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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정책과 제언,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을 재고하다

고충환

일전에 공적인 일로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친 김에 전시 ‘상상의 웜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2012.12.1 - 1.27)를 관람했다. 평소 챙겨 볼만한 전시가 별로 없다는 생각에 전시장을 찾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전시는 달랐다. 기대 이상이었다. 미술관급 전시로도 손색이 없었고, 나아가 미술관에서도 유치와 성사가 쉽지 않은 전시였다. 다만 전시 공학적으로 좀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시장 환경과 결부된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리노베이션을 했다고는 하나, 본격적인 전시장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다. 층고도 낮고 공간도 협소했다. 


그럼에도 전시 내용만큼은 이런 열악한 환경이 무색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것이었다. 그동안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출판기획자와 같은 다양한 이력과 함께 목수 김 씨로 더 많이 알려진 김진송 작가의 전시였다. 일부 철조를 포함한 목조(목각?) 키네틱 작품 130여 점이 빼곡한 전시장에는 개별 작품에 대한 일종의 해석에 해당하는 텍스트가 딸려 있어서 조형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조형물과 텍스트가 상호작용하는 인터텍스트 내지 간(間)텍스트로서의 의미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기술공학적 창의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전시의 완성도를 드높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작가의 전시가 처음은 아니지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장 규모 있고 내실 있는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시 내용과 관련해서 그동안 볼만한 전시가 없었다고만은 할 수가 없겠지만, 여하튼 이번 전시를 자체 기획전의 수준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바로미터로 생각하고 있다는 큐레이터의 설명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세종문화회관과 유사한 환경과 조건에 처해있는, 그리고 비슷한 의미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으로는 예술의 전당이나 성남아트센터 그리고 고양아람누리를 비롯한 각종 지역 아트센터나 문화회관을 그 예로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대개는 공연과 미술전시를 아우르는 콤플렉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연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설계단계에서부터 공연장을 중심으로 공간 조건이며 환경이 조성되어졌을 것이고, 그런 탓에 미술전시는 곁가지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향수 면에서 공연관람 인구의 저변이 더 넓고 깊은 것이나, 감각에 직접 호소해오는 탓에 상대적으로 더 친근하게 와 닿는 장르적 특수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고, 그 당연한 일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사실상의 콤플렉스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면, 공간적 조건이나 콘텐츠 그리고 행정을 포함하는 모든 면에서 미술 전시환경이 공연장환경에 얼추 버금가는 정도로 상향조정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친 김에 콘텐츠와 관련해 지적을 하자면, 현대미술은 탈경계와 크로스오버 그리고 학제간 연구방식의 개념을 중심으로 타 장르 내지 인접 분야와 긴밀하게 상호 소통되고 있다. 특히 시지각 언어와 서사를 아우르는 영상미술은 공연장 환경과도 잘 어울리고, 보다 적극적으론 아예 영상미술 자체를 공연물을 위한 콘셉트로 풀어낼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공연과 미술이 만나지는 접점에서 정체성을 모색하고 정립할 수가 있다면 아트센터나 문화회관이 현대미술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수가 있고, 나아가 본격적인 미술관과의 차이도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성격이나 내용 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렇게 미술관과 키 재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그러면서도 현대미술의 한 부분을 도맡는 것이 과제이며 해법일 것이다. 


전시환경만을 놓고 본다면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은 예술의 전당이나 성남아트센터 그리고 고양아람누리에 비해 많이 열악한 편이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전시 콘텐츠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체 기획전의 비중을 높이고 관련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져야 하고, 필요하다면 인력 확충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장소적 매력을 현대미술의 중추라고 하는 또 다른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고충환(1961-) 홍익대 미학과 석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수상. 현 성신여대, 중앙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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