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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마음의 집’ 국립현대미술관이 되기를

최병식

드디어 우여곡절을 거쳐 6월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완공된다. 건립비용 2,900억 원에 부지비용을 더하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서울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경복궁, 덕수궁 등 고궁에서 곁방살이를 하던 국립미술관이 1986년 다시 과천으로 이전한지 27년 만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관은 전 국민뿐 아니라 미술인들에게도 매우 의미가 있는 빅 이벤트임이 틀림없다. 국현(약칭)의 새출발은 서울관 건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관람객수 역시 2006년에 66만 명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128만 여명에 달하여 2배가 증가하였고, 청주의 KT&G건물과 부지에 건립되고 있는 미술품 수장·보존센터 역시 파격적인 행보로서 건립 후 역할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로서 과천본관, 서울관, 덕수궁미술관, 청주센터 네 곳의 기구로 이루어진 거대한 규모의 미술관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미술계와 소통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되기를

국립미술관의 양적인 팽창을 위한 노력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서 미술계뿐 아니라 국민문화향유권 신장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상당수 미술계의 반응은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거리감’이다. 그동안 도심에서 떨어진 위치 때문에 발생한 공간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미술계와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했던 정신적, 공학적인 면이 더 앞선다. 국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다수 미술관들은 작가나 학자, 전공자들을 위한 배려나 프로그램에 인색하다. 관람료 혜택, 강연, 그룹별 토크, 아카이브 구축, 자료실 활용 및 작품자료의 접근 기회는 물론, 대학원생들의 인턴십 등에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전시기획에서도 이슈와 담론을 제기하는 파워가 부족했다. 2012년에는 20건을 개최하여 양적인 팽창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수준의 내놓을 만한 전시가 없고, 아직 갈증을 느끼는 미술계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운영 전략 수립의 필요성

선명한 미술관의 성격규정과 중장기 전략 수립 또한 서울관 건립을 앞둔 과제이다. 슬럼화가 불 보듯이 훤한 과천관의 비전은 물론, 4개 기구 통합운영의 합리성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는 각고의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다. 여기에 서울관이 최신 컨템포러리를 다룬다면 과천관과 역할분담에 대한 밀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며, 성격규정에서도 근현대를모두 포괄하는 국가미술관, 근대미술관 및 현대와 당대, 국제미술관 등의 성격으로 각관의 기능을 차별화하여 독립·신설하는 안을 추진할 수 있다. 청주의 보존·수복센터, 정부미술은행, 창동과 고양창작센터는 국현의 직접 업무와는 다른 기능으로 분리운영이 합당할 것이다. ‘고객중심의 미술관’ 역시 아쉬웠던 점이다. 금요일 저녁에는 음악가들이 재능기부를 하는 전시실이 관람객으로 가득차고, 전시 1건에 소통과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4-5건 이상 되는 입체적 서비스가 있는 국현을 기대한다. 국제적인 위상으로서는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립미술관은 단 하나 뿐이다. 지향하는 성격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아직도 턱없이 척박한 창작환경에서 지쳐있는 수많은 미술인들로서는 ‘마음의 집’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작품이 전시되거나 구입되는 사람은 극히 제한된다. 그러나 그 외의 미술인들에게도 자존을 느낄 수 있는 배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은 정중한 요청을 넘어서 의무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현을 기대한다.매년 런던의 미술인들이 기다리는 두 개의 전시가 있다. 하나는 테이트모던의 터바인 홀(Turbine-Hall)에 초대되는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서펜타인갤러리의 건축프로젝트 ‘파빌리온(Pavilion)’이다. 한국인들이 기다리는 국현의 전시는 무엇이 될 것인지, 이제 곧 그 대답을 들을 차례이다 



최병식(1954-) 성균관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 문화관광부 미술은행 운영위원,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현 경희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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