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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국립‘근대미술’관이 필요하다!

김병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국립근대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더구나 미술관 안에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그리고 수집과 보존을 분야별로 망라한 체계를 갖추었는데 말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그 각각은 다른 전문성을 요청하고 있기에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때 문어발식 재벌이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시대가 있다. 아직도 그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판단보다는 그 부정적인 면에 대하여 대부분 동의한다.나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상호 연관체계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남궁선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이름에서 문제를 이미 안고 있었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모던’에서 ‘컨템포러리’로 그리고 ‘모던 앤 컨템퍼러리’에 이르렀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다루는 국립기관으로서 면모를 가지기 보다는 국립중앙박물관과는 다른 혹은 시기적으로 그 이후의 것을 다룬다는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미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대개 여기서 미술이라고 하면은 근대미술로서 모던 아트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원래 근대, 즉 ‘모던’이라는 단어는 ‘새로운’이라는 의미로 진보적인 미술을 지칭하는 것이고, 현대, 즉 ‘컨템포러리’는 ‘동시대의’라는 의미로 시간 개념을 더 많이 나타내는 단어”라고 1998년『20세기의 한국미술』에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장인 미술사학자 김영나씨는 지적했다. 그리고 이어서 현재의 상황과 관련지어 설명을 이어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와 함께 서양에서도 ‘모던’, 즉 진보와 근대성에 대한 매혹이 상실되면서 최근에 설립되는 미술관들은 ‘컨템포러리’라는 이름을 더 선호”하고 또 “우리나라에서 근대와 현대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의미한다고 이해했다.


국립미술관은 역사성에 관심과 주목이 필요하다그렇다면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더니티의 유로-아메리칸 스타일이 근대미술이라면 글로벌한 방식이 현대미술일까? 말처럼 그 둘은 별개의 것으로 분리될 수 있을까? 우리 시대에는 미술의 언어가 작업과 이론의 이원론으로 나누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각 문화별로 구분되어지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굳이 이제 와서 현대미술에 대하여 토착적인 미술관을 소유하자고 주장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미술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이중적으로 외래적이다. ‘미술’ 그 자체의 언어가 그렇고 그것에 대한 언어가 또한 그렇다. 물론 전통 혹은 전승에 의한 몇 사례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대개 자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근대성들을 현대성이라는 개념으로 지칭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근대성과 근대성 이후 사이에서 방황 혹은 유동하는 것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근대미술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구한말에서 금세기 이전, 20세기야말로 근대미술이라는 이데아를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대미술의 근대성이 시기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미술과 근대성에 대한 토대와 이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루어야 한다.


동시대미술로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아주 강력하다. 거의 대중문화 혹은 연예산업과 비슷하다. 마치 모든 미술에 대한 기준이 된 듯이 보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연구와 참여는 국립기관으로서 미술관이 담당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을 통하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오히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현재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시적인 전시가 아니라 언제나 찾아가면 볼 수 있는 국립‘근대미술’관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미술관은 현재 박물관의 꽃이다. 박물관의 의미에 대한 미술관이라는 이례적인 신참이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서는 그 일반적인 이해를 포획하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럼에도 어느 경우이더라도 수집, 보존, 연구 그리고 전시는 그 기본이다. 문제는 그 대상에 대한 것이다. 국립기관으로서 미술관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매력보다는 역사성에 더욱 관심과 주목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병수(1963-) 홍익대 미학과 석사. 월간미술대상(학술·평론) 수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출판위원장,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국제위원 역임. 현 경기대 미술디자인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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