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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즈음하여

최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즈음하여

_동시대미술 중심장소 서울관 개관 그리고 미술자료 연구센터의 미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경복궁 옆, 그러니까 육백년 수도의 중심지에 우뚝 선다. 전 세계 어느 나라건 수도 중심지에 국립 미술관/박물관 없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이제야 비로소 서울도 그 대열에 끼어든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1월 12일 서울관 개관은 대한민국 국립현대미술관이 3관체제 시대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3관체제는 무엇인가. 궁궐 경내의 근대시기 석조건축물이 상징하는 근대미술사 중심장소로서의 덕수궁관, 수도 근교의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로 하는 현대미술사 및 자료연구 중심장소로서의 과천관, 600년 수도의 정궁 경복궁과 도심지 번화가 복판에서 대한민국 동시대를 연출하는 미술문화 중심장소로서의 서울관이 서로 다른 여러 특성을 발휘하면서 운영되는 삼각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청주관이 설립되어 대규모 수장고를 시설함과 동시에 수복보존연구 중심장소가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국립현대미술관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성과 궁궐, 도심, 교외, 지방이라는 장소성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미술공간으로 탄생하는 셈이다. 이처럼 빼어난 설계도는 정형민 관장 취임과 더불어 마련한 이른바 ‘정형민 구상’의 산물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 관장다운 역량을 갖추고 있는 바, 내가 알고 있는 한 취임 이후 그 짧은 시간에 전문가다운 기량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 공히 소장품을 충실히 활용하는 기획 및 상설전을 뼈대로 배치하고 또한 미디어, 사진, 공예, 건축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포용함으로써 안정성은 물론 역동성을 갖춤으로써 균형 잡힌 미술관을 연출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여전히 힘겨운 여건과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예산과 인력 두 가지 부문이다. 예산과 인력은 상위기관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부문이지만 이건 일반론이고 그 심각성의 기원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1월 1일자로 거슬러 간다. 미술계 전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날 단 하나밖에 없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했던 것인데 이로 말미암아 법인화를 향한 발걸음을 떼었고 그로부터 당장 작품구입예산이 줄어들었으며 또한 인력에 대한 압박도 시작되었던 것이다. 민영화니, 법인화니 하는 압력에 시달리던 중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월 15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3천억 원짜리 서울관 조성을 선포했다. 환호도 잠시였다. 건축예산이 아니라 향후 운영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과 인력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건물설계에 앞서는 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전문인력 배치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인력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상급기관들은 개관을 두세 달 앞두고서도 인력을 배정해 주지 않았다. 베풀듯 준 건 아르바이트생 신분과 다를 바 없는 단기 계약직 인원뿐이었다. “곧 민영화, 법인화될 텐데 무슨 정규직 인원이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서울관 및 연구센터 개관을 실현시켜 낸 미술관 구성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경의를 표하거니와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규모 서울관의 위용은 물론이고 그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방대한 미술자료로 채워가고 있는 연구센터의 충실성이 무척 빛나 보인다.


서울관 개관전시는 동시대미술의 중심공간이라는 전략에 응답하고자 다채로운 전시/행사를 마련했지만 핵심은 두 개의 전시다.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구성한 소장품전을 기본으로 삼고서 그 토대 위에 ‘연결/전개’라는 주제로 과거-현재-미래 또는 대중-미술, 한국-세계를 잇는 개념의 기획전을 배치하는 것이다. 성공을 예감하기에 넉넉하지만 이는 개관행사로 지나가면 그뿐일 것이다. 그 보다는 오랜 세월 지켜보아야 할 영역으로써 과천관 연구센터 및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이 있다. 연구센터 공간은 자료의 보고이자 연구의 산실이고 서울관 600평에 개설될 디지털정보실은 축적된 미술 자료와 연구 성과물을 시민에게 상시 제공하는 개방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므로 이것은 미술관의 새로운 미래이다. 그처럼 놀라운 성공과 밝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나는 밀려드는 두려움을 감출 수 없다. 지금처럼 정부가 예산삭감과 인력축소를 거듭해 나간다면 저 모든 것들은 신기루와 같이 덧없는 추억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최열(1956-)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 가나아트 편집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실장 역임. 현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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