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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박예지 : 異系統間(이계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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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박예지 : 異系統間(이계통간)

2022.8.2 - 8.14

개나리미술관



()가 다른 종()의 결합은 동시대에서는 하이브리드 Hybrid’라는 단어가 주로 쓰인다. 그러나 이 전시에 참여하는 박예지, 배요한 작가는 이계통간 : 서로 다른 계통 간의 합을 이라는 생물학적 표현으로 두 작가의 결합을 이야기하면서 ‘Crossing’로 정의하고 있다.

‘Hybrid‘는 이종, 잡종, 혼종이라는 뜻을 가지며 원래의 성질의 변형적 상태를 뜻한다면, ‘Crossing’이라는 용어로 보자면, 두 작가가 가진 표현적 성질과 특성의 교차성을 염두에 둔 명제의 선택이라 보인다.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접점, 교차점 중 하나가 이다.

 

박예지, 배요한 작가의 작업 방법은 을 사용하는 공통적 특징이 있지만, 철과 유리라는 다른 물질을 사용한다. 섬세한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표현적 특징마저 서로가 다르다. 유리는 그 물질의 특수한 성질인 투과성을 가지고 있고 빛에 의해 색들이 서로 다르게 투과된다. 그와 반대로 철은 용접 자국이 남겨지면서, 매끈한 금속 표면 위에 거칠고, 울룩불룩한 질감을 만든다. 철과 유리가 거치는 과정은 작가들이 의도하는 범주 내에서 불에 녹여지고, 새로운 형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두 작업의 과정에서 모두 을 통한 형의 변형, 교차가 만들어진 결과로의 결속점은 형을 만들고자 했을 기본 골격이 된다. 그건 박예지, 배요한 모두에게 요구되는 조형적 공통점이다. 결속점(용접점)으로 철판 위에 질감을 표현하는 박예지, 유리를 이어 붙이는 결속점을 조형적으로 가치화하는 배요한, 이 둘의 조합은 서로 다른 장르 간의 교차(inter-section) 이며 만남(encounter)이다. 또한 과 함께 수반되는 것이자, 배요한의 작업을 통해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빛을 스테인글래스라는 특정적 소재로 나타나는 상징성과 교차시킬 수 있다. 작품의 형태적 측면에서도 두 작가는 말/사람이라는 서로 다른 생명체를 통해 외면에서 보이는 것을 넘어서, 내면의 것을 표현하는 감각적인 형, , 질감들이 부딪치고 드러나게 하고자 했고 그것을 통해 조화로움을 만들고자 했다.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보자면, 조화의 가장 기본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것이 존재해야 한다. 다른 것, 상호의 것, 차이와 구분 짓기가 가능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합이 바로 조화이다. 그것들은 하나의 차원에서 교차/중첩되지만, 시공간 속에서는 속도를 가지고 질주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합이 되기도 한다.

 

배요한은 다면으로 분할된 얼굴을 색유리로 만들어 내는데, 인간의 다분화된 내면을 서로 다른 나의 합으로 변화무쌍하고 다채적이며, 분합의 자유로움이 있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였다.

 

박예지에게는 분할된 것은 단면적인 것이 아닌, 양면적 현상이다.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한 유학 시절 서로 다른 외모로 상대를 쉽게 판단하였던 경험 속에 상처 입었던 마음들을 기억해내며, 외면이 곧 내면이 아니며, 내면의 성장을 통해 진정한 치유로 나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작업적인 행위로 이입시켜 작업하고자 했다. 표면의 질감을 만드는 행위들은 상처 입은 유년기에 대한 마음처럼 여겼으나, 이를 넘어 작업의 이면. 즉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두 작가의 협업들은 다시 공간에서 접점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서로의 이야기로부터 이다. 두 작업은 본디 설치적 맥락에서 계획된 작업은 아니었다. 개별의 것으로 조형적인 어떤 것으로 표현되고 창조되었다. 그러나 전시공간의 물리적 환경에서 설치적 맥락을 두고 관객과의 공감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주제들을 나열하고, 각자의 공감각을 활용한다. 최종적으로 개나리미술관의 공간에 작업을 배열하고자 했었을 때, 두 작가는 상상을 통한 공통 경험을 이야기하고 전시공간에서 관객들과 작가들간의 [이계통간]의 시간을 상상한다.

 

한참을 작가들과 이야기하면서, 서로 다른 이종(異種)간의 결합의 의미들은 최종적으로는 공감으로 모아진다. 예술적 경험을 통한 공감의 순간들은 첨예한 대립과 구별의 세계에서 서로의 우연한 만남마저도 공감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조화의 접점을 만드는 것, 어쩌면 이들의 예술 의지들은 고단하고 각박한 세계에서도 필요불가결한 삶의 희망과 에너지를 퍼 나르는 것에 창작적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예지, 배요한 두 작가의 만남에서 불과 빛, 철판과 색유리 사이를 성수처럼 흐르는 쇳물은 교차하는 삶의 결속점처럼 나타난다. 가까운 듯하지만 가깝지 않은 두 예술가의 방향들은 각자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조화를 만드는 예술적 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전시를 통해 그들은 성공적으로 관객들의 내면에 도달할 수 있을까?

 

두 작가 사이에 협동작업, 그것을 통해 하나의 전시를 만드는 것, 어쩌면 조금 더 경계를 넘어서 가타리와 들뢰즈가 말하던 3의 창작자로 서로 다른 계통 간의 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이계통간에 대한 실천적 탐구는 각자의 작업적 경계를 넘어 새로운 교차점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자들의 예술적 구애라 할 수 있겠다.

 

성원선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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