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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전: 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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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아는 여자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오는 9 24일부터 10 14일까지 배미정 작가의 개인전 아는 여자를 개최한다.

배미정 작가는 2019년 여름부터, 그 동안 작가가 사랑해 온 여자들의 일상적인삶과 그들의 공간, 그리고 작가 스스로 기억하고 바라보는 그들을 좀 더 내밀하고 구체적인 전달 방식으로시각화 하는 <아는 여자>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세상을 더 단단하게 구체화시키기 위해 단편 소설의 형태로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적어 왔다.

 

배미정 작가는 단편 소설<아는 여자>의 서문에서, “어떤 순간은 말하기 전에 튀어 오르는 그림이 되어 다가오는가 하면 말로 이야기로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장면들이있다.” 고 밝히고 있다.

말보다 빨리 빛으로 떠오르는것들은 그림으로, 그리고 사소하고 내밀하지만 구체적인 순간들은 기억하고 존재시키기 위해 말로 이야기로풀어내어 보았다고 한다.

대상과 대상 간의 관계성에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배미정의 작업은,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허상이 비추어진 공간, 그리고 타인의 일상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 등, 관계속에서 유발된 아주 미묘한 공간들을 캐치한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에 대해 고민하기시작한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그들의 일상과 작가의 시선 사이에는 환상의 공간이 존재하고 그 환상의 공간은신기루처럼 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일상의 모습을 배경으로신기루처럼 있지만 있지 않기도 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배미정은 이제, 조금 더 있는 그대로의, 그리고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는 이야기들을<아는 여자>를 통해 시작하려 한다.

단편 소설의 형태를 한 <아는 여자> 는 목수책방 출판사에서2021년 상반기에 그림과 함께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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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아는 여자 프롤로그

 

마흔이 되던 해 길을 걷다가이유 없이 넘어졌다.

바지가 찢어지면서 무릎이깨지고 피가 철철 났지만 창피해서 그 순간은 벌떡 일어나 걸었다. 무릎에서 흘러내린 피로 회색 운동화가빨갛게 물들어서 축축했다. 퉁퉁 부어 오른 발이 아픈지도 모르고 살이 까져 피가 흐르니까 무릎 뼈가부러졌겠구나 생각하면서 병원에 걸어 갔더니 왼쪽 발 뼈 골절이었다. 몇 개월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다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계단가파른 오래된 다가구 주택 3층에 살던 나는 집을 오르내리는 것도 버거운 나날이었다. 온전하게 걷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에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마흔이 된 그때 처음 알았다. 운이 좋은 것이었다. 그제야 남들도 조금돌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니까.

그렇게 한 계절을 보내고드디어 깁스를 풀었다.

절뚝거리는 걸음에는 아직땀이 삐질 거리게 나오게 하는 여름 공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날이다. 이제 막 시작된 가을 날 혼자청계천을 걸었다. 목발이 사라진 겨드랑이가 가끔 부는 바람에 시원하고 자유로웠지만 걸음은 아직 예전같지 않았다.

여름내 생명력을 뽐내며자란 풀과 나무들 사이로 물이 낮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반짝이며 흐른다. 누군가 흩뿌려놓은 과자를주워 먹느라 날개 짓을 잊은 비둘기 한 무리가 돌계단과 한 덩어리가 되어 꼬물거린다. 그것마저 아름답다생각하던 찰나 돌계단 가장 아래쪽에 앉아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두 손을 허리춤 근처에 모으고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아저씨를 보았다. 순간 멈칫했지만 아직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절뚝이는 다리가 방향 전환을 빨리 못하고 계속 아저씨 가까이로나를 이끌었다. 움직이는 아저씨의 모은 손 사이로 언뜻 보이는 물체.그것은 분홍빛 살을 드러낸 하얀 틀니였다. 자신의 틀니를 사포 같은 것으로 열심히 다듬고계셨던 것이다. 그 장면이 정지된 그림으로 훅 다가왔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각자의방식으로 애쓰는 사람들.

특히 내가 잘 아는 여자들에대한 이야기.

어떤 순간은 말하기 전에튀어 오르는 그림이 되어 다가오는가 하면 말로 이야기로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장면들이 있다. 약속된언어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 그렇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보는것을 볼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가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 장면을 그대로 기억해 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내밀하고 사소한 순간을 기억으로 남겨 내가 사랑했던 혹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 몸 속 어딘가에보듬고 다니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말보다 빨리 빛으로 떠오르는것들은 그림으로 그리고 사소하고 내밀하지만 구체적인 순간들은 기억하고 존재시키기 위해 말로 이야기로 풀어내어 보았다. 에세이인지 일기인지 소설인지 알 수가 없는 글이다. 어떤 부분은박제한 것처럼 겪었던 그 순간을 그대로 적었다. 하지만 각자의 기억은 다르게 적히기 때문에 완전한 허구일지도 모른다. 내 그림이 현실을 그대로 그리지만 색과 형태가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것처럼.

달은 보이지 않을때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 달처럼 내 몸속에는 내가 알고 사랑하고 겪어왔던 모든 여자들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나는 내가 겪어왔던 모든 여자들로만들어진 존재이며 그렇게 느끼고 있다. 세상의 언저리에서 한 번도 제대로 보이지 않다가 사라진 그녀들혹은 여전히 중심 아닌 변두리에 있지만 삶을 지속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며 사랑하고 살아가는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그녀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며 애도하고 기억하는 방식이다.

내 손톱이 된 그녀내 머리카락이 된 그녀 내 젖가슴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다.

계속 변화하는 것처럼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존재하는 달의 순환 주기로 아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해본다.  - 아는 여자 (2021년 목수책방 출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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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배미정 작가는 2000년 동아대 신문방송학과졸업하고, 2008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스산한 기쁨>2011, 관훈갤러리, <애정지도>2012,갤러리 도스, <무용지물무용지도>2014, 갤러리 도올, <아늑한 구석>2016, 갤러리 품다 그리고 2018년 갤러리 도올에서의<사랑받고 있구나>까지, 배미정은 꾸준히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그는, 옥탑 작업실에서 무화과나무도, 로즈마리 화분도 키우고 또, 부쩍 커버린 청소년의모습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어느새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은 더 이상 염색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이대로 익숙해 지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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