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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어르신세대(시니어) 미술교육의 필요성

정희정

최근 미술관에 간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관람객의 평균 연령은 몇 살로 보였는가? 아니 좀 더 쉽게 미술관에 가장 많이 온 연령대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정확한 통계가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 20-30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감상하는 어르신은 채 10%가 안 될 것이다.


작년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전시공간 운영과 도슨트 교육에 대해 물어왔다. 그곳은 인연이 되어 10여 년 동안 한 번씩 미술사관련 교육을 하러 다녔던 곳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공간을 굳이 전시공간으로 변경시킬 필요가 있는지, 작가들이 그런 공간에서 전시를 할 의향이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도슨트 교육에서는 기관과 나의 의견차이가 심했는데, 자원봉사자인 도슨트를 이곳에서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해서 반대를 했다. 결국 미술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일들에 전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 “나를 설득시켜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복지계에 왜 미술전시공간이 필요한지, 노인복지에 왜 미술교육이 필요한지 내가 이해해야 했다. 결국 일부 동의한 상태에서 협업에 들어갔다. 요즘 분야간 통합이 필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막상 하려니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작년 연말 일자리 사업의 교육으로 하지만 ‘도슨트는 자원봉사’임을 먼저 밝히고 강의가 시작되었고 올 초부터 어르신을 위한 전시공간, 예술을 매개로 세대통합을 지향하는 전시공간도 준비하여 5월 중순 개관하였다.  


그동안 2회에 걸쳐 미술사 위주의 실버도슨트교육을 진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높은 교육 수준과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하셨던 어르신들도 대부분 미술사를 처음 들으실 뿐 아니라 미술감상의 경험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시기를 이끌어온 어르신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이라는 격동의 근현대기를 유년기, 청년기로 보내며 불행히도 미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젊은 시절을 보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일단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문화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그 주역이었던 어르신 세대는 결과적으로 풍성해진 문화적 환경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계시며,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막연히 어르신 개인의 행복한 노년을 위한 작업으로 받아들였던 나는 실버도슨트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가 세대간의 문화적 경험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적 경험의 차이는 결국 공감대 부족, 세대간에 이해하고 소통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모든 예술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소통하는데 정작 한 사회 속 세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감상을 위한 미술교육

물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언제나, 어느 세대에게나 열려있지만 젊어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퇴직하고 시간이 생겼다고 편하게 찾아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들으셨던 대부분의 어르신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이 이런 공간을 얼마나 낯설어 하는지, 전시공간에 들어오신 분도 간혹 기본적인 전시감상예절도 모르시다는 걸 보고 있다. 이걸 개인의 교양 수준,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 세대를 위한 미술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노인복지센터 등에 어르신을 위한 미술교육이라 하면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서예를 하는 등 실기 위주의 미술교육에 그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어르신을 위한 미술감상, 미술사 교육도 필요하다. 한국미술사를 비롯한 동서양미술사는 인류와 우리 선조가 일군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줄 뿐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교육 이후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 있는 좋은 미술관, 박물관 등을 직접 찾아가 미술을 즐기는 토대가 되고 있다. 또한 어르신세대를 위한 미술교육은 즐기는 인구가 적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미술계에도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작업이 될 것이다. 미술이 세대간의 격차를 넓히는 하나의 문화 권력이 되지 않기를, 어르신세대의 미술교육을 통해 미술을 매개로 세대가 통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희정(1970-) 홍익대 미술사학 석사. 남북전통공예교류전 큐레이터 역임. 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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