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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멘타 경남 Ⅱ-형평의 저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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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도큐멘타 경남 II – 형평의 저울》개최




- 7월 15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술관 2층 전시실

- 1923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된 백정해방운동인 형평운동 조명

- 형평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현재의 활동을 소개

- 2022년 현재 형평의 정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 명의 작가를 통해 들여다 봄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종원)은 오는 7월 15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도큐멘타 경남 II – 형평의 저울》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도큐멘타 경남 II – 형평의 저울》은 100년 전 경남 진주에서 시작된 형평운동을 조명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공유하는 아카이브형 전시이면서 동시대미술기획전이다.  


1923년 4월 25일 진주 대안동 진주청년회관에서 80여 명의 백정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형평사(衡平社)’를 창립한다. 형평사는 저울(衡)처럼 평등한(平) 사회를 만들자는 단체(社)를 뜻한다.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제도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이 열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불평등한 세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백정은 가장 천하디 천한 신분이라 노동자와 농민들에게도 차별과 혐오를 받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형평사는 주지(主旨)를 통해 백정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없애고 공평(公平)과 애정을 사회와 사람의 바탕이라 선언한다.


전시는 ‘형평운동의 역사’와 그 정신을 이어 활동하고 있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그리고 백정의 아픈 삶을 ‘예술’로 담아낸 문학, 삽화, 영화 등을 소개하는 아카이브형 전시로 시작된다. 




경남 진주 봉황대 부근 백정 가족



첫 번째 섹션은 100년 전 형평운동의 시작을 다루고 있다. 1923년 4월 25일 진주청년회관에서 형평사가 창립하면서 선포된 ‘형평사주지문’과 ‘조선형평사 선언 강령 규약’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형평사 전국대회 포스터(6회, 7회, 8회)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형평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잡지를 만들기도 했는데 1929년 창간된 『정진(正進)』의 내용도 디지털 파일로 확인 가능하다. 


두 번째 섹션은 현재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의 활동 내역을 정리한 아카이브 방이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일반적인 기념사업회와는 달리 형평의 정신을 지금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2003년부터 장애인 인권운동을 시작해 진주지역 초등학교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하고 장애인식 개선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백정을 주제로 한 문학 및 삽화, 그리고 영화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백정을 다루는 가장 오래된 소설로는 1925년 《개벽》에 실린 홍사용의 <봉화가 켜질 때〉와 1927년에 《조선지광》에 발표된 조명희의 〈낙동강〉이 꼽힌다. 원본은 아니지만 두 소설의 첫 발행 잡지의 영인본을 만날 수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이성구 감독의 영화 〈일월〉(1967)은 1962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된 황순원의 장편소설 <일월>을 원본으로 하고 있다. 




형평사에서 발행한 잡지 《정진》(1929) 표지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형평’을 주제로 한 기획전으로 권은비, 서평주, 최수환 작가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들은 형평운동의 발상지인 진주를 답사했다. 


형평사 창립대회가 열린 진주청년회관 자리를 시작으로 형평사 창립 축하식이 열렸다는 진주좌(메가박스 진주점)와 진주교회 등을 둘러봤다. 마침 시간이 허락해 형평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강상호 선생의 묘소도 가볼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본 작가들은 왠지 과거 백정의 상황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형평운동에 대한 기억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권은비, 서평주, 최수환의 신작은 모두 과거 백정의 아픔을 현재의 어떤 아픔과 연결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100년 전과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소외, 차별, 혐오는 끈질기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형평운동을 들여다보면 2022년 지금 여기 우리 삶을 생각하게 되는데, 자연스레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연결된다. 특히 요즘은 장애인 이동권이 쟁점화 되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100년간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권은비, 182219222022, 2022, 3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16분 16초



권은비

권은비의 영상 설치 작업 〈182219222022〉는 형평사가 창립된 1923년의 1년 전인 1922년을 기준으로 100년 단위의 역사 속 여성의 서사를 재역사화(rehistorisierung)하고 있다, 달리 말해 200년에 걸친 변혁(혁명)의 역사 속에서 기록되지 못한(존재하지 못한) 존재로서 여성을 주목한다. 엄청난 시간의 괴리가 무색하게도 이 존재들은 서로 엮이고 있다. 


3개의 영상은 각각 1822년, 1922년, 2022년의 허구적-재역사화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모두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하나의 장소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100년의 시간적 단절을 가뿐히 극복하고 전시 공간에서 이들은 한 데 섞인다. 세 명의 여성 이야기는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고 충돌하고 주고받는다. 그렇게 대화는 어긋나면서도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권은비는 구조적 차별이 어떻게 여성의 몸에 체화되는지 살펴보면서, 솔직한 욕망의 주체로서의 여성이 ‘정치화된 몸’에서 ‘저항하는 몸’으로 발화할 수 있을지 실험한다.       





서평주_기울어진, 저울_선대치형평  2022_ 3채널  비디오_18분


서평주

서평주의 〈기울어진, 저울〉은 형평운동이 일어난 1923년 이후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은 어떠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을 통해 백정에 대한 제도적 차별은 없어졌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백정에 대한 실제적인 차별은 여전했다. 백정들은 항상 비천한 존재인 것처럼 행동해야했고, 나이에 상관없이 비백정들(농민, 노동자, 상인, 양반 등)에게 머리를 조아려야했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교회 예배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그들은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것 자체로 돌팔매를 맞곤 했다.  


2022년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안전하고 평범한 대중교통 이용이 장애인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행위인 게 지금 우리나라 실정이다. 이런 기본적인 이동권을 얻기 위해 서울 지하철 문을 가로 막고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건 “불편하게 하지 말고 출근시간을 피해 달라.” “불법이니 그만해라.” “그만해 XX야.”와 같은 불평과 욕설이다. 서평주의 영상 작업은 이렇듯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둘러싼 말들, ‘을’과 ‘을’끼리의 충돌 등을 수어와 자막을 이용해 드러내고 있다. 질문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혐오하고 차별하고 있는가. 





최수환, 백 번의 봄, 2022, 나무, 철, 80×50×50cm(10점), 현장 설치


최수환

최수환의 〈백 번의 봄〉은 형평운동이 발생했던 1920년대 백정들의 삶을 좀 더 직접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것은 백정들의 형평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당시 노동자와 농민들의 ‘반(反)형평운동’이다. 노동자와 농민들은 불가촉천민으로 취급받던 백정이 자신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1923년부터 1935년까지 12년 간 발생한 반형평 사건을 7,828건, 이 운동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7명으로 기록하고 있다.(조선일보, 1935년 4월 26일자)


최수환은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를 명료하게 드러내가 위해 일종의 인형극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기계식 인형들인 ‘오토마타(automata)’를 사용해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종교의 차별, 교육의 차별, 죽음에 대한 차별 장면들과 사회전반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백정들의 삶을 보여준다. 작품은 직접 손잡이를 돌려야만 작동한다.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차별과 혐오, 그리고 폭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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