와 일본의 AKAAKA가 공동으로 작품집을 출판, 이를 기념한 출간기념 전시이다. 오랜 시간 전국을 돌며 선조들의 욕망과 애환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실로 탄생한 작품과 작품집을 함께 선보인다.

‘우리 선조들은 조각을 통해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을까. 돌을 조각해 그 곳에 생명을 불어넣고 왜 그들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걸까’ 윤길중 작가의 물음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5년 동안 800여 곳을 찾아 다녔다. 조각상들의 표정과 형태, 세워진 장소를 통해 선조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조명해 보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녔다.

1700장 가까이 촬영하며 작가가 얻은 답은 Human Desire였다.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 죽어서도 석인상에 자신의 영혼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욕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윤길중 작가는 우리 선조들의 욕망이 담긴 석인, 석장승을 단순히 사료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매체로 전통한지 위에 담아냈다. 모노톤 위의 한지에 자연스레 서있는 듯한 석인, 석장승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과 함께 오랜 세월 꿋꿋하게 버텨온 굳센 의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집 ‘Human Desire’는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담긴 석인상 40장과 석장승 30장 등 총 70장의 작품이 담겨있다. ArtSpace LUMOS 석재현 대표와 일본 아트북 출판사인 AKAAKA사의 Kimi Himeno 대표가 공동으로 기획하였고, 작가가 1년 동안 서울과 대구, 교토를 오가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집이다.

‘Human Desire’는 ArtSpace LUMOS와 일본의 AKAAKA의 공동출간으로, 37×25cm 양장본, 10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쇄와 제본 등 제작은 모두 일본에서 진행되었다. 총 1,200부 발행되어 2019 Paris Photo의 포토북 페어인 <Poly Copies>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좌) Stone Man 25
우) Stone Totem Pole 03
ⓒ윤길중


