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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전국의 문예회관 전시실, 이대로 괜찮은가?

이영준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등 대한민국에는 많은 전시공간들이 있다. 하지만 유독 미술인들의 관심 영역 밖에 존재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문예회관 전시실이다. 전국의 문예회관은 한국문화예술연합회에 가입한 문예회관을 기준으로 하면 174개나 된다. 서울·경기지역만 44개, 부산 경남만 하더라도 23개의 문예회관이 있으며 대부분 전시실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문예회관 전시실에 전문 인력을 두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문예회관 전시실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미술관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훌륭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도시나 군 단위까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미술문화소외지역 해소에도 커다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공립미술관에만 큐레이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공간에 큐레이터를 배치해 전문적인 공간운영을 한다면 미술을 대중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부산만 하더라도 부산문화회관 전시실, 시청 전시실, 금정문화회관, 동래문화회관 등 구 단위의 문예회관에도 어김없이 전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공간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문화공간에 전문 인력 하나 없이 공간을 빌려주는 형태로 운영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1988년에 개관한 부산문화회관만 하더라도 대전시실과 중전시실을 합하면 2,000㎡(600평)에 이른다. 25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시실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기획전시는 할 수도 없고 전시장 관리에 대한 불평은 수도 없이 제기된다. 부산시청 전시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구 단위 문예회관 전시실에 가보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이다. 몇몇 문예회관을 제외하면 문예회관 전시실은 공연장의 부속 건물로 방치되어 있다.



“미국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건물로도 유명한 구겐하임미술관. 하지만 구겐하임의 명성을 가져다준 독일계 미국인 힐라 리베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녀는 솔로몬 구겐하임이 인상파를 비롯한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구입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조언자였을 뿐 아니라 미술관의 설계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의뢰한 장본인이었다. 구겐하임하면 또 한사람을 더 기억해야 한다. 1988년 취임한 토마스 크렌스(Thomas Krens) 관장. 그는 미술관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미술관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위해 세계각지에 구겐하임 분관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미술관 중의 하나가 빌바오 구겐하임이다. 구겐하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휴먼웨어, 즉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화려한 건축물에 가려져 잊고 있었던 ‘사람’의 이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솔로몬 구겐하임, 힐라 리베이, 토마스 크렌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게리가 있었기에 구겐하임은 그 명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하드웨어를 살리는 휴먼웨어, 전문 인력

한국의 문화정책은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집중되어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으로 만든 문화기관들이 곳곳에 지어지고 있다. 교통과 통신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지자체마다 비슷한 형태의 미술관이나 공연장이 필요한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화기관들은 ‘공사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에서 전문적인 운영을 해야 할 사람에 대한 관심은 너무도 부족하다. 훌륭한 시설임에도 학예발표회장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의 경연장으로 변해버린 문예회관 전시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늘 불편하다. 제대로 작동하면 미술이 흐르는 섬세한 모세혈관이 될 수 있는 문예회관 전시실에 큐레이터를 두는 것.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가져 올 수 있는 문화정책은 아닐까? 



이영준(1966-) 부산대 미술학과 석사. 송혜수미술상 심사위원, 부산비엔날레 학술위원 역임. 현 김해문화의전당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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