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전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미술운동 ‘아르테 포베라’의 주요인물인 주세페 페노네는 60년대부터 특히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소재로 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는 대리석을 사용한 조형 작업과 캔버스 작업을 비롯해 연필을 전시장 벽에 직접 문질러 벽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프로타주 기법의 벽면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벽면 작업은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만지는 행위는 시각에 의해 포착하기 어려운 사물의 실제, 재료의 강도나 그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한 말을 떠올리게 하는데, 마치 눈으로 포착되지 않는 벽의 표면과 이 벽면이 간직하고 있는 흔적들을 대면하게 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 대해 벨기에 출신 미술사가 로랑 부신(Laurent BUSINE)은 “우리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우리 자신을 본다. 어둠 속 생각과 꿈을 관통하는 과정 안에서 자신을 보게 된다.” 라고 말하는데 외부뿐 아니라 자신 내부를 돌아보게 하는 행위로써 ‘눈을 감는다’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 변지수 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