전시서문                                                                   

‘시간’과 ‘염원’을 담은 찬연한 얼굴들

프레임 속, 배경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짙은 회색빛 한지 위로 사람들의 표정이 도드라질 뿐이다. 비록 ‘돌’이지만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세월의 풍상을 여미어 안은 그 ‘돌’을 보며 누구의 얼굴인지,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지, 흥미로운 물음표들이 호기심이라는 나무의 싹을 틔운다. 사진가 윤길중의 작업 ‘석인상’과 ‘석장승’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가두어 둔, 혹은 그들이 가두어진 시간들, 아주 오래전 그때의 시간과 공간 속을 헤집고 들어가 교감을 해보라며 나지막이 뿌리칠 수 없는 권유를 속삭인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고인의 흔적은 대부분 묘지에 머무를 뿐이다. 그래서 고인의 후손들은 무덤을 장엄하고 권위 있게 보여주기 위해 돌로 사람의 형상을 본뜬 석인상을 세운다. 물론 그 석인상들이 고인을 영원히 수호할 것이라는 의미도 담아서 말이다. 사진가 윤길중은 왕들의 무덤을 지키는 정형화된 모습의 석인상 대신 조선시대의 관리들, ‘사대부’의 무덤을 수호하는 석인상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부터 그는 석인상이 지키는 주인의 신분이나 제작시기보다는 석인상의 표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진 안에서 만큼은 주인의 신분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 석상들의 신분을 파괴한다. 들쭉날쭉한 크기의 석인상들은 비슷한 크기로 재단되고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자리에 배열된다. 놀랍게도 그 많은 석인상의 표정들은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부피감 있는 얼굴, 크고 넉넉한 귀, 세밀한 수염, 입가에 머문 옅은 미소까지 각기 다른 세세하고 풍부한 표정들은 차가운 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새로운 시선은 대상이 가진 질서와 논리에도 새로운 화두를 부여한다.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윤길중의 작업은 그 속에 스며든 기호와 상징을 읽어내는 묘미가 있다. 그는 무덤 곁에서 망자를 수호하는 석인상이 무한히 살고 싶은 인간의 ‘염원’을 품고 있다고 해석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긴 세월을 버텨줄 단단한 화강암에 생명을 불어넣고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지만 산자는 석인상에서 위로를 얻어가는, 그렇게 무덤 안의 망자와 무덤 밖의 석인상은 같은 염원을 품은 채 동행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대부 무덤의 석인상들은 관련 연구와 자료가 거의 없기에 그의 작업은 역사적 기록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석인상의 의미를 ‘수호’에서 ‘영원을 향한 염원’ 그리고 죽은 이와의 ‘동행’으로 확장시킬 때 그의 사진은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미학적, 인문학적 가치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망치와 정 하나로 석공들이 불어넣은 염원, 그 염원을 간직한 석인들은 여름보다는 늦가을과 겨울, 화창한 날보다는 돌이 물기를 머금은 날, 세월과 염원을 간직한 얼굴들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왕이나 권력자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 석인상이라면 석장승은 또 다른 이들의 마음과 염원이 아로새겨져 있다. 마을 어귀나 사찰 입구에 액운을 막기 위해 세워졌던 석장승은 당시 소외된 민초들이 스스로를 수호하고자 세운 토속신앙의 표식이었다. 세워진 목적과 장소 또한 다른 1700여 기의 석인상과 석장승, 윤길중은 그 돌들에 새겨진 기원을 미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세심하고 기술적인 후반작업에 몰두했다. 표정을 읽어냄에 방해가 될 배경의 정체를 지우고, 입상의 위치를 끌어내려 얼굴의 위치를 부각시켰다. 돌이 지닌 오묘한 질감을 구현키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외발 뜨기 한지에 프린트를 하고, 살아 숨 쉬는 종이에 화학적 손길을 가할 수 없어 자연의 옻칠과 약재로 코팅을 했다. 단 한 장의 한지를 만들기 위해 백번의 손길을 쏟아 부은 장인들처럼, 단단한 화강암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 넣은 석공들처럼, 부단하고 진실된 노력 끝에 시간과 염원을 간직한 찬란한 얼굴들이 탄생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엔 이런 궁금증이 영글어있다. 한국의 경우, 조선시대 말쯤 사진술이 들어왔기에 그 이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간혹 전해오는 그림이나 초상화들 역시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기엔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사진가 윤길중이 구현해 낸 석인상과 석장승들을 한 자리에 배열해 놓고 보면, 시간을 초월한 소통이 느껴진다. 그 세월의 간극이 오백년이건 천년이건 중요치 않다. 한국의 전통과 인문학적 재해석,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이 작업은 그들이 가두어 둔, 혹은 그들이 가두어진 ‘시간의 결’속에 깊이 품은 ‘염원의 이야기’을 가만히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



Stone Man 37 ⓒ윤길중



작업노트_Human Desire                                                     

돌에 새긴 기원(祈願)

우리 선조들은 돌을 조각해 그 곳에 생명을 불어넣고 왜 그들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당시에는 금속이 귀했기에 구하기 쉬우면서 수명이 긴 돌에 조각을 하였을 것이란 건 자명하다. 만들어진 목적과 형태는 다르지만 전국 곳곳에 일반화됐던 석인상과 석장승을 촬영하기 위해 5년 동안 800여 곳을 찾아 다녔다. 아카이빙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조각상들의 표정과 형태와 세워진 장소를 통해서 선조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조명해 보기 위함이다.

