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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협동조합, 예술가의 삶을 말하다

조은정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2013년 트랜드는 ‘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주식회사나 개인사업자로 구분되는 경제적 활동이 추구하는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참여자 공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협동조합의 개념은 현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여겨지니 그럴만하기도 하다. 더더욱 ‘참여자 모두의’는 예술계에서는 익숙한 문장, 공공성을 상기시켜서인지 예술의 창조적 직종 구성원들에게 협동조합은 더욱 희망 가득한 세계로 보인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이 등록을 마친 후 2013년 1월 31일자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협동조합 4곳과 225개의 협동조합이 인가를 받았다. 헌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뉴스매체의 예견을 기반으로 하자면, 예술가들이 협동조합에 거는 수많은 관심과 기대는 역으로 우리 시대 예술이 골목상권과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낸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시작하는 창조적 산업의 특성이라고만 하기에는 경제적 이익의 분배에서 불균형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예술 또한 반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미술인 협동조합의 탄생

주변에서는 미술인의 협동조합을 구상하고 조합원을 모으는 이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공동의 커뮤니티가 확장되기도 하고 새로 구성하기도 하는 가운데 서울시의 미술인 협동조합으로서는 처음으로 2월 15일 등록 신청한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은 기존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던 이들이 다른 하나의 사업처럼 ‘출자금 모으고 이익이 생기면 배당’이라는 간단한 원칙 아래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0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그들의 주요사업 5가지 중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화랑운영이다. 조합원의 이익추구라는 목적 아래 화랑에 축적되는 이익을 생산자 개인에게 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7대 3, 즉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 작가는 이익의 70%를, 조합은 30%를 가져간다. 조합은 그 30%마저 다른 좋은 전시를 위한 기획자금으로 축적한다. 또 장식이나 기타 필요에 의해 미술품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작품을 대여하는 미술은행도 주요한 사업이라 설명한다. 


미술인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방향이 모두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 스스로 생산자라는 인식을 하였을 때, 처음 시도한 것이 소비자와의 직거래라는 점은 주목할 일이기에 한 특정 협동조합을 눈여겨보았다. 그동안 전시를 기획하고 장소를 제공하고 판매를 대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분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마진은 ‘관행에 따라’ 작가와 갤러리가 나누어왔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동반관계가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는 작가의 작품제작에 드는 비용과 예술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갤러리가 내세우는 마케팅의 중요성이 만나는 지점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른바 잘나가는 작가들도 때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갤러리가 요구하는 작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표현한다. 더더욱 고립된 생산자 위치에 서있음을 절감하는 작가들은 미술품의 유통구조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탄한다. 


미술인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서 가장 먼저 공간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는 것들은 미술품의 유통경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분배에 대한 불만 혹은 그 유통구조에 진입하지 못하는 수많은 미술인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창작, 생산된 작품은 세상에 보여져야 한다는 포부보다는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은, 작품의 유통과 작가의 자유로운 제작이 불가분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이 꿈꾸는 것처럼 작품이 원활히 유통될 수 있다면 금전에 예속된 예술이 억압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간다. 창작의 자유를 믿으며 예술인으로서 살아갈 최소한의 여건을 예술인복지법이 실현해주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시기에 절묘하게 등장한 ‘협동조합’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인간에게 빵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예술가가 증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조은정(1962-)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 구상조각회 조각평론상 수상. 모란미술관 자문위원, 한국미술정책연구소 연구원 역임. 현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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