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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래의 예술을 주도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이재언

지난 12월 찾아간 창동스튜디오에서는 이색적인 작품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주름관이 길게 설치되어 스튜디오 건물과 마당, 도로 전체를 연출하는 인터액티브 작품이었는데,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성이었으며 스튜디오 앞을 오가는 시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측에서 지역 관련 프로젝트로 기획되어 2팀을 선정, 지원을 받아 작품이 제작 설치된 것인데, 그중 하나인 <들숨날숨>(2012.12.5-23, 김정환 작)이었던 것이다. 스튜디오 입구와 외벽엔 나팔과 같이 생긴 구연부가 있어 외부의 소리를 흡수하여 감응하게 되는데 모종의 환영사가 음성으로 전해지고, 동시에 주름관 전체는 자벌레의 파상운동과 같은 움직임을 연출하게 된다. 거대한 주름관 구조물이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그것도 상당한 운동량을 동반한 퍼포먼스는 경이로운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마치 단잠을 자던 공룡이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켜는것 같은 장면이었던 것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수없이 이루어졌던 소통의 기록들이 영상기호로 환원되어 또 다른 환각을 준다. 전체적인 메커니즘 자체에 대한 궁금증들은 회랑 한쪽에 구비된 컨트롤러를 보면 공학적인 개요가 파악된다. 원래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던 작가가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기술 및 방법, 구조물 제작, 설치 및 연출 등에 이르기까지 작업 전반을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사실 미디어아트 분야는 개인혼자 모든 것을 수행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분업화 시스템과 팀워크, 스폰서링이 동반되었을 때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작가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이 오직 열정과 아이디어, 기술력 등으로만 고독하게 작업하고 있다.


기술력과 예술분야의 통섭의 필요성

어느 시대나 예술의 사회적 후원은 공동체가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 미디어아트 분야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국제무대에서 담론과 표현양식 모두 우리가 주체적으로 주도해본 적이 없다. 우리도 이제 예술의 미술을 선도해 나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21세기에 우리가 가장 자신 있게 주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미의식만이 아니라 표현의 매체와 도구들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약 500년의 역사를 가진 캔버스가 도태되고, 이제 패널이나 패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IT기술력만큼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지 않는다고 자처한다. 특유의 손재주와 기술력이 결합되어 있어, 청계천 공구상가에선 돈만 주면인공위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는 이야기가 우리 미술에 시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문제는 그 기술력이 예술 분야 등과 잘 통섭되거나 연동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기술력만큼의 예술적 성취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한 분야로 들어가면 역량이 뒤지지 않은데, 정작 그것이 타분야와 연계하여 시너지를 얻어야 하는 데서는 기대 이하다. 현재 서울시의 ‘미디어시티(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우리나라에서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분야의 대표적인 場이다. 문제는 장이 아니라 작가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마음껏 펼치게 하느냐이다. 무엇보다 시스템과 인력 및 설비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문제는 예술정책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예술가들이 기술을 다루게 되면 산업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기술의 소비자가 아니다. 기술을 가장 가치 있게 고양시키는 프로모터이다. 미래의 예술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이재언(1958- ) 홍익대 대학원 박사. 월간 공예 평론상 수상. 동아갤러리 기획실장, 상명대 겸임교수 역임. 현 선화랑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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