석인상은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왕릉에만 세워지다 조선시대(1392년~1910년)에 들어와 사대부들의 무덤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석장승은 주로 조선시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석인상은 유교에 바탕을 두고 있고, 석장승은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토속신앙에서 비롯됐다. 석장승이 사찰 입구에도 세워진 걸 보면 당시에는 종교와 토속신앙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석인상 중 동자석은 무덤 앞에서 죽은 이와 산 사람 사이에 심부름을 하는 역할을 한다는데, 불교의 동자승과 유교의 동자석이 이름과 역할이 비슷한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석인상(문인석, 무인석, 동자석)은 무덤 앞에 세워져 무덤을 수호하는 역할을 했으며 고대 중국 순장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왕이 죽으면 시종하던 사람들을 같이 묻다가 인식의 변화에 따라 순장의 풍습은 진시황의 토용(土俑)처럼 인형(人形)을 묻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점차 무덤 밖으로 나와 문인석, 무인석과 같은 석인(石人)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몸은 단순하게 처리하고, 얼굴의 표정에 집중하여 조각을 하였지만 지그시 감은 눈에선 망자(亡者)에 대한 절실한 염원이 느껴지고, 굳게 다문 입에선 간절함이 배어난다. 석인상은 망자 즉 인간의 삶의 연장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다. 무덤 안의 망자와 무덤 밖의 석인이 동행을 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망자는 흙으로 돌아간다. 수명이 긴 돌에 자신의 혼을 실어 생명을 연장하고 싶었겠지만 석인도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장승은 마을 어귀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밖에서 들어오는 액운을 막기 위함이었다. 지역에 따라 목장승과 석장승의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목장승은 대부분 세월 속으로 사라졌다. 지배층의 종교이던 유교로부터 탄압받고 소외된 민중들에게 장승은 스스로를 수호하고자 세운 토속신앙의 표식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유교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장승들도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걸 보면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부릅뜬 퉁방울 눈, 분노에 벌름거리는 펑퍼짐한 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미난 입 모양을 한 정겨운 얼굴들은 그대로 민중의 자화상이었다. 전통적인 미의식을 파괴하는 그들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얼굴에서 전통 질서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힘을 느낄 수 있다.

석장승에는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죽어서도 석인상에 자신의 영혼을 오래도록 남기려 한 걸 보면 기원을 넘어 욕망에 닿아있다. 우리나라에는 화강암이 많은 연유도 있겠지만 유독 단단해서 조각하기 힘든 화강암에 석인상, 석장승을 새긴 건 시간의 무한성을 기대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은 그들의 원형을 조금씩 허물어 먼지로 날려 보내고 있다. 1700장 가까이 촬영한 돌에 새겨진 얼굴 표정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깃든 애환과 해학을 엿볼 수 있다.

윤길중 



좌) Stone Totem Pole 15
우) Stone Totem Pole 18
ⓒ윤길중



Biography                                                                      

윤길중 YOON Giljung 

윤길중은 1961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사물과 사람에 대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들과 오랜 기간 소통하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5년 동안 작업한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에서 장애인들의 일상을 그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였으며, 시화호를 만들면서 육지가 돼버린 형도, 그곳 갯벌을 복토한 땅에 뿌리 내린 나무들의 상처 많은 삶을 조망한 <picturesque 詩畵>, 북아현동의 재개발지역을 촬영한 <기억흔적>, 700여 곳의 조선시대 무덤을 찾아 다니며 작업한 석인들과 100 여 곳의 마을 입구에 남아있는 석장승들을 엮은 <Human Desire> 등 그는 변두리에 방치되어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오브제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개인전

2019 <오브제_소멸과 재생>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구
2018 <큰법당> (류가헌) 서울
2017 <천인상> (갤러리 인덱스) 서울
2017 <석인> (서학동사진관) 전주
2016 <석인의 초상> (갤러리 사이) 서울
2015 <기억흔적> (류가헌 1, 2관) 서울
2015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서울시청) 서울
2014 <picturesque-詩畵> (갤러리 나우) 서울
2013 <노란들판의 꿈> (혜화역전시관, 이음책방, 동숭동헌책방) 서울

그룹전

2019  <Stile Lives> 브뤼셀, 벨기에
2019  <INTERSECT> 휴스턴, 미국 (2019.9.5~11.9)
2019  HEAD ON Photo Festival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2017  KIAF art Seoul 2017 (코엑스)
2017  전주국제사진제<초월의 숨결> (전주향교)
2017  <Art Stage Singapore 2017> 싱가포르 
2016  <Brisas de Corea> (GeleriaSaro Leon) 스페인
2015  5인전<기억된 풍경> (공간291)
2014  동강국제사진제 Growing Up (영월문화예술회관)

출판  

2019 <Human Desire> (AKAAKA&LUMOS)
2018 <큰법당> (류가헌)
2016 <석인> (이안북스)
2015 <기억흔적> (이안북스)


◎ Artist Talk  2. 29 Sat 16:00
                      입장료: 일반 10,000원  /  학생 5,000원

◎ Opening Times  2. 29 – 4. 19
                             화요일 – 일요일
                             10:00 – 19:00
                             입장료 :